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선 끝나고 적은 대선 소감인데, 늦기는 했지만 올려봅니다.




 

내 주변의 선후배들은 대부분 이번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들은 '당연히' 내가 문재인을 찍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예 묻지도 않다가 내가 "이번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경악한다. 천하에 없는 배신자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내가 "이번에 투표하지 않았지만 만일 투표장에 갔다면 아마 박근혜를 찍었을 것"이라고 덧붙이면 말 그대로 멘붕 상태가 된다.

그분들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이번 선거 결과가 그다지 불만스럽지 않다. 아니, 솔까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이 당선됐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주관적인 감정의 문제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문재인 찍은 분들이 지금 느끼는 그 답답하고 참혹한 심정의 10배 가량 분노를 느꼈을 거라고 본다.

문재인이 당선됐을 경우 앞장서서 설쳐댔을 무리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문재인 이해찬 박지원 문성근 서영석 김어준 기타 숱한 노빠 무리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아니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이 설치는 세상이 싫다. 깨어있는 시민 운운하며 잠 안자고 밤새 고래고래 고함치며 민폐 끼치는 무리들이 싫다. 잠이 안 오면 조용히 니들끼리 고스톱을 치던지 응응응을 하던지 해라. 왜 다른 사람들까지 자지 말라고 짖어대는데?

무엇보다 이번에 문재인이 승리했다면 노빠들의 그 더럽고 야비한 정치공학 논리, PK 출신 후보여야 경상도의 단결을 무너뜨리고 야권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그 논리가 공식적으로, 누구도 도전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절대명제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조까지 마라.

보수나 TK가 자기 패권을 추구하는 거야 그들의 논리니 그런다 치자. 하지만 적어도 진보와 개혁, 호남이 노빠들의 'PK 후보 유일선' 논리를 수용하는 것, 나는 절대 못 받아들인다. 이 논리를 깨트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번 대선 결과, 훌륭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에 문재인이 승리했다면 아마 문재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몇번씩이나 나불거린 그 'PK 정권' 명분이 전체 개혁 민주 진영과 호남에 의해 공식 승인되었다고 생각할 거다.

대선 패배 이후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를 봐도 그 허접한 대가리 속을 지배하고 있는 논리구조가 훤히 보인다. 40% 가까이 득표했다면서 PK를 옹호하는 발언에서 대선 패배보다 지 고향에서 그만큼 얻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 부여를 하는 심리를 확인한다. 지 국회의원 선거구에서마저 박근혜에게 쳐발린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그런 수치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대선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며 파렴치한 수작을 늘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했다면 노무현은 공식 컴백하게 된다. 노무현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김대중 따위는 손가락 하나로 짓누를 수 있을만큼의 성군이라는 노빠들의 시각이 공식으로 인정받는 결과가 된다.

나는 솔까말, 노빠들이 김대중과 노무현을 어떻게든 하나로 묶으려는 그 시도가 역겹다. 솔직히 말해 김대중 따위는 인정하지도 않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현실적인 필요(결국 호남표) 때문에 알랑방귀를 뀌면서 내심 지들이 많이 양보해준다고 생각하는 그 속내가 역겹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민주당사 안에 김대중과 노무현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을 TV 화면에서 보면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말하면 나더러 분열주의자라고 욕하는 사람들 많을 게다. 맞다. 나 분열주의자다. 야권이나 호남이 지금이라도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먼저 노무현과 노빠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나는 분열주의자다. 하지만 하나는 말해두고 싶다. 분열을 내세우고 그걸 정당화하는 무한루프를 먼저 도입한 것은 노빠들이다. 그 분열주의자들과 갈라서자는 것은 분열주의를 극복하는 분열주의다.

노빠들은 여전히, 전혀, 자신들의 과오와 악행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대해서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이번 대선에서 노빠 후보가 승리했다면 그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 정의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유보이다. 나는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역사가 다시 저 무리들을 심판하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지루한 기다림을 많이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번 대선 결과가 꽤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