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의 특정업무경비 검증, 비본질적으로 흐르고 있다


먼저 제 입장을 밝힙니다. 저는 이동흡에 긍정적이지 않으며, 또 이동흡을 옹호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번 청문회와 관련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청문회의 수준을 높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동흡의 도덕성 검증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는 <특정업무경비>의 유용(횡령)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루는 민주당 의원이나 언론의 태도를 보면 예전과 나아진 것이 없고, 비본질적인 부분에, 감정적으로 유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헌재의 김모 사무관(경리담당)의 증언에 따르면, 헌재는 헌법재판관들에게 매월 300~500만원 현금(수표)을 일시불로 지급합니다. 그 사용내역(증빙, 영수증)도 헌법재판관들이 직접 작성하거나 영수증을 첨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서들이 작성하여 경리팀으로 넘겨주고, 경리팀은 확인도 하지 않고 캐비닛에 보관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헌재 이외에도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하는 다른 기관도 헌재와 유사한 형태의 지급과 관리가 관행인 것처럼 보입니다.

김모 사무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헌재는 특정업무경비를 1회 30만원 이상은 지급할 수 없는 규정을 위반했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업무에 실제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체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겠죠.

이동흡의 특정업무경비의 본질적 문제는 그 경비가 용도에 맞게 정확히 사용되었느냐, 그리고 그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이 갖추어져 있고 체크를 철저히 하고 있느냐인데, 엉뚱하게 지급된 현금(수표)를 개인 계좌에 입금하고, 그 돈이 MMF 계좌로 들어간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여러분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특히 피노키오님께서는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님께서 헌법재판관이고 특정업무경비를 매월 300만원 현금(수표)을 일시불로 받는다면 어떤 식으로 관리하겠습니까? 수표를 그대로 서랍 속에 보관하고 있겠습니까? 님도 일단 통장으로 입금하겠지요. 통장이라고 하면 본인의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이 될 것입니다. 급여이체 통장이라도 본인 이름의 개인 계좌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 이제는 기존에 갖고 있는 통장(급여 통장, 생활비 등 개인 입출입용 통장)에 입금할 것인지, 특정업무경비만 별도로 입금하는 통장을 새로 개설하여 그 곳에 입금할 것인지의 선택만 남겠군요. 박범계 의원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되는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입금하지 않고 기존의 통장에 입금했다고 크게 문제 삼습니다. 박범계 의원 말대로 별도의 통장에 입금해 관리한다고 합시다. 그 통장에는 이자가 붙지 않습니까? 기존의 통장이나 MMF 계좌에 넣어도 이자가 붙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통장도 이자가 붙습니다. 이젠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할 경우를 볼까요? 재판관들과 업무차 식사를 하고 특정업무경비를 쓸 경우 그 비용의 결제를 어떻게 할까요? 현금으로 결제하든지, 개인 카드로 결제를 할 것입니다. 이 경우 특정업무경비만 입금된 통장과 무관하게 식비를 결제하게 됩니다. 결국 일단 헌법재판관의 개인 돈으로 일단 결제하게 되는 것이죠. 개인 돈으로 결제했으니 별도 통장의 계좌에서 인출하거나 별도 통장에서 개인 카드가 결제되는 통장으로 이체시켜야 할 것입니다. 결국 기존의 개인 통장에 특정업무경비를 입금시킨 것과 마찬가지가 되지요. 그런데 왜 번거럽게 별도 통장을 개설하고 이체하는 수고를 해야 할까요? 개인 돈과 특정업무경비의 지출이 현실에서는 혼재해서 나타납니다. 이게 실제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현금(수표)으로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기존의 통장으로 입금하든, 별도 통장을 개설하여 입금하든 하등의 차이가 없게 됩니다. 왜 굳이 별도 관리를 해야 할까요? 이것이 중요한 문제입니까?

별도 통장으로 입금하면 사용내역이 확실하지 않아도 유용(횡령)이 되지 않고, 기존 개인 통장에 입금하면 사용내역(증빙)이 확실해도 유용(횡령)이 되나요?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따지지 않고 국민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만 하다고 생각하는 “이자놀이” 운운하면서 입금한 통장이 어디냐를 문제 삼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요? (오늘자 한겨레신문은 이동흡의 검증과 관련한 대부분의 기사가 개인 통장에 넣고 MMF 계좌로 이체하여 이자놀이했다는 것으로 채워졌더군요.)


다른 헌법재판관들도 받은 수표를 어디에 입금했는지 확인해 보시면 마찬가지일 것이라 봅니다.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는 검찰, 경찰, 공정위 등에 확인을 해 보아도 별도 통장을 만들어 거기에 입금하여 관리하기 보다 대부분 기존의 개인 통장에 넣거나 그것을 그대로 현금으로 갖고 다니며 사용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들 모두도 별도 통장으로 입금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용(횡령)한 것이 됩니까?


