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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 절필 선언 하기전에 마지막으로 내놓은 장편소설이 해피 패밀리다.

사실 이미 네이버 문학동네에서 연재하였으니 뭐 새삼 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유형의 책으로 나온 다는 것이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시대이기에 더욱 절필 선언으로 앞으로 글을 쓸 일이 없을 듯하기에 더 화제가 되는 책이다.

 

고종석은 의외로 스펙이 비교적 화려하다.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자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스펙을 배경삼아 폴리저널리스트가 되거나 제법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 권력자로 행세할만 하기도 하지만

그는 야권에서도 야당이었기에 세속적으로 소위 출세라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과거 민주당 분당과 열우당 창당시에도 강준만과 함께 반대를 한 사실상 유일한 지명도 있는 문화 언론계 인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강준만이나 고종석이 반대한 근거나 이유가 그대로 실현되어 거꾸로 강준만이나  고종석의 지혜가 빛나기도 하였고

지난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소위 진보 개혁 진영 전체가 하나가 되어 총력 결집을 할때도 고독한 닝구의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었다.

 

고종석은 간결한 문장과 냉철한 글 그리고 해박한 지식으로는 따를자가 없는 나름 글쓰기의 달인이라고 할 만하고 펴낸 책도

 

『기자들』,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책읽기, 책일기』, 『제망매』, 『7일간의 영어 여행』, 『감염된 언어』,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기자로 산다는 것』, 『바리에떼』, 『발자국』, 『어루만지다』, 『경계긋기의 어려움』, 『여자들』 15-6권이 넘지만  불행히도 그의 책은 초판을 넘어간 책이 드물정도이고 대부분 안 팔려서 절판이 되었다.

 

이번에 고종석은 농반 진담반으로 트위터에서 책홍보를 했고 거기에다 글쟁이 밥 기자로 밥벌이한 세월이 30여년 가까운지라 책소개 기사도 나오고 해서 그런대로 팔리는 모양이다.

 

해피 패밀리는 책 표지나 활자체 북 디자인에 있어서 거의 70년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북디자인이 판매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에 이런 급의 책을 출판사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도 초판찍고 절판 할 것이 뻔하기에 돈 안들이려는 경영마인드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해 본다.

고종석도 표지는 마음에 안드는 눈치인듯 하다.

 

책의 줄거리는 한 가정의 내면을 파헤치는데 구성이 옴니버스처럼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 하는 것을  한 단원으로 구성하고 단절된 듯한 각각의 이야기들이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특성으로 인하여 서로 횡적으로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한 가족의 이야기로 흐름이 이어지게 만드는 그런 독특한 구성이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조금은 그저 그렇고 그런 심하게 말하자면 신출내기 작가의 작품처럼 무미건조하고 문장도 별로인듯 하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는 아주 화려한 수사로 치장되고 디데일한 묘사로 그림 그리듯 쓰는 그런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피 패밀리는  양념을 거의 치지 않는 야채를 그냥 상에 올려놓고 된장 한가지에 찍어먹는 듯한 담백하고도

버릴 것이 없는 어떻게 보자면 시간낭비를 막아주는 그런 깔끔함이 있다.

 

겉으로보면 전형적인 중산층의 가족인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진 타인들끼리의 생활일 뿐이다.

주인공인 한민형은 혈연의 가족인 엄마와는 사실상 남이고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영미나 장모와는 오히려 가족애를 느끼고 가족처럼 살갑게 살아간다.

 

그리고 영미와 민형의 딸인 지현이와 한민형의 아내인 서현주를 통해서 가족이라는 것이 반드시 혈연이라는 것으로 묶어져야만 행복한 것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대담하게 한걸음 더 나아가 근친간의 상간과 그에 의한 임신 그리고 그 일로 태어난 생명을 위해 민희가 죽고 그 아이를 민희의 친구인 현주가 한민형과 결혼하여 키우는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사회의 기존의 모럴에 심각한 도전을 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한민형의 방황과 온가족의 어둠 그리고 민희의 자살로 이것이 죄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일인 것을 말하고 있지만 그는 순결의 상징인 백합화의 자웅동체적인 수정의 예를 통하여 근친상간에 대한 단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책의 제목은 해피 패밀리지만 책에 나오는 가족은 전혀 해피하지는 않다

물론 겉으로 보면 해피한 가족이다

직원 15명 정도의 중견 출판사 사장과 서울대를 나온 편집장 아들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그리고 기자와 고시출신 사무관인 두 여동생

역시 교사인 한민형의 마누라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밖에서 보기에는 더 없이 부족함이 없는 해피한 가족의 모습이다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은 각자 고립된 섬처럼 존재한다.

어쩌면 작가는 해피 패밀리를 통해서 단절된 현대의 가정의 모습을 말하고자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자신의 가정이 단절된 가족이기에 그걸 풀어내보고자 한것일까?

 

어쨌든 작가는 온 가족을 이름만 가족으로 만들어버렸던 엄청난 사건을 아주 노련하게 암시만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떤 말보다 더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다고 발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