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델, 에셔, 바흐 』번역비판을 시작하며

 

원서 :     제목 : GÖDEL, ESCHER, BACH : an eternal golden braid

               저자 : Douglas R. Hofstadter.

               출판사 : Vantage    1989.5

 

번역서 : 제목 : 『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노끈

               옮긴이 :  박여성

               출판사 : 까치    13쇄    2012, 6, 25

 

 

    원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온 바였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다니던 회사 사장을 통해서였는데 80년대 말에 단순한 전산쟁이가

아니라는 걸 과시하려는 듯 이 책을 들먹이는 이들을 더러 보았다. 괴델과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대해 처음 마주친 건 스즈끼

다이세쓰의 저서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모은 『 Zen Buddhism 』이란 책의 편집자 서문을 통해서였다. 그후 좀 무게있는 책을

읽다보면 거짓말 좀 보태 어김없이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마주쳤다. 어느덧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증명과정에 대한 이해가

하나의 강박관념이 되어버렸다. 해서 『 Gödel, Escher, Bach 』해적판 원서를 사다가 읽었으나 한 챕터도 못 읽고 덮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그 등장배경에 대한 예비지식만 있었어도 끙끙거리며 읽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던 차에 우리말 번역본이

나온 걸 보고 무척 반가워 서점에서 역자후기도 읽어보고 좀 뒤적거려 보았으나 사진 않았다. 4년전 이 책 14장에 대한 이덕하님

의 번역비판을 보고 번역판 읽을 생각은 아예 접어버렸다.  하지만 언젠간 꼭 읽어야지 하는 다짐과 부담을 안고 있다가 우연히

재작년에 먼지덮인 원서 (해적판 원서는 빌려줘서 못 받고 책값이 싸길래 새로 샀다.) 를 다시 꺼내 읽어보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재 절반 넘게 읽었다.

 

    인터넷을 통해 번역판에 대한 악명 또한 익히 들어 온 바였다. 그러나 최악의 번역서다, 개판 번역서다, 말만 무성했지 이덕하님

의 14장 번역비판 말고는 구체적인 오역지적을 볼 수가 없었다. 번역비판을 작정하고는 지난 가을 서울에 볼일 보고 갔다가 번역본

상권을 샀다.  집에 와 원서와 여기저기 대조해 보고선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쌍욕이 막 나왔다. 너무 충격이

커서 이틀간이나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엉터리 번역을 자기 이름 석자 걸어놓고 내 놓았는지 그 배짱이 놀랍

기만 하다.  번역자 박여성 교수는 첫째, 독해력이 부족하다. 둘째,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셋째 수학사, 수학, 컴퓨터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 넷째 언어유희로 가득찬 이 책을 번역할 언어감각이 없다. 한 마디로 우리말 번역본으로는

정상적인 독서가 불가능하다. 아마존 독자 리뷰를 보면 이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라는

평이 많다. 번역을 아주 잘 해도 읽기 어려운 책인데 오역으로 뒤범벅이 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자기 인생에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준 책이라는 이 책에 대한 시골의사 박경철의 평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고통스러울 뿐이다. 아니 정상적인 독해능력을 갖춘

독자라면 우리말 번역본을 조금 읽다가 그냥 책을 집어던져 버릴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 날림 번역판이 13쇄를 찍을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었는데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이 범인일 것이라고

내 나름 결론을 내렸다.  『 총, 균, 쇠 』가 서울대 도서 대출 1위라는 뉴스가 나오고 나서 한달새에 만 5천 부가 팔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서울대 따라쟁이 대한민국. 『 괴델, 에셔, 바흐 』를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에 포함시킨 교수는 원서를 읽으라고 한 건가,

번역본을 읽으라고 한 건가? 그리고 정말 번역본을 제대로 읽어보긴 한 건가? 한심할 뿐이다. 지식융합연구소 이인식 소장은

알라딘 명사들의 추천도서에 『 괴델, 에셔, 바흐 』를 되풀이 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며 추천했는데 번역본을 안 읽고 추천했다면

순진한 독자들 돈 버리고, 골 아프게 한 책임 져야 한다. 명사 명함 함부로 내밀 일 아니다.

 

    긴 말 필요없다. 까치 출판사는 『 괴델, 에셔, 바흐 』번역본을 당장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번역본을 내 놓아야 한다.

 

심각한 오역만 지적하려 해도 여러번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번역이 얼마나 황당한지 우선 맛보기로 보여주겠다.

 

역서 341쪽 : 그것은 마치 누군가 자신의 생애를 모조리 악보로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누군가를 갑자기 소리와 악보 사이의

                      사상으로 인도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신세계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다시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서 그 연쇄체의 모습에 익숙해지는, 그러나 의미가 없는 연쇄체의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러면 갑자기 누군가를 이야기와 연쇄체 사이의 사상관계로 인도했을 법하다.

