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님께서 논쟁 중에 이런 취지의 말씀들을 하셨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의 이유로 들고 나온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여론 조작 >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본질이자 먼저이고, <국가 기관의 여론조작이나 정치 개입>에 대한 논쟁 시도는 말장난이거나 물타기이다. 따라서 사안의 본질에 집중해서 순서를 정해 생산적으로 토론하자. 본질을 벗어난 <국가 기관의 여론 조작>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해 주실 것을 제안한다. .


이 사건의 주인공이 당체 왜 국정원녀나 국정원이 아니라 민주당이어야 한다는건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길벗님은 이동흡 건에 대해서도 논쟁의 주인공이 최재천이나 민주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신 바 있어서 처음 보는 풍경은 아니다. 물론 매사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길벗님은 다른 회원들이 말장난(?)에 불과한 문제를 가지고 입씨름을 하던 말던 신경끄시고, 본인이 중요하다 여기는 본질인 <요딴 걸 가지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삽질>에 대해서만 열심히 비판하시면 된다. 만약 호응이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런데 길벗님은 지금까지 <국가기관의 여론조작> 에 훨씬 더 관심이 많은 회원들을 상대로 열심히 맞네 틀리네 반박하며 논쟁에 참여하셨지 않는가.

이것은 마치 똑같이 학교 수업 땡땡이를 치고 실컷 피씨방에서 게임하면서 놀다가, 문득 "우리는 학생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는거 아닐까? 니들 여기서 뭐해? 공부가 먼저잖아?" 이러는 학생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주자. 진도는 이제부터다. 길벗님은 더욱 이상한 말씀들을 하신다.

국정원녀 사건이 왜 아크로에서 문제가 되고 논쟁이 됐을까요? 민주당이 국정원녀의 글을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여론조작의 증거>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이 말씀인즉,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없었다면 아크로에서도 문제가 안되고 논쟁도 없었을거라는 주장이시다. 그러니까 아크로에서 왈가왈부 논쟁이 시작된 이유가 "사실은 국정원녀가 이랬데요"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판단력이신건데,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다수의 아크로 회원들을 민주당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지원부대이거나 알바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전에는 쉽게 하실 수가 없는 말씀인거다. 딴건 몰라도 이 말씀은 반드시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알고보면 아크로 회원들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 담겨 있는 말인데, 아마 본인은 느끼지도 못하고 계실거다.

또한 이런 말씀도 하신다. 

(여론조작이란) 최소한 피노키오님이 이 아크로에 올린 글의 내용보다 정치적으로 더 진하고, 글의 수도 10배 이상은 많을 경우라고 하죠.

즉 아주 정치적 농도가 짙은 글을 피노키오의 10배 이상의 분량은 될 정도로 미친듯이 올려대야 여론조작이라 할만 하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5배는 어떤가요? 하고 물었더니 여전히 답변이 없으시지만, 그 역시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말씀이 바뀌신다. 

(여론조작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하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것이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분량이 기준이 아니라, 사실왜곡이냐 아니냐가 기준이시란다. 그러면서 십알단 윤정훈이 구속된 이유가 "돈을 목적으로 정체를 숨기고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왜곡질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했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것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당체 어떤 사람의 정치적주장이 '사실 왜곡이나 침소봉대'인지 아닌지를 누가 어떻게 판정할 수 있다는 말씀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길벗님이 공인받으신 판정관?) 그렇다고 쳐주자.

그런데 길벗님은 최초 '국정원녀의 글은 여론조작을 한걸로 볼 수 없다' 라고 주장하신 바 있다. 그렇다면 결국 길벗님은 국정원녀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침소봉대하지 않고 정론(?)을 펼쳤다'고 인정하신다는 걸테다. 그러면 어라? 이 말씀은 많은 분들의 "국정원녀의 그런 허접하고 찌질하고 정치편향적인 글들을 읽고 영향을 받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는 주장과는 사뭇 다른 말씀이 아닌가. 따라서 길벗님께서는 앞으로 국정원녀의 글들이 허접하고 찌질하거나 정치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다! 국정원녀 글에 틀린 말 하나도 없다!" 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하실거라 믿어도 될거 같다.

그런데 이 것조차 걍 너그럽게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 주겠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으니까. 길벗님은 전형적으로 "A를 치니까 B를 들고 오고, B를 반박하니까 C를 들고 오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하고 계신다. 물론 어떤 특수한 논쟁구도에서는 그럴 수 있다. 주장을 반박하는 반례가 한개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역사의흐름' 님이 공무원의 정치 개입 논쟁에서 안철수 들고오고 전교조 들고오고 노무현 들고오는 것 자체는 설령 물타기 아니냐는 타박은 할 수 있을지언정 논리 형태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길벗님은 아니다.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를 한꺼번에 주장하고 계신거다. 여론조작의 기준은 분량인가 사실왜곡인가? 한가지만 주장하셔야 되는거 아닐까?

물론 길벗님께서는 이렇게 반박하실거다. "피노키오의 10배쯤 되는 분량으로, 사실왜곡과 침소봉대하는 글을 올리면 여론조작이다." 라고.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길벗님이 가끔 매우 걱정하시는게 하나 있다는거다. 이를테면 "만약 당신의 주장을 현실에 적용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텐데, 책임지실 수 있수?" 하는 식으로 물으시는거다. 그러면 나도 한번 여쭤보자. 여론조작에 대한 길벗님의 정의를 현실에 적용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더 이상 국가기관의 여론조작이나 정치알바가 존재하지 않는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에 미달해서)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굳게 믿어도 될까? 길벗님은 주장에 대한 책임성이 매우 강하셔서 걸핏하면 남들에게 ' 그 말 나중에 책임지실 수 있수?" 하고 묻는 분이시니, 마땅히 본인도 솔선수범하여 책임지실 것이라 믿겠다. 

물론, 이 글에 대해서도 길벗님은 이렇게 반박하실게다. "역시 피노키오님은 확대해석하시는게 특기이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내 글의 어떤 부분이 확대해석이라는건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시면서 그러신 적은 거의 없으셨던 것 같다. 이번에는 기대해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