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아래 minue622님 글에 대한 답글로 시작한 것인데 너무 길어져서 본 글로 게시합니다.
초기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처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침묵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역시 내용은 건질게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오로지 시간 들인게 아까워서!!! 그냥 올립니다;;  

국정원녀 사건..
21세기의 '권력형 역프락치' 사건인가요?
또 모르죠. 아크로에도 누군가 암약하고 있을지도. '발각'되기 전까진 잠잠한 것이니.

그런데 '위장'과 '발각'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미뉴님과 진질님의 차이는 제가 보기에는 사소한 무게중심의 차이 같군요.
미뉴님의 입장은 말하자면 '아니 대명천지에 위장이라니?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진질님의 입장은 이를테면 '뭐 위장? 내 진작에 니들이 그짓거리 할 줄 알고 있었다ㅋㅋ'
뭐 이정도의 차이가 아닐지? 다만 진질님의 사소한(그러나 사소하지 않을 수 있는) 실책이라고 한다면
'그럴 줄 몰랐어?' 로 읽힐 수 있는 뉘앙스의 글이 사족으로 붙어 필요 이상의 간극을 드러냈다는 정도랄까..

저도 두 분과 보텀라인은 같습니다. 다만 저는 '왜 걸리고 지.랄이냐..' 즉, '발각'에 중심이 쏠려 있어요.
이 새퀴들이 일부러 걸린거 아닐까 하는 의심도 살짝 하죠.
국정원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주시하고 있을거라는 심증을 확신으로 바꿔 놓은 것
오호라 단순히 눈팅에 그치지 않고 위장잠입해서 활동도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일깨워 준 것
여기까지는 일단 욕 나오는 상황..

매우 위험한 시도인데..어라? 그런데 글 수준을 보니 대북심리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저열한
내용들..매우 빈곤한 호응도..뭔가를 획책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나긋한 말투하며..
아..어디까지가 의도된 것일까..쌍팔년도 군대식 마인드로 무장된 끈떨어진 집단이 덜떨어진 한심한
짓거리를 하다가 어설프게 들켜버린 것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또한 고도의 '심리전'인가?
갑자기 마인드 게임을 하게 만드는 아리송송한 의문들..아 혼랍스럽다..생각하기 귀찮다..
여기서는 자포자기로 백기투항해버리게 만드는 내면의 피로감..

일반 대중의 인터넷 놀이에도 국가권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 해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그 위하적 파급효과를 우려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오마담님과 비슷한 시각이라고 볼 수도 있구요.
어차피 걸리고 아무리 쪼인트 까여도 또 홍수환같이 오뚜기처럼 일어나 영겁회귀할 일인데..
돌맹이를 매달아 수장된 시체가 의도치 않게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발생시키는 일렁일렁하는 파문에
연못 생태계의 '주인'들이 힘에 붙여 구석으로 떠밀려가며 억울하게 숨 죽이는 상황들..
시체의 부력을 억지하는데 있어 터무니 없이 작은 돌덩이를 매달아 어느 날 갑자기 부상하게 한 것은
과연 범인이 의도한 것이 정말 아닌가..

내가 간첩이 아님은 분명한데, 분명 선량한 시민인 내가 어째서 이런 심리전에 휘말려야 되는지..
이하는 그냥 떠오르는 두서없는 단상들..을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

1) 국정원 직원이 대북심리전의 임무를 부여받고 공론사이트에 잠입하여 활동하였다.

-> 어이없는 짓거리, 크게 잘못된 일.
대내외(특히 대북) 정보수집을 전담하는 독임제 행정관청에서 줄곧 이런 짓거리로 소일한다면
간판내려야.

2) 글의 수준 등을 보건대 국정원 직원의 숙련도가 매우 가당치 않은 수준이어서 뭐했는지 모르겠다.

-> '고도의 '심리전''이 아니라면 불행 중 다행, 그냥 졸라 한심한 짓거리.
하지만 더 능숙한 agent는 아마도 어디선가 일당백의 '시민'논객으로 맹활약중일 터 ㅆㅂ..

3) 대북심리전과 선거개입의 관계

a)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므로 대북심리전은 곧 민주당을 불리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개입이다.

-> 아직 이 입장을 공식천명한 분은 없고, 누군가 주장할 가능성도 매우 적어보이는 자살테제.

b) 전제를 살짝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있으므로' 치환시킨다면?

->이는 누군가 주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인과관계의 완성도가 확 떨어지는 주장으로 사료됨.
(나는 물론 그렇지 않지만)일반 대중은 속을 수 있으므로!라고 강변한다면 국개론의 아종.

c) 대북심리전을 하는 것을 보니 선거개입도 했을(또는 하려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마도) 피노키오님 입장

-> 해볼 법한 '나름' 이유있는 의심, 그러나 아직 국정원이 인정한 바 없고, 앞으로도 절대 인정할 리 없는 것
다른 정황증거가 추가적으로 나와줘야 비로소 힘을 받게 되고, 아니라면 스스로 뭔가를 계속 발굴하면서 발제해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험난한 형극의 길.

d) 선거개입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며, 이러한 의심조차 황당하며, 민주당은 뻘 짓을 한 것이다: (아마도) 길벗님 등의 입장
-> 현재까지는 무리없는 주장일 수도 있음, 그러나! 이 역시 예단은 금물이며 오바.
더욱이 의심조차 하지 말라는 것은 좀 도그마틱한 주장으로 보임

e) 대북심리전은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수행이며, 이로 인해 비록 의도치 않았으나 민주당이 영향을 받았다면 자업자득이다.

