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한민국 가계 소득, 가계 부채, 그리고.... " 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 오늘 댓글들을 읽고서 리플을 달려다가 이래저래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따로 글을 하나 써봤습니다. 원글 또는 1편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theacro.com/zbxe/free/746797

원글에 링크해 놓은 한국은행에서 나온 그 보고서를 보고 난 후, (원글에서도 밝혔지만) 앞으로 복지나 재벌개혁 문제를 논할 때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아크로의 논객들을 위한 참고자료로 남기자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제 생각을 좀 더 담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뉴에님께서 한눈에 보이게 그림 편집을 요청하셨기에 - 이거 노가다네요 ^^ - 보고서 안에 그림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눈에 보기 쉬운 것들만 대략 골라서 편집해 보았습니다. (그림의 출처까지 짤라왔으니깐 저작권에 걸릴 염려는 없겠죠?)


1. 2011년 현재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61.6%인데, 원래 1990년대에는 70%를 상회하던 것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경제학 공부를 안하셨더라도, 예전 중고등학교때 정치-경제 시간에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국가경제의 세가지 주체를 정부-기업-가계로 나누었던 것이 기억이 나실겁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20여년간 기업, 특히 대기업의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적은지는 아래 그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OECD 평균은 73.1% -> 69%로 소규모 감소했는데, 대한민국의 그것은 70.6% -> 61.6%로 그 감소속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아래 그림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나 주지할 것은 외환위기 직전에는 영국 프랑스 수준과 비슷한 74%까지 올라 갔던 것이 그 이후 15년동안 아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저는 이것만 보고 있자면 상당히 무섭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지게 될런지 걱정스럽습니다.


2. 이와는 반대로 기업소득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아래 그림이 여실히 보여줍니다. 역시 외환위기 이후의 15년동안 벌어진 일을 보자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약 12%선에서 24% 이상으로 지난 14-5년간 100%가 증가했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과 수준이 비슷한 나라는 일본정도밖에 없는데, 그림으로 쉽게 보이지만 앞으로 몇년안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을 쉽게 예상하지 않으신가요? 한국의 여전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 환율 정책기반 + 내수시장의 포화 + 그로인한 가계의 계속되는 침체... 이 모멘텀이 완화될 지도 모르겠다는 근거가 (저로서는) 전혀 생각이 안나네요.



3. 여기서 한가지 주지 할 것은 우리나라 가계는 소득의 97.3%를 소비에 지출하는데도 불구하고, GDP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59.6%에 불구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OECD 평균은 68.5%입니다. 이는 가계 소득 자체가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국내 내수는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고 가계는 국민경제에서 점점 밀려나는 듯도 보입니다. 주요 OECD 국들과 비교를 하고 있는 아래 그림을 보면, 느낌이 좀 드실겁니다.



지난 20년간 국민 경제가 커져갈 때, 기업 특히 대기업들만 상대적으로 커졌지만, 반대로 가계 소득은 별로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임금 상승폭은 나라 경제가 커지만큼의 덕을 본게 없다는 것입니다. 아래 가계 부채가 얼마나 커졌는지, 그리고 현재 그 부채에 대한 이자를 얼마나 많이 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 저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림에서 보이듯이 약 2.7%로 OECD 평균 4.6%의 거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어렸을 때, 대한민국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많이하는 나라라고 하던 소리를 간간히 들었었는데.... (지금은 그게 정말 그랬는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현재 대한민국 가계들은 저축할 여력 자체가 없다는 것으 보여줍니다.



4. 반대로 기업은 어떤가요? 기업 저축과 기업 투자율은 2000년대 초반에는 거의 비슷했었는데, 2011년 현재 저축대비 투자비율은 거의 2:1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기업 저축과 기업 투자의 차이는 약 1.3백조원이고, 대기업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돈은 2011년 현재 2.5백조원입니다. 기업은 매해 소득대비 11.2%를 현금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거 어마어마한 저축율이죠. 기업소득대비 투자는 4.5%에 불구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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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이제 다 봤으니 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위에서 간간히 대기업이라고 지칭했는데, (미시 데이터를 확인을 못해봤지만) 중소기업의 현금 보유율은 솔직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기업의 현금이라 함은 대기업의 현금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보통의 경제가 굴러가는 모양은, 가계가 소득을 받아와서 일부를 소비하고 일부를 저축을 하면, 기업이 그 돈을 빌려와서 투자를 하고 생산을 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냥 교양수준의 경제학을 말합니다. 그런데, 현실의 한국 경제를 보자면 (약간 과장을 해서) 가계가 소득을 받아오긴 하는데 대부분을 소비를 하고 나머지는 이자를 내고 또 거기에 빚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고, 그런데 그 돈을 대기업한테서 빌려오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말이죠.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저는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가계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가 그 욕망의 댓가를 치루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는 지난 20년동안 가계 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에노텐님이 댓글에서 다음과 같은 아주 적절한 지적을 하셨는데,

"이 사내유보금이 중장기적으로 가계의 소득으로 돌아가지 않고 기업에서 재투자된다면 (실제로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이 재투자되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보임), 이는 부유층의 소득으로 잡히지도 않으면서 그대로 자산으로 축적되는 셈이 되는군요.

즉, 잉여가 소득으로 잡히지 않으므로 지니계수 산정에서도 빠지고... 우리의 빈부격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지니계수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증거가 되겠네요."
저 한국은행 보고서에 나온 데이터가 한국의 빈부격차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이 정확히 에노텐님의 지적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에게 투자를 많이해라, 임금을 많이줘라라고 절대로 강요할 수는 없고 그런 방법을 쓴다고 이런 빈부격차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대기업에 쌓인 돈은 원래 주주들의 것이라 장기적으로 보면 배당을 통해서 가계 소득으로 돌아와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년이라면 장기라고 충분히 불리울 만한 시간이라고 봅니다. 이 장기적인 시간동안에도 가계 소득으로 배당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앞으로 20년의 흐른다고 한들 이게 가계소득으로 돌아올까요? 그냥 이대로 놔둔다면요?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아마도 이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민국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건희 일가가 삼성에 가지고 있는 지분이 1%이 되나요? 정확하게는 저도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리 많아도 3% 정도밖에 안될 것입니다. 즉, 재벌들이 현금을 기업에 쌓아놓는 방식으로 (실제로는 그들의 것이 아닌) 그들의 재산을 계속 축적하고 있는 현실의 지배구조가 왜 대기업의 소득이 가계의 소득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굳이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얻급하지 않아도 잘 느끼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여간 다시 강조해보지만, 위의 그림들을 보고 나면, 이 추세대로 놔둬서는 나라가 안망하는게 더 이상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