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밥먹다가 채널A였나? 이만섭 전국회의장이 나오더군요. 이분이 정계원로이고, 한국현대사의 산 증인쯤 되는 분이라서 채널을 고정시키고 잠시 봤습니다. 마침 박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가장 가까운 곁에서 지켜봤으니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의 증언인 셈이죠. 그래서 사회자도 특별히 박정희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려달라는 질문을 했고, 이만섭 의장 역시 내가 박대통령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속속들이 잘 아는데..라며 운을 떼더군요. 그러면서 평한 첫마디가, 인간 박정희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권위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너무나 소탈한 분이었다..였습니다. 그당시 흑백사진 같은 게 화면으로 나오던데 박대통령이 사람들과 돗자리 깔고 앉아서 막걸리 먹는 장면같은 것도 나오더군요. 근데 이 분을 보니 진짜 박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이 가득한 표정과 톤으로 그 말을 해서,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평가하는 것으로 들리더군요. 근데 이어지는 말은 이랬습니다. (그 양반이 정말 소탈하고 권위주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분이긴 한데)단, 대통령이라는 자기 자리를 넘보거나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에게는 가차없다고, 잘못하면 중앙정보부에도 끌려가고 암튼 정말 무서운 분이기도 했다..라고..ㅎㅎ

그러면서 자기 에피소드도 들려주더군요. 이분이 언론계에 있다가 5.16 군사정변 직후 3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부터 정계에 입문을 했는데, 그때부터 박대통령과 인간적으로 아주 가까이 지냈나 보더군요. 근데 아시다시피 63년에는 직선으로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호남에서 영남보다 더 많이 지지) 그리고 67년에도 연거푸 직선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됐죠.(=영호남이 동시에, 이때는 영남이 좀 더 많이 지지) 근데 헌법상에 중임제는 가능해도, 대통령을 3번 연임하는 것은 못하게 못을 박아뒀는데 그래서 정권 중반기 즈음 헌법조항을 바꿔야겠다는 말을 자신에게 넌지시 하더랍니다. 근데 전직 기자 출신이었던 이만섭 의장은, 그렇게 3번 연임하려고 개헌꼼수를 부린 게 시발이 되어 3.15부정선거와 4.19민주혁명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지켜봤고, 그 현장에서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밧줄에 목이 묶여 시민들 손에 질질 끌려나가는 것 까지 직접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각하,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간곡하게 직언을 했답니다. 기자 시절 자기가 보고 들은 그 광경을 그대로 들려 주면서, 정 대통령이 하고 싶으면 자기가 후임자까지 물색해 놓을테니 (지금으로 치면)러시아 푸틴 처럼 한번 정권을 후임자에게 넘겨줬다가 이후에 다시 대권을 잡는 게 어떻겠냐는 복안도 내놨다더군요. 근데 박정희 대통령 왈, 아니 그 후임자가 정권을 다시 내게 넘긴다는 보장이 어딨다고 그런 헛소리를 하냐?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굉장히 서운해 하더랍니다. 그러고는, 야..이만섭이! 넌 내가 좀 부탁하면 그래도 내 편 들어줄줄 알았는데 니가 그럴 줄 몰랐다고 척이 지게 되어 결국 69년에는 삼선개헌을 강행했고(=그래서 71년에 다시 대선 출마), 이만섭은 그때 부터 박정희의 눈 밖에 나면서 차기 공천을 못받아 70년, 73년 두번의 총선기간 동안 백수로 지내야 했답니다.(=이분이 무려 8선의원입니다. 이 시기 빼고는 앞뒤로 대충 국회의원 다 했다는 소리겠죠.)  

자, 그렇게 해서 69년 삼선개헌이 통과가 되긴 했는데, 이미 이승만의 독재를 뒤엎은 전례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의 71년 대선출마가 곱게 보일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글깨나 배운 식자층이 몰려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특히 학생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더이상 독재는 안된다. 그러니 박정희도 안된다. 이제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기류가 크게 일기 시작했고, 이 새로운 열망을 한몸에 받아안고 71년 대선에 야권의 주자로 나선 이가 김대중이었습니다. 

