상당히 재미난 세상이다.

설/추석 덕담이 많이들 사라졌다. 오프라인에서야 어느정도 이루어지겠지만. 핏줄들 간에도.

온라인에서 설/추석 잘 쇠고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것이 언제일까?

보통은 아크로나 이글루 같은 평범한 게시판 형태의 사이트에서도 덕담이 오가게 마련인데 내 경험엔 3~4년쯤 전부터 아예 덕담이라는게 사라졌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

사는 게 힘드니까. 추운 게 겨울이련만 올해 같은 설 강추위라면 그놈 참 밉기도 하겠다.

마을이 사라져 가니까. 저 서구식 커뮤니티니 지역 공동체니 하는 와닿지 않는 어휘 말고 마을이 동네가 사라져 가니까.

그런데 그건 인류 보편인 것인지 서쪽 사람들도 마을이, 동네가 사라져가는 걸 아쉬워한다드라. 자본주의의 첨단이라는 미국에서도.

아 그래도 입춘대길은 곳곳에 있드라. 상점에.

덕담은 사라지고 상점들 입춘대길은 살아남는 걸 보면 돈 있으면 구신도 부린다는 말만 떠오른다.

아니다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겠네. 설과 추석은 돈을 써서 위상을 유지해야 하는 고된 노동의 나날이지 이젠.

설레임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내일이면"(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삽입해서 틀어볼라고 인터넷을 헤맸지만 음원은 없다. 경배할 지어다 저작권법.
지독하다 그 놈의 소유. 소중한 저작권법 보호를 위해 오른쪽 마우스 버튼은 쓸 수 없습니다. 자꾸 그렇게 자물쇠 달자.
그렇게 계속 멀어져 간다. 사람들 사이는.

추가: 그게 어떤 풍경이냐 하면 80년대 시위가 격렬하던 시절에 대치하고 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에도 덕담은 있었다.
한참 힘겨루기 하다가 어느 쪽에서 누군가 "밥 먹고 합시다. 다들 먹고 잘 사고 하는 것인디"하면 얼추 밥 먹을 시간은 나온다.
저 놈도 먹고 살려다보니 하기 싫지만 시키니 저러고 있겄제 하는 상대 처지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데. 당시엔 그래도 경찰들 손속에 사정을 봐주는 게 있었다. 양쪽에 서로 아는 얼굴들도 있었고. 지금은 뭐...그냥 찍어내린다. 사정 봐주지 않고. 나라도 살아 남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박인권 씨의 어느 만화에서 숭악한(?) 살인자가 상대 뱃때지를 횟칼로 연거푸 찔러 죽인다. 감옥 속 면회소에서 그는 그렇게 회고한다. "나는 그렇게 찔러대면서 손에 묵직한 감촉을 느끼면서도 속으로는 그랬지. 이 칼 받더라도, 이 놈아 제발 살아달라고, 죽지는 말아달라고". 박 씨는 어느 살인자의 회고담 같은 걸 소재로 삼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