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품위유지비의 지출 항목에 옷을 더럽게 입고 다니지 말라는 취지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출퇴근용 비즈니스 정장을 구입하는데 품위유지비를 써도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따지고 보자면 개인이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이 품위유지의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고시원에 쭈그리고 자지 않고 번듯한 오피스텔을 얻어서 사는 이유도 편리함보다는 품위 유지가 더 큽니다. 꼴망태를 메고 다니지 않고 샘소나이트 서류가방을 구입하는 이유도 품위에 있습니다. 이런 모든 부분에 대한 지출이 고용주가 피사용인에게 품위유지비를 지급하여 사용케하는 목적에 해당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증빙을 요하지 않는 품위유지비를 따로 주는 이유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품위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회사가 공식적인 회계절차상 허용하는 범위 밖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에서 지급하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풍류성 접대에서 지불하는 팁이 있고, 상가집에서 고스톱판에 끼어 잃어줘야하는 돈이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불해야 하는 선물구입비용이 있습니다. 이들 지출의 공통점은 '지출자 자신의 소비나 축재를 위한 지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아르마니 정장을 구입하는 일은, 사회통념상 부적절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