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벽에 붙은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참이다. 포스터엔 스무 명 남짓,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한국 사람들의 얼굴이 적혀져 있고 그 밑에 성명, 나이, 범행 내용, 인상착의 따위가 기록되어 있다. 그 중 몇은 '검거'라고 쓰인 붉은 도장이 쿵쿵 박혀져 있다. 수배자들의 사진 가운데엔 대학생이 아는 얼굴도 하나 끼여 있다. 그는 청년의 선배이다. 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선배는 몇 달 전부터 수배되어 있는 중이다. 청년은 지금 그 선배의 사진과 무슨 얘기라도 나누는 양 골똘히 마주 대하고 있다. 바로 그때 역장이 청년을 불렀으므로 청년은 저으기 놀란 모양이다.

 "이봐요, 젊은이. 추운데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와서 불 좀 쬐구려."

 청년은 우물쭈물하더니 이윽고 난로 쪽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역장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누구……더라."

 역장은 의외라는 표정이다. 청년의 얼굴이 금방 기억나지 않는다.

 "저, 역장님은 잘 모르실 거예요. 고등학교 때 통학하면서 줄곧 뵈었는데…… 재너머 오동삼씨가 제……."

 "아아, 이제야 알겠네. 자네가 바로 오씨 큰아들이구먼. 지금 대학에 다닌다면서, 그렇지?"

 "예……"

 "맞아. 작년 여름에 내려왔을 때도 봤었지. 그래, 방학이라서 집에 왔구먼."

 "예……"

 역장은 청년을 새삼 믿음직스러운 듯 바라본다. 역장은 그를 기억해 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성실하고 착한 학생 같았었다. 여느 애들과는 다르게 생각이 많아 뵈고 늘 손에 책이 들리워져 있는 것도 대견스러웠다. 그러길래 청년이 인근 마을에선 유일하게 도회지의 국립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그게 우연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이다.

 "아믄,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지. 뒷바라지 하시느라 촌구석에서 뼈빠지게 고생하시는 부모님 호강도 시켜드리고. 고향에 좋은 일도 많이 해야 하네. 알겠는가."

 "예……"

 역장이 어깨를 툭툭 두르려 주며 격려했고. 청년은 고개를 떨군 채 희미한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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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받으라이. 느그 아부지가 준 돈은 책값하고 하숙비 빼면 니 쓸 것도 부족하꺼이다. 괜찮다이. 내, 그동안 몰래 너 오면 줄라고 모아둔 돈이니께. 달걀도 모았다가 팔고 동네 밭일 해주고 품삯 받은 거이다. 아무쪼록 애껴 쓰면서, 공부도 좋재만 항상 몸을 살펴야 쓴다이.

 동구 밖가지 따라나온 어머니는 꾸깃꾸깃 때에 절은 돈을 억지로 손에 쥐어 주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은 마른버짐이 허옇게 핀 얼굴로 그가 고개를 꼬박 넘어설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흥, 대학생? 그까짓 대학생이 무슨 별거라구……

 춘심이는 역장과 청년의 대화를 들으며 입을 삐쭉인다. 춘심이가 벌써 삼 년이나 몸 비비고 사는 민들레집 근방 일대엔 서너 개의 대학이 몰려 있었으므로 허구한 날 보는 게 대학생이었다. 그 녀석들은 덜렁대며 책가방을 들고 다니긴 하지만 대체 언제 공부를 하는 줄 모르겠다고 그녀는 늘 의아해했다. 아침이면 교문으로 엄청난 수가 떼를 지어 몰려 들어갔고, 어쩌다 교문 앞을 지나치다 보면 거의 날마다 무슨 운동회다 축제 행사다 해서 교정이 뻑적지근하도록 시끄러웠다. 게다가 삐끗하면 데모다 시위다 하여 죄없는 부근 주민들까지 매운 냄새를 맡게 만들었기 때문에 번번이 장사에 지장도 많았다. 하필 학교 정문으로 통하는 네거리 길목에 자리잡은 민들레 집으로서는 데모가 터졌다 하면 그날 장사는 종을 쳤다. 그런 날은 일찍 감치 문 닫고 그녀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한여름에도 신라 시대 장군들처럼 투구에다 갑옷차림으로 학교 문 앞을 겹겹이 막고 도열해 있는 사람들을 재미나게 구경하는 거였다.