특정업무경비의 문제는 그 성격이 애매모호하고, 그 사용처를 명확히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경찰들은 특정업무경비를 급여의 보전 성격으로 생각하고 아예 급여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다른 기관들에서도 특정업무와 관련한 경비의 성격도 있지만, 급여 보전 성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인식이 지급하는 경리(총무)팀이나 받는 당사자에게 만연하여 부실한 관리가 이어지고 계속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특정업무경비의 사용처를 엄격히 하고, 급여 보전 성격이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급여로 전환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야 실질적으로 급여이면서 지급 형태는 활동비가 되어 소득세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업무특정경비, 특별활동비 등과 같이 비급여성으로 지급되는 이유도 소득세 경감을 위한 목적도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금이나 수표로 지급을 금지하고 법인카드 사용만 허용하게 하여야 합니다. 다만 경찰과 같이 소액(월 30만원 이하)으로 지급되고 법인카드를 발급해 줄 수 없는 경우는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구요.

청문회에 나타난 문제점을 이런 식으로 입법화하여 개선해서 근원적으로 편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당사자들도 편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전번 글에도 언급했지만, 이동흡의 특정업무경비 문제는 이동흡의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차후의 청문회 대상자들에게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시에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이강국 현 헌법재판소장, 김영란 전 헌법재판관, 김능환 중앙선관위원장은 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이 분들은 비교적 청렴하고 진보적 성향을 가지셨습니다. 만약 이 분들 중 한 분이 총리 후보로 청문회에 선다면, 이동흡과 마찬가지로 특정업무경비와 관련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고, 이동흡과 동일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는 어떻게 하실 것인가요? 특정업무경비를 별도의 통장에 입금하고 관리한 사람은 통과, 기존 통장에 입금한 사람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시겠습니까?


제가 주장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청문회가 실질적인 검증의 자리가 되고, 생산적인 결과와 장래의 문제도 함께 고찰할 기회를 가지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쓴 전번 글을 복사해 첨부합니다.
--------------------------------------------

이동흡의 헌재소장 청문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는 특정업무경비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여야 하는 경비이고, 1회 30만원 이상은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해진 모양이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헌재의 김모 사무관의 증언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에게 월 300~50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매월 일시에 지급하고, 그 사용내역(증빙자료)는 비서실에서 작성하여 경리팀에 제출하고, 이를 경리팀은 확인도 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1/22/0200000000AKR20130122095000001.HTML?did=1179r 

제가 아래의 댓글에서 예상했던 대로 헌법재판소(경리팀)는 헌법재판관들에게 매월 일정액을 특정업무경비로 지급하고 그 증빙은 당사자(헌법재판관)들이 직접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서실이나 경리팀에서 형식적 자료만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관행으로, 사실상 특정업무경비가 적정하게 사용되었는지 전혀 체크를 하지 않고 있다.

저는 여기서 이동흡을 관행이라는 이유로 옹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관행이 헌재 뿐 아니라 다른 행정기관, 공기업에도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시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고, 그것을 이번 기회에 법제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주장을 이미 앞서 했는데 우연치 않게 청문회의 새누리당 의원이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이 기사로 나왔다)

특정업무경비는 말 그대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특정한 업무에 사용되는 경비인데 이것을 정액으로 현금(수표)로 선지급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 경비는 영수증을 첨부하여 청구를 하면 그에 따라 후지급하는 것이 업무의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선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증빙자료가 있는 것에 한해 후지급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할 듯하다.


이런 관행이 통념상, 상식선에서 양해가 되는 선이라면 별다른 법제화가 필요 없겠지만,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결격사유로 판단된다면, 차후의 다른 공직자 검증에서도 이 문제는 또 불거질 것이고 또 이 문제로 논란에 싸이게 되며, 결국 특정업무경비를 받았던 고위 공직을 역임한 사람들은 청문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이동흡이 이 문제로 결격사유가 된다면 관행상 이동흡과 같이 특정업무경비를 받아 헌재 경리팀처럼 처리했던 공직자는 모두 앞으로 청문회 대상의 고위 공직자로 나설 수 없을 것이다. 당장 헌법재판관으로 일한 김영란, 헌재소장 대행 이강국 등 헌법재판관을 지낸 분들은 이 문제에 결릴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이 이것이 문제가 되어 등용할 인재풀이 확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청문회가 보다 생산적인 결과물을 낼려면 청문회에서 나타난 이런 문제를 일시적, 한 개인의 문제로, 이 때만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차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때에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는 김모사무관의 증언를 보고 좀 의아스러운 것이 있다. 증빙서류(영수증)가 필요한 것(회계상 필요 첨부 서류)라고 한다면 당연히 회계처리시 이 증빙들을 첨부하여 회계상 문제가 없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처리하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캐비닛에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헌재는 치외법권 영역인가? 이번 기회에 이런 영역이 존재하는 기관들에 대해 별도의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도 필요할 듯하다. 일반기업에서는 단 1원도 증빙자료(영수증)가 없으면 문제가 되고 그 1원을 찾기 위해 경리팀이 밤을 새는 경우도 있는데, 법을 더 잘 준수해야할 집단에서 이런 일을 관행이라는 이유로 방치했다면 문제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