그리고 펼쳐진 71년 대선, 정치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71년 대선 당시, 여당의 부정투표가 쩔었다고 합니다. 아예 공무원들이 단체로 동원이 됐다는 증언도 있더군요. 유권자 일인당 돈봉투 한장씩을 나눠주며 봉고차로 투표장에 까지 모셔다 주는 짓을 지역의 공무원들이 했고(=짬밥으로 6급 이상 올라간 아저씨들이 그때는 그랬다면서 웃으면서 하는 체험담도 들었답니다, 공무원 하는 제 친구가..) 아예 투표함 자체를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고 하죠. 그렇게 까지 해서 겨우 김대중을 부정한 방법으로 이기고 대권을 손에 쥔 게 71년 대선이었습니다. 이때도 영남은 지역주의 정서에 젖어 박정희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고, 삼선개헌 이전에는 박정희를 지지했던 호남이 이제 71년 대선에서는 새로운 개혁성향의 인물로 김대중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습니다. 그렇게 영호남의 몰표가 뚜렷하게 갈리는 투표가 처음 시작이 된 건데..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 투표율을 보면서, 대체 누가 쪽팔려야 맞는 겁니까? 

이게 다가 아니죠. 그렇게 71년 대선에서 대권을 잃을 뻔 한 경험을 하고 나니, 이제 박정희도 완전히 막가는 선택을 합니다. 이듬해 72년 다시 헌법을 고치는 짓을 하게 되죠. 근데 이제는 눈치보는 것도 없고, 완전히 배째랍니다. 대통령을 직선이 아닌, 간선으로 뽑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내가 (북한왕조처럼)종신독재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헌법을 고치겠다는 거죠.(=그래서 김정일은 본인의 입으로 남조선 대통령 중 박정희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죠. 모름지기 지도자란 그정도로 통이 크고 화끈해야 한다면서..ㅎㅎ)그러기 위해서는 내 입맛에 맞는 놈으로 앉혀놔야 겠죠. 그래서 인사권을 장악하기 위한 내용을 주로 해서 헌법을 개정합니다. 우선 국회와 법원의 동의로 선출이 되는 고위직들 거의 전부를 모두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 것으로 바꾸고, 가장 압권인 것은 이런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사를, 그것도 무슨 대법원장도 아닌 사법고시 붙고 막 임관한 개별 판사들 "전원"의 임면권자를 대통령으로 하는 헌법개정을 합니다. 또 반발하는 놈들을 합법적으로 조지기 위해, 특히 4.19혁명 이후 국민들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기본권 조항 다수를 헌법에서 다 빼버립니다. 이렇게 기가막힌 꼼꼼함속에서 탄생한 게, 소위 말하는 유신헌법이죠.(=이건 대한민국의 헌정을 대통령 일개인이 마음대로 짓밟은 수치스런 사건인데, 누구보다 법치와 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일베님들은 이런 게 하나도 눈에 밟히지 않나 보더군요. ㅎㅎ) 

그리고 이렇게 유신헌법부터 만들어 놓고는, 이제 긴급조치와 유신헌법을 앞세워 자신의 정적을 마음대로 조져나갑니다. 이때 동원된 게 너 빨갱이지? 아닌 걸 증명해봐(=중세 버전으로 바꾸면 너 마녀지? 아닌 걸 증명해봐? 못하겠지? 그러니까 넌 마녀야!)의 용공조작 논리입니다. 그 제거대상 1호가 71년 감히 자신의 대권 가도를 방해한 시건방진 호남 촌놈 김대중이었죠. 그렇게 찍히고 나서, 아니구나.. 71년 대선 당시 이미 김대중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김대중이 한창 대선 유세를 하고 있는데 14톤 대형트럭이 와서 냅따 들이박았고 그후로 김대중은 평생 다리를 절면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오직 대선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짓을 당한거죠(=그런데도 일베"충"들은 김대중을 펭귄이라고 놀려댑니다.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안드시나요?) 반면 사고낸 당사자는 1년인가 형을 받았는데 형기를 다 살지도 않고 나왔고, 그후에 이 양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그럼 이게 누가 한 짓이겠습니까? 그 배후에 당연히 (아주 소탈하고 결코 권위주의적이지 않았던,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에게는 그 누구보다 무서웠다던 바로 그)박정희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후로도 김대중의 고초는 이루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73년에는, 일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중정부장 이후락이 납치 및 살인을 지시했고, 그 지시에 따라 김대중을 살해해서 시신은 토막낼 계획이었는데 머물던 호텔에 지인이 나타나서 계획이 변경됐습니다. 납치한 후 곧바로 호텔 바깥으로 데려나와 바다로 갔고, 중앙정보부에서 미리 준비한 위장한 화물선으로 옮겨 실은 후 바다 한가운데 퐁당 빠뜨릴려고 했죠. 온몸을 꽁꽁 묶고 50KG 쇳덩이를 몸에 달고 수장시키는, 영화속 조폭들이 잘하는 그 짓을 대한민국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했습니다. 생각할 수록 살떨릴고, 그 끔찍함이 온 몸으로 느껴지지 않습니까?)이 발생해서 외교문제로 까지 불거졌고,(=이런 사건들이 외신에 알려지면서 김대중은 독재정권과 맞서싸운 민주주의의 투사로 각인이 됐고, 그래서 세계인들이 그토록이나 김대중을 존경하는 겁니다.) 이후로도 수년간의 가택연금, 또 내란음모죄에 휘말려 사형언도를 받는 등..한 개인, 아니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말살하기 위한 온갖 핍박과 탄압이 대한민국 정부의 손으로 자행이 된 겁니다. 80년 신군부가 다시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광주에서의 민간인 학살은 소위 말하는 영남정권에 의해 자행된 국가폭력이었고, 이 국가폭력을 자행한 정권을 아무 생각없이 몰표로 지지해온 게 영남의 표심이었습니다. 저도 영남사람이지만, 대체 무슨 자격으로 호남의 몰표 운운하는지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TK출신이신가 본데, 70%로든 80%로든 대체 영남의 표에 무슨 정당성이 있다는 건지 한번 설명이나 해보세요. 

