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보게 되었는지는 굳이 밝힐 필요가 없을 테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본다는 데 있어 상당한 수준의 결심을 해야 했다. 그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이 빅토르 위고라는 사람은 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식을 쓰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악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악으로 뭉쳐져 있고 모친은 오직 모성애 하나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에게 바친다. 특히 장발장을 다루는 방식...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작가가 주인공하고 무슨 원수가 졌는가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하하하는 전에도 말했지만 마음이 무척 여린 사람이라 불편한 걸 잘 참지 못한다. (그 점에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몬테크리스토 백작 ^^)

 

영화 자체는 괜찮았다. 휴 잭맨이 조금 젊게 보이는 거야 분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장발장을 맡기에는 체구가 조금 작다 싶다. (이거 둘이 싸우면 자베르가 이기겠다 싶을 정도이니 원… )  팡틴느가 앞니를 빼서 팔고 나서 노래를 할 때 이빨이 그대로 보이더군... 뭐 그거야 어쩔 수 없고 노래를 가장 잘하는 건 역시 가수 출신인 코제트 역, 조금 비중이 작다는 감이 있다.

 

그보다 이 영화에서 바리케이드 전투가 상당히 중요하게 묘사된 것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기독교 근본주의자 흐강님께서는 레미제라블을 보고 혁명을 논하다니 말도 안된다며 흥분하시던데… (http://theacro.com/zbxe/special1/730047) 하지만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건 아주 잘한 것이다. 뭐 지금까지 일반 사람들에게 레미제라블 내용을 물어보면 대부분 장발장이 감옥에 있다가 나와서 은접시를 훔쳤는데 주교가 은촛대까지 주더라. 그래서 감동받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 끗. 이 정도 대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원작을 보면 프랑스의 여러 상황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바리케이드 전투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에서 그 사건도 원작에서의 비중보다 더 높지는 못하다.

 

그야 빅토르 위고 자신이 공화제 지지자였고 (지금이야 개나소나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엄청난 진보적 이념이었을 것이다) 이 전투(라기보단 사실 금방 진압된 무장폭동에 가깝지만)를 주도한 이들에 대해 온정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중에 보면 마리우스가 동료들에게 자신을 "보나파르트적 민주주의자"라고 소개하는데 이건 아마 위고 자신의 성향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그 와중에도 작자(와 마리우스)는 나폴레옹에 대해서 상당히 동정적이다. 당연히 앙졸라를 비롯한 진보세력들은 그를 아주 무시하며 경멸하는데 마리우스가 이에 "너희들이 나폴레옹을 모욕하는 건 보수세력 (즉 왕당파)이 하는 방식이나 똑같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항의한다. 이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민노당 등 좌파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모욕할 때 그를 지지하는 진보세력들의 항변과도 비슷하게 보여 상당히 재미있었다. ^^

 

그러고 보니... 어제 로자한나님 글에 대한 댓글로 톨스토이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사실 빅토르 위고와 톨스토이는 상당히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위고가 한 세대 정도 위의 사람이긴 하지만… 우선 계몽적인 내용의 대하소설을 여러 편 썼고 둘 다 당시 상황에서 진보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설을 쓰면서 도중에 내용과 별 관련도 없어보이는 작가 자신의 개똥철학 (^^)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처음엔 당시 작가들은 그러는 게 관습이었나 싶어서 그 시대 다른 작품도 몇 편 찾아봤지만 아직까지 내가 확인한 바로는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나폴레옹에 대한 묘사에 있다. 위에 말했듯이 위고는 나폴레옹에 대해 어느 정도 높이 평가하고 동정적이었던 데 비해 톨스토이는 그 사람에 대해 아주 가차가 없다. 뭐라더라... "그가 역사에서 한 역할은 러시아 원정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한 역할보다 더 작다"라나?

 

러시아의 쿠투초프 장군을 높게 평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어디까지나 수비만 했으니까 어떤 기준으로도 전범이 될 수는 없을 테고 이런 점에서 러시아 민중들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에 더 공세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쿠투초프를 해임했던 알렉산더 황제까지 "러시아의 위대한 정신 가운데 또 하나를 보여준다"며 옹호하는 데 있어서는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이해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폴레옹은 프랑스 사람이고 러시아는 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 톨스토이는 그 나라의 사람이다. 다만 아무리 진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 해도 그의 시대와 배경은 사고방식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또 하나의 예라고만 해두겠다. 물론 그렇다고 좌익이라 해서 박노자처럼 방어적 전쟁까지 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아, 최근에 하뉴녕이 박노자와 진중권을 비교해서 올린 글(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5381.html)이 있던데 그럭저럭 볼 만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