 하교시간이면 술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기 시작했다. 무슨 뼈빠지는 막노동이라도 종일 하고 온 사람처럼 열나게 술을 퍼마시는 녀석들, 알아듣지도 못할 골치 아픈 얘기 따위나 해대며 괜시리 진지한 척 애쓰는 배부른 녀석들. 그것이 춘심이네가 생각하는 대학생들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곤드레가 되어 더러는 민들레 집을 찾아 기어 들어오기도 했는데, 가끔 술값이 모자라 이튿날 아침이면 가방을 잡혀두고 허겁지겁 돈 구하러 뛰어나가는 얼빠진 녀석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입을 비쭉여 대긴 해도 대학생은 역시 부러운 존재였다. 그들은 모두 멀잖아 도심지의 고층 빌딩을 넥타이차림으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고, 유식하고 잘난 상대를 만나 그럴싸한 신혼 살림에 그럴싸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빤한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춘심이는 민들레집 계집애들과 함께 일이 없는 오후에 근처 대학교로 놀러갔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교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수위한테 내쫓김을 당했다. 씨발, 여대생은 보지에 무슨 금테라도 두르고 다닌다던. 춘심이는 홧김에 씹고 있던 껌을 교문 돌기둥에 꾹꾹 눌러 붙여놓고 왔었다.

사평역, 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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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씨 옥경이
http://youtu.be/pzSayMHynvY

오늘 인터넷에 접속한 이유는 지금부터 쓰려는 글 때문이 아니라 위에  철우 씨의 사평역 일부를 적어서 올리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게임을 할까 하는 속내도 있었고. 숨은 그림찾기입니다. 저 글은 원문을 발췌한 것이지만 한 구절만 작가의 예의와는 달리 세간의 날것을 따와서 내가 바꾸었습니다. 저 유튜브 링크에 답이 있습니다.

저 노래의 원곡에 답이 있습지요.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성히 자알 있으냐...
..


여기에 있는 이 오빠아는 대학생이 아니란다.
니미씨팔 니미씨팔 좆도...

...



나는 사평역을 쓴 임철우 씨 고향 동네를 아는 사람이고 한 10km쯤 떨어진 본섬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글에 대한 평판도 익히 압니다. 제대로 아는지는 모르지만. 김승옥 씨를 떠올릴 법도 하지요.

어쩌면 동류이지만 그 대척점(적대 관계는 전혀 아닙니다)에 김정한 씨가 있을른지 모르겠습니다. 승옥 씨, 철우 씨는 전라도 사람입니다.

김정한 씨는 경상도. 경상도도 남도와 북도에 정서 차이가 크지요. 대선을 두고서 말들 하는 세대 효과와 연령 효과만큼이나.


원래 내 스타일대로 나열을 했습니다. 그게 내 본색이기도 하고. 어쩌면 차칸노르 님 아류 정도.


김지하 씨는 강원도랑 관련이 깊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강원도냐구요?

거기에 박경리 씨도 있고 그의 딸의 남편 김지하 씨도 있고 한살림 무위당 장일순 씨도 있습니다.

자꾸 가지를 치면 씨알 함석헌 씨도 나오고 이북 사람들도 황석영 씨도 나오고 문익환 씨도, 그의 친구 윤동주 씨도 나옵니다.

또 이어 보자면 김지하 씨 하면 목포 유달산이 있습니다. 거기에 부용산도 삼학도도 있고. 그 닮은 꼴인 마산 사람 내 고향 남쪽 바다도, 진주

사람 이병주 씨 관부 연락선도, 부산 사람? 목근통신 김소운 씨도 있습니다. 또 박근혜 씨 아니면 박근영 씨의 노래 '새마음'도 있습지요.

그 시절 국민학교 다니던 우리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퇴비 증산을 위해 녹색 주머니를 만들어 집 근처에서 무언가를 주워 담아서

학교에 제출했답니다.

여기서 그칩니다. 원래 내 글이 뜬금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합니다 :)


각설하고,


김지하 씨는 근혜 옹주와 마찬가지로 앙시앙 레짐입니다.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40-50대 세대에 해당하는 이야기. 나머지 세대야 비판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우리같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곁가지 이야기에 가끔은 귀를 기울여 주세요.

지하 씨에 대해서 나는 전혀 모릅니다. 대설도 소설도 모르고 이바구저바구도 모르고. 오적 같은 건 더더욱.


아래 글쓴 분들 지청구 하려고 쓴 글 아닙니다. 그저 부모 세대에게 김지하 씨 세대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고

청을 해보라는 뜻에서 쓴 글입니다. 아, 부모 세대 자신의 이야기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