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조직적으로(=이 조직적이라는 말을 수뇌부의 의사가 뚜렷하게 말단으로 까지 하달되어 선거개입을 위한 목적과 기획속에 일사분란하게 한 짓이라는 의미로 한정한다면)그런 짓을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설령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지금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그런 짓을 했다고 단정지을 만큼도 아닌 것 같고요.

하지만 국정원녀가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일원인 것은 맞고, 그 댓글들이 대놓고 진보좌빨을 디스하기 위한 내용으로만 작성되었으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제한 그 취지를 몰각한 찌질한 행동인 것도 맞고, 업무의 연장차원에서 했다고 자인했으니(=진짜 상부에서 지시한 업무의 연장이었다기 보다는, 자신의 찌질한 행동의 면피를 위해 대북심리전이라는 평시업무의 연장이었다는 식으로 자기 변명을 한 것 같은데)실제 그 말이 어떤 의미였든지 간에, 스스로 뱉은 말 때문에라도 국정원이 아직도 저런 개뻘짓을 하는가?는 의심을 살 상황은 만들었죠, 국정원녀 스스로가..

그렇다면 이런 부분은 보수우파측에서 깔끔하게 시인을 해야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그녀의 행동이 부적절했고, 국정원도 조직 내부의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논평을 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과 각고의 노력을 주문하면서 국민들이 스스로 불신과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있게끔 먼저 그 판을 깔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제가 어제 저녁 먹으면서 티비를 보니까, 무슨 티비조선인가 채널A인가에 보수쪽 정치평론가(=그것도 교수던데..ㅋㅋ)가 나와서 이럽디다. 대북심리전이라는 게 간첩을 잡는 건데 웹상에 암약하고 있는 간첩이 지가 간첩이라고 말하는 놈들은 없고 그러니 국정원녀 처럼 보수우파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을 때 상대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그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밑밥을 던진 것으로 보면 국정원녀의 댓글은 대북심리전의 업무차원인 게 맞고 그런 글을 못쓰게 하면 간첩잡는 것도 못한다..뭐 대충 이런 뉘앙스로 쉴드를 치더군요. ㅋㅋㅋ 놀랍지 않습니까?

이런 것 보면 민주당과 깨시민들이 문앞혁명을 한 것을 나무라기만 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놈들이 드글드글 하고, 일단 국정원녀가 한 짓이 조직 전체가 아닌 개인차원에서의 삐뚤어진 열의가 빚어낸 헤프닝이었다고 쳐도 그때가 "선거기간"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게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점은 자명한데 국정원 건으로 이렇게 길게 논의가 되는 동안, 길벗님을 비롯하여 그 분명한 잘못 부터 제대로 인정하고 시작하는 보수논객들이 아무도 없군요.(=이런 거야 말로 진영주의에 눈이 멀어 무조건적인 쉴드에 나서고 있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요즘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국정원녀 사건을 보면서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보수우파가 과연 있기나 있을까 싶은 생각 마저 들거든요. 솔직히 국정원녀가 맞는 말 한 거 아닌가? 맞는 말 한 국정원녀에게 뭐라고 하는 진보좌빨놈들 다 북한으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속으로는 이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고, 그래서 표현의 자유 얘기하는 것도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충돌했을 때 도대체 어느 가치를 더 우위에 놓고 보는 게 맞는가는 근원적인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걍 맞는 말 한 국정원녀를 쉴드치기 위한 목적에서 지금은 그녀에게 유리한 표현의 자유를 열심히 옹호하다가 나중에 또 어떤 진보좌빨 놈이 마찬가지 사건으로 엮였을 때는 표현의 자유는 개뿔, 아니 어떻게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대갈일성을 할 것만 같은..그러면서 그때는 또 진보좌빨 놈들의 쩌는 진영주의 탓이나 해댈 것 같은..ㅋㅋ

근데 사정이 이렇다면, 결국 문앞혁명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도 이해가 되지 않나요?^^

결국 어느 쪽이든 자기반성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대의 허물만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진영주의가 흐르게 되고, 간혹 진영의 이익에 반하여 사심없이 하는 조언들도 모두에게 성찰의 계기로 작용하는 순기능을 못하고 있죠. 언제나 상대 진영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무가치하게 소비되다가, 정반대의 국면, 그러니까 그 말이 상대 진영에게 고스란히 적용되는 순간에는 그 조언은 빛을 잃게 되죠. 그 조언을 한 이는 온갖 비난과 공격에 노출이 되고..그러니 진영을 떠나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은, 어느쪽 할 것 없이 아군의 뒷통수에다 대고 총질한다는 비난이 적어도 현실에서는 진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조갑제가 그러더군요. 일베가 새로운 우파의 희망이라고..ㅋㅋ 아무리 일베에서 자신을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있고, 투철한 안보관과 대북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는 게 마음에 든다고 한들, 온갖 쓰레기 같은 글과 정신세계가 난무하는 그곳의 현실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우파의 희망 소리를 할 수 있는지가 이해가 안가는데..

아마 그렇게 천가지 만가지 허물이 있어도 한두가지 꼭 내 맘에 드는 점이 있고, 그게 내가 속한 진영에 유리하다고 싶으면 그 천가지 만가지 허물도 보아넘기면서 심지어 그 어린 애들을 잘한다고 부추기고 선동하는 그 못난 진영주의가 조갑제의 한계이자, 우리 시대 보수우파의 한계가 아닌가 싶더군요.

과연 보수우파는 진영주의에서 자유로울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보수우파분들에게 화두로 던져보고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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