-> 아직 이런 입장에 서 계시는 분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조만간 누군가의 커밍아웃을 기화로 발아될 조짐이 있음
아직 논할 단계도 아니며 별로 언급하고 싶지않음

4)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과 국정원녀를 위한 '변명'

우선 정치적 기본권은 그 범주가 넓은데 광의의 정치적 기본권에는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 선거권과 국민투표권,
피선거권을 포함한 공무담임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청원권 등이 포섭되고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이 모든 기본권의 주체가 됨. 다만 공무원의 직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법률유보에 의하여 금지를 포함하여 제한이 가능하고 실제 제한되고 있음. 그러나 과잉제한은 헌법에 위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는 것은 제한 단계에서 파악해야 할 것을
주체성 단계에서 선취한 것으로 체계정당성에 부합하지 않는 논리.
즉 공무원도 주체가 되고, 다만 정치적 중립성으로 인해 광범위한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전면금지도
가능한 기본권도 있다. 다만 한계 설정이 중요
예컨대 공무원의 정당가입은 개별 공무원 조직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정당법에 의해서 당연히 금지됨
따라서 굳이 이부분을 개별 공무원 조직법을 논의의 전제라고 끌어오는 수고는 전혀 필요 없음
다만 정무직(선출직 포함) 공무원이나 대학의 조교수 이상은 예외인데, 이는 국정원녀와는 전혀 관계없음.

국정원녀에게 문제되는 것은 좁은 의미의 정치적 기본권 중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다른 기본권은 이 사안과 관계가 없으므로 패스~
이것은 개별 조직법의 내용도 살펴봐야 함
국가정보원법에 제한의 근거 규정이 있음: 법률요건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행위의 금지
이상이 논의의 전제이구요.

국정원녀는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인터넷 활동을 했음을 국정원이 확인해주었으므로, 국정원녀의 정치적 기본권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미뉴님 외 여러분들(제가 일일히 확인을 못해서)의 지적은 한편으로는 일응 타당합니다.
그러나 게시한 글의 성격을 나누어 보셔야 되요.

국정원이 확인해준 것은 '국정원녀에게 부여된 임무는[대북심리전]이다 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업무수행 과정에서 대북심리전에 관련된 글을 게시한 경우에는 이를 정치적 기본권 행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일면 타당하지만,
비록 정치적 성격의 글이라도 대북심리전과 관계없는 글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무수행 중 '딴짓'한 경우로 볼 수도 있거든요.
뭐 '요리'에 관련된 이런 글들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쉽게 동의 하시지만, '정치적 성격'의 글의 경우에는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민감해 하십니다.
'의심'이 가는 상황이죠. 그러나 업무관련성이 없다면, 요리와 동일한 것이에요.

즉 대북심리전 외에 대야당심리전도(선거개입이라고 까지는 안하겠습니다) 국정원녀가 부여받은 직무였다던지,
혹은 대북심리전 업무에는 대야당심리전이 당연히 포섭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는 한,
그 심증에도 불구하고 '나는 업무수행에 심심해서 가끔씩 요리에 관한 글도 쓰고, 때때로 정치관련글도 썼지만
이는 몰래 딴 짓하고 논거였어요. 근무 중에 딴짓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국정원녀가 항변한다면 재반박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말장난 같지만 법정에서는 이런게 종종 먹혀들어가요. 판결이 일반 법감정과 다르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죠.
하긴 공론장은 법정이 아니니깐 비난 의심 모두 가능하지요.

또 모르죠. 걸렸을때 면피하고자 요리와 같은 엉뚱깽뚱한 글도 같이 '의도적으로' 올리고 했었던건지.
아리송송..머리 아프니 패스~


두서없이 써갈겨서 제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 제글이 어떻게 읽힐지 걱정되지만 일단 수정안하고 그냥 놔두겠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서 가장 관심있고 분노하는 부분은
국정원의 위장잠입활동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민간인의 게시판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고
그 다음이 이로 인해 국민의 한사람인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잉제한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에요.
규제를 강화하네 뭐네 설레발 쳐봐야 어차피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시민과 다름없는 말단 공무원 뿐이고
어차피 고위직은 별로 영향안받습니다. 이게 마지못해 국정원녀에 대한 변명을 해주는 이유입니다.

물론 국정원이 본연의 업무 외에 주제넘게 '어떤 정치적 의도 또는 편향'을 가지고 사실상 월권을 행사해왔다면
간판내리던가 해야죠. 그러나 국정원을 박살내더라도 분명 다른 기관이 권력의 개가 되어 원하든 원지않든
이런 추잡한 일을 묵묵히 하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오는 무력감과 허탈감에 짜증이 좀 나네요.

덧, 민주당의 지금까지의 액션은? 선거 직전에 황위병 출동사건은 한탕주의 정치쇼였다고 보고
다행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뭔가를 했다는 점이 밝혀졌으니 면피는 했지만
계속 경거망동하면서 오바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 같군요.
슬슬 조선일보 등에서 1단기어를 넣고 있다고 보입니다ㅎㅎ
어설프게 대응하다가는 목이 날아간 후에야 죽음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늘 마치 유서와 같은 도전장을 내밀고 모든 것을 내던져 투쟁했던
방식에서 이제 좀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국기문란사건이라면 당연히 제1야당으로써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투쟁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증명(?)되었듯이 민생을 먼저 보듬어야 미래가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가 진보라는 말이 떠도는 이 시점에도 뭔가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구제불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