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길벗님이 잠깐 제기했었다가 사라진 논점이 하나 있었다. 민주당이 이동흡에게 들이댄 잣대를 보편적으로 적용한다면, 헌법재판소장 할 수 있는 사람 아니 고위공직자로 임명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길벗님이 과거 안철수나 박원순등에게 들이댔던 잣대면 대통령후보로 나올 수 있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을 것 같고,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임명직공무원 이동흡앞에서는 갑자기 현실주의자가 되신 것이 영 개운치 않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건 그거고 제기하신 논점 자체는 한번쯤은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우선 이동흡은 억울할 수도 있다. 다른 헌법재판관들도 다 그러고 있는데 왜 하필 나만 가지고 그러냐는 심정일거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어떻게 다 지키면서 사는게 가능하냐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다들 관행적으로 수당처럼 지급받아 쓰던 소액의 공금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버리면 정말로 헌법재판소장 시킬 사람이 아무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한가지 놓치고 있는게 있다. 하위공무원들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다 지키면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워진다는 사실이다. 하위공무원들 몇 명이 정당에 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징계를 받았던게 불과 얼마전이다. 고위공무원와 하위공무원은 업무의 성격과 다루는 내용만이 다를 뿐, 품위와 규정을 지켜야만 하는 존재인 것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도덕성에 대한 잣대는 고위공직자들에게 보다 엄격해야하는 것이 우리네 사회의 상식일텐데, 그런 상식이 반대로 뒤집혀버린 현실이 이 논쟁의 배후에 숨어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햇빛에 바퀴벌레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면, 그건 바퀴벌레들의 책임이지 햇빛의 책임은 아닌거다. 범죄라는 것도 따지고보면 뭐 별거 없다. 적발당한 관행이 바로 범죄이다.

갑자기 엄격해진 잣대때문에 헌법재판소 내에 소장할 사람이 없다면, 외부 인사를 임명하면 그 뿐이다. 대한민국에 설마 그런 사람이 한명도 없을려고. 만약 한명도 찾을 수가 없다면 차라리 그런 나라는 망해도 싼거 아닐까? 그러니 그럴 때는 나라걱정을 하는 것이 헌재소장할 사람 없어서 큰일이라고 호들갑 떠는 것보다 먼저일 것이다. 

또한 공직자들의 공금을 대하는 인식 문제는 청문회장의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같은 것들보다 그 죄질이 훨씬 더 위중하다. 공금문제는 온전히 후보자 개인의 책임이지만, 위장전입같은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볼 때마다 약간 불편한 구석이 한가지 있었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에 대한 해명들의 공통점들이 "아내가 한거라서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었다는 점이다. 찌질하게 아내에게 책임을 미루는 작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일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후보자 개인만을 추궁하는 현상에는 '아내의 잘못은 가장인 남편의 책임' 이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아내를 전혀 통제하지도, 통제할 생각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어쩌라는 것일까? 장차 고위공직자가 될 수도 있는 남편을 똑바로 내조하지 못했다며 이혼이라도 해야할까?

그러므로, 이동흡의 경우는 오로지 본인의 책임하에 벌어진 일이기에 오히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보다 더 위중하게 검증하는 것이 청문회의 취지상 올바른 자세라 할 것이다. 논문조작같은 것 역시 본인의 책임일 수 밖에 없기에 마찬가지이다.

그럼 총리후보 김용준은? 1975년 8월 1일에 8살과 6살 아들들 명의로 사놓은 400만원짜리 서초동 땅이 현재 공시지가로 40여억이란다. 무려 천배가 올랐다. 그리고 대법원과 검찰청등 11개 사법기관들을 모조리 서초동으로 이전한다는 뉴스가 터진 날이 불과 이틀 후인 1975년 8월 3일이란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말을 믿어야한다면, 차라리 우리 집 강아지 다리가 4개뿐인게 우연의 일치라는 말을 믿겠다.

가족의 재산이 온리 남편만의 재산이 아닌 이상, 어쩌면 부동산투기도 후보 본인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아내가 본인 몰래 논 사고 밭 사고 그러는걸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고, 그게 사실일 경우도 많았을 거다. 그러나 김용준의 아내가 법원의 내부 정보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초능력자일 수는 없을테고, 설사 로또 맞을 확률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을거다. 그러나 나 같으면 땅 사고 난 이틀뒤에 공교롭게 그런 발표가 난다면 차라리 그 땅을 도로 팔았을 것 같고,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나중에 언감생심 국무총리가 되겠다며 들이대지는 못할 것 같다.

나꼼수 김용민은 설마 나중에 본인이 국회의원 출마할 줄 알고서 노인폄하발언을 즐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