역사를 상기해 보면, 저는 호남의 90% 몰표는 너무나 이해가 잘가는데, 영남의 70%-80%를 육박하는 그 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거든요? 잘살게 만들어줘서 그렇다고 지금은 좋은 쪽으로 추억을 하지만, 그 당대에는 밥굶는 시기를 벗어났다는 감격을 서서히 체감하는 정도가 다였지 여전히 허리띠 졸라매고 고생만 찍싸게 하던 시대였습니다. 임기 중에도 유신헌법 제정 전후로는 정치 문제로, 이후 70년대에는 오일쇼크가 터지고, 또 부가세를 신설하는 등 물가가 껑충 뛰면서 민심이 굉장히 안좋았다고 이만섭 의장도 그러더만요. 결국 그렇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민심을 잃는 위기의 순간을 맞으면서도 여전히 영남만큼은 "독재자" 박정희를 절대적으로 지지했고, "민주주의자" 김대중을 미워했습니다. 그것도 한 개인의 목숨까지 빼앗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그 무시무시한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욕을 했습니다..대체 영남에 만연한 이 집단 정신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님의 고견을 듣고 싶네요. 그리고 독재자를 지지하는 70-80%의 투표율을 앞세워 민주주의자를 지지하는 90%의 투표율에다 대고, 그게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하는 그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간이 배밖으로 나오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상식적인 수준에서 곰곰히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위에서 보는 바, 인간 박정희와 인간 김대중이 내 주위에 같이 있다면 대체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만섭 의장같이 좋은 쪽으로 추억할 수 있는 건, 양반 상놈의 신분질서가 있었고, 그게 무너졌지만 여전히 유교적인 정서가 관성적으로 몸에 배여있어 집안에 판검사 하나 나오면 그게 가문의 영광인 줄 아는 그 어르신들의 생각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권력 앞에서 초라해 지고, 당하는 위치에서는 오뉴월의 한을 품지만 그래도 그 권력을 자식들 손에 쥐어주기 위해 머리털 깎아서 까지 공부시키며 한평생 자식들 뒷바라지로 힘겹게 살았던 그 굴곡많은 인생사에서나 그런 평가가 납득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박정희 좋아하는 것은 저도 이해가 가는데, 수틀리면 선생님께 주먹 부터 날리고 뭐라고 한 소리하면 맛폰 부터 들이대는 요즘의 그 꼬꼬마놈들이 저 무시무시한 박정희가 좋다고 물고 빨고 하는 것 보면 솔까말 이해난망입니다. 같이 붙여 놓으면 짜증나서 한순간도 못버티는 것을 넘어 뭐 저런 재수없는 개새퀴가 다있냐고 동네방네 욕하고 다닐 것이 뻔한데,(=근데 그런 짓 하면 잡혀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죠 ㅎㅎ) 대체 어떤 점이 그리 좋다고 박정희를 물고 빠는 겁니까? 사실 그 애들의 그런 철없음 까지 다 받아줄 만큼 마음이 하해와 같이 넓은 건 박정희가 아니라,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김대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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