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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따지자면 경제적차별과 사회문화적차별은 현상적으로는 구분이 된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어떤 집단에 대한 경제적차별과 사회문화적차별은 동시에 나타난다. 경제적동기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사회문화적차별만 존재하는 경우는, 동성애자 차별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대부분의 사회문화적차별은 경제적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외피로써 등장한다. 

가령 여성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은 순수하게 사회문화적 차별일 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여성들에 대한 경제적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문화적으로 열등함을 주장하고 차별적인 표현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는 학력차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학력간 소득격차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저학력자들을 지잡대 운운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열등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 학력차별 문제의 본질이다.

그러면 대표적인 지역간 차별인 호남차별은 어떠한가? 이 역시 여성차별 학력차별과 동일한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 호남차별현상에는 소득배분의 경쟁에서 호남인들을 배제하고 싶어하는 경제적차별과,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홍어 뒤통수 냄새 드립을 치는 사회문화적 차별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두가지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두가지가 융합되어 정치적인 문제로 발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제적차별이 주된 측면이고, 사회문화적 차별은 종속된 변수일 뿐이다. 따라서 경제적차별에는 눈을 감고 리버럴적 감성으로 사회문화적 차별에만 반응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이다. 아마도 시너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질타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시너님의 문제제기에 적극 동감한다. 그러나 자칫 사회문화적 차별의 해소를 주장하는 자체를 혐오하는 역편향의 위험이 있다. 우리는 두가지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것이다. 사회문화적 차별에 등한시하고 경제적차별의 해소만을 주장하는 것 역시 오류라는 것이다. 우리는 '전장군 땅크 땅크'와 '홍어산란기'에 그냥 웃기만 해야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정치권은 차별문제의 본질인 경제적차별의 해소를 위하여 주로 노력하고, 사회문화적 차별은 가급적 민간의 자율적인 해소노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정치권에서 '보슬아치'와 '지잡대'에 왈가왈부하면 모양새가 안좋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의 해소 노력이 별 성과도 없고, 사회문화적 차별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다면 개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 인종차별적 모욕을 가중 처벌하는 법률이 따로 있는 것이 그런 사례일 것이다.

사실 경제적차별이 해소되면, 사회문화적 차별은 시간 격차를 두고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게된다. 반복하지만 그것은 경제적차별을 합리화하는 도구이자 외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권, 특히 야권은 호남차별에 대해서만은 이 과정이 반대로 뒤집혀있다. 지역간 경제적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저 사회문화적 차별에 분노하는 여론을 적절히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을 따름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정치권은 경제적차별 해소에 더욱 집중하고, 민간은 정치권이 경제적차별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사회문화적 차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쟁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민간에 요구해야 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도 오류이고, 반대로 민간에 요구해야 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 역시 오류라는 말씀이다.

첨언하자면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이나 학력간 차별등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지역간 차별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둔감하다. 그들은 심지어 지역간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저 많이 양보해서 사회문화적 차별은 있는 것 같다는 입장이 그들의 맥시멈이다. 홍어드립 뒷통수드립은 '아무런 경제적동기 없이' 그저 사회문화적 유희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설령 그들 주장대로 호남차별이 순수 사회문화적 차별에 불과하더라도, 그들이 순수 사회문화적 차별인 동성애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이해불가이다.

이렇게 어떤 차별적인 현상에 대해, 경제적동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보를 논한다. '대부분의 사회문화적 차별은 경제적동기에서 출발한다'라는 아주 단순한 진보적 명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과제인가 싶다. 그런 주제에 '호남은 왜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가?'를 놓고 열심히 토론하면서 호남유권자들을 원망하고 비난한다. 겨우 내놓는 분석이 '지역주의에 선동당해서'란다.

물론 호남유권자들이 '사회문화적 차별'에 공감해주는척하며 이용해먹는 노빠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많이 안타깝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그런 노빠들보다 더욱 한심한 것을 어쩌랴? 또한 경제적차별에 대해 이야기는 하면서도, 실상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표만 받아먹으며 놀고 먹는 무능한 비반노 정치인들 역시 한심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