 

원서 263쪽 : It is as if somebody had known musical scores all his life,  but purely visually - and then, all of a sudden, 

                someone introduced him to the mapping between sounds and musical scores. What a rich, new world !

                Then again, it is as if somebody had been familiar with string figures all his life, but purely as string figures,

                devoid of meaning - and then, all of a sudden, someone introduced him to the mapping between stories

                and strings.

 

제안번역 : 그것은 마치 평생동안 악보를 알고는 있었지만 순전히 눈으로만 봐 욌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누군가 소리와 악보가

                  서로 매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신세계인가 ! 또한 그것은 마치 평생동안 문자열에

                  익숙했지만 의미는 모른채 순전히 문자열 모양에만 익숙했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누군가 이야기와 문자열이 서로

                  매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역서 342쪽 :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이 규칙들이 정수의 십진법 표시 왼쪽과 오른쪽으로 변동하는 십진수들이 10의

                       거듭제곱에 의한 곱하기와 나누기에 연관되었다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서 264쪽 :  If you look carefully at what is going on, you will discover that the rules are based on nothing more 

                  profound than the idea that shifting digits to left and right in decimal representations of integers is

                 related to multiplications and divisions by powers of 10.

 

제안번역 :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규칙들이 다음의 아이디어 즉, 십진법으로 표기된 정수에서  숫자들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은 10의 거듭제곱으로 곱하고 나누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역서 87쪽 : 즉 Z(z에 있는 붙임표의 수효)가 1보다 큰 두 수가 합성수라면, 다시 말해서 X+1(x에 있는 붙임표의 수효)와 Y+1(y에

                    있는 붙임표의 수효)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Z는 합성수이다.

 

원서 65쪽 :  This works by saying that Z (the number of hyphens in z) is composite as long as it is the product of two

                numbers greater than 1 - namely, X + 1 (the number of hyphens in x-), and Y + 1 (the number of hyphens

                in y-).

 

제안번역 : 이것은 Z (z의 하이픈 갯수) 가 1보다 큰 두 수 즉, X+1 ( x- 의 하이픈 갯수) 과 Y+1 (y-의 하이픈 갯수) 의 곱이라면

                   Z는 합성수라는 것을 말한다.

 

 

역서 274 쪽:  ∃b : ∃c: sssss0 = (ssssc)

                  맨 앞의  '~' 부호가 없다면, 그것은 2를 더하면 5가 되는 두 개의 자연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서 272쪽 : Without the initial tilde, it would be an assertion that two natural numbers do exist, which, when augmented

                  by 2, have a product equal to 5.

 

 

 제안번역 : 맨 앞의 틸드(~)가 없다면, 이것은 각각 2를 더해서 곱하면 5가 되는 두 개의 자연수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될 것이다.

 

위 두 오역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여성 교수는 'product'가  '곱' 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14장에서도 곱이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산출물이라고 번역한 곳이 있다.(이덕하님 지적) 

 

 

 

역서58쪽 : " 그런데 어떤 독자들이 아직 A와 B를 참으로 수용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 연속체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인정하겠지, 

                      안 그래 ? " 

 

원서44쪽 : " And if some reader had NOT yet accepted A and B as true, he might still accept the SEQUENCE as a VALID

                one, I suppose ? "

 

제안번역 : " 만일 어떤 독자가 A와 B를 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논리의 흐름 (A와 B가 참이라면 Z도 참이다)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일테지 ? "

 

 

 

역서 58쪽 : " 그러면 좋아, 자네가 나를 제 2명제의 독자로 간주하고, 내가 논리적으로 Z를 참으로 인정하도록 강요하기를 바라네. "

 

원서 44쪽 : " Well, now, I want you to consider ME as a reader of the SECOND kind, and to force me, logically, to

                 accept Z as true.

 

제안번역 : " 좋아, 자네가 날 두번째 종류의 독자로 생각하고 내가 Z가 참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끔 논리적으로

                     압박해 보게나. "

 

 

 

역서 288쪽 : 예를 들면 절대 기하학 안에서는 유클리드의 다섯번째 공준은 결정 불가능하다. 우리가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얻으려면 기하학에 새로운 공준을  추가해야 한다. 아니면 거꾸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얻으려면 부정을 추가해야 한다.

 

원서 222쪽 :  For example, within absolute geometry, Euclid's fifth postulate is undecidable. It has to be added as an

                 extra postulate of geometry, to yield Euclidean geometry : or conversely, its negation can be added,

                 to yield non-Euclidean geometry. 

 

제안번역 : 예를 들면 절대 기하학 안에선 유클리드의 제5공준(평행선 공준)은 결정 불가능하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산출하려면

                   여분의 공준으로 유클리드의 제5공준을 추가해야 하고, 반대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산출하려면 유클리드의 제5공준의

                   부정을  추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