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지난 대선과 총선 당시, 호남의 일부라도 최대한 설득해서 차라리 새누리당을 찍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는 호남도 이제 상수가 아니라 변수가 돼서 가장 많은 선물보따리를 들고 오는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의 그 주장과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런 내 주장은, 지금의 차별적인 현실이 호남의 몰표에서 기인하므로 분산투표를 해야한다는 주장과는 그 층위와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내 주장은 몰표든 분산투표든 구애받지말고 보다 능동적으로 변수가 되자는 주장이고, 몰표 반대론자들은 그저 "호남이 별종으로 취급받으니까 몰표만은 이제 그만"이라는, 그 동안의 호남투표를 근본적으로 비하하고 부정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노빠들의 호남몰표비판론이 욕을 먹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니었나? 그 논리가 확장되어 호남구태척결론까지 등장하는 것이고.

그러나 내 주장은 다르다. 나는 호남에 이익이라면, 민통당은 물론이고 역으로 새누리당에 90% 몰표를 주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표에 응답하지 않고 배신하면 잔인하게 "씹던 껌"처럼 뱉어버리고. 훨씬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그런 자세로. 타 지역이나 중도층들에게 몰표라고 욕먹고 있으니 분산투표하자는 주장은, 또 다른 노예의 논리일 뿐이다. 남 눈치보는 투표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일 턱이 없지 않은가.

어차피 호남은 몰표를 찍어도 지역주의라고 욕먹고, 분산투표를 해도 지역주의라고 욕먹는다. 몰표를 찍으면 몰표니까 지역주의이고, 분산투표를 하면 지역에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고 새누리당을 찍은거니 그 역시 지역주의가 된다. 혹시 진보정당에 절반 쯤 주면 다를까? 호남은 역시 유별나다며 손가락질할거다. 아마도 빨갱이들 동네라서 확실히 다르다고 하겠지. 

어차피 호남이 뭘하든 지역주의 아니면 빨갱이라고 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피해의식에 쩔어있다고 비웃는 자들 앞에서 왜 욕먹을까봐 눈치를 봐야 하는지? 철저하게 이익투표를 해야 하고, 이제 민주당에 대한 몰표는 더 이상 호남에게 최선의 이익이 아닐뿐이다. 분산투표를 하든 아니면 새누리 민통당 진보정당 가리지않고 몰표를 주든, 그것은 오로지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호남유권자들의 신성한 자유이다. 철저히 이익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해야하며, 노빠든 누구든 감놔라 배놔라 협박질하는 자들은 호남의 적일 뿐이다.

그러나 과연 그리할 때, 호남이 과연 차별적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런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물론 미래의 일이므로 희망적인 예측도 가능하고, 비관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어쩌면 역사적 경험으로 유추해볼 때 비관적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어떤 분은 호남이 몰표를 버리면 호남차별발언도 없어질거라는 참으로 눈물겹도록 애정어린(?) 충고도 하시는데, 그 분은 호남 몰표가 1987년 이후부터이고, 호남멸시와 차별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시나보다.

호남몰표가 87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은, 적어도 그 이전에는 호남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분산투표했었다는 뜻이다. 즉 호남차별은 결코 스스로 자처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요된 현실이라는 것이고, 호남이 뭘하든 상관없이 차별은 강제될 거라는 의미이다. 왜냐면 호남차별은 경.제.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호남이 뭘하든 지역주의라고 욕먹어야하는 것과 그 구조와 메커니즘이 정확히 똑같은거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다를거라고? 그렇다면 근거를 대시든가.

그럼 과거 호남 몰표가 없었을 때는 무슨 핑계를 대면서 차별을 했을까?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빨갱이들이라는게 핑계였다. 그럼 광주항쟁 이전에는? 깽깽이들은 뒷통수 잘치고 거짓말을 밥먹듯하고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며 차별했다. 서울 부산을 잇는 경부축 산업화라인에서 벗어난 우연한 결과이니 차별당하는건 당연하다며 차별했다. 정 핑계거리가 없으면 조선시대 고려시대 기록까지 들먹거리며 차별했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이제는 다를거라며 중도층에게 잘보이라며 훈장질이고, 문재인 따위에게 몰표를 줫으니 비판당해도 싸다는 헛소리를 들어야하는지? 호남이 반백년이 넘게 차별과 멸시를 당할 때, 뭘 해줬다고 훈계질을 하시는가? 홍어산란기는 유머일 뿐이라는 그 입으로 말이다. 노빠들이 잠잠해져서 한 숨 돌리나했더니 별 우스꽝스러운 작자들까지 나서서 눈물겨운 애정질이다. 현찰 없는 애정공세는 노빠들만으로도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의 훈장질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호남은 이제 찍어주면 지역주의라고 욕하고, 안찍어주면 배신했다고 욕하는 정신병자들과는 결별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진심어린 충고는 담겨있을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말이다.

이것이 2013년 호남이 마주한 엄중한 정치적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