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한 가지 일화.

장애인이 아주 느리게 비틀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인 듯 한데, 목발과 같은 보조 도구 없이 걸어갑니다. 전 그녀를 지나쳐 갑니다. 갑자기 뒤에서 "철퍼덕"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그녀가 넘어졌다고 생각했고,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도 부축하러 오더군요. 전 그녀의 짐들을 챙겨주면서, 더이상의 도움이 필요하겠냐고 물었습니다(필요이상의 도움은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봐...). 하지만 전 묻자마자 그 질문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녀를 부축해 어디까지 걸어가 줄 필요는 없었겠지만, 최소한 그녀를 일으켜 주기는 해야겠다구 생각해서요. 혼자의 힘으론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다행히 무릅 보호대는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옆에서 같이 부축해주던 사람(학교 직원이었던 거 같은데...)이 그녀에게 술취했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벌건 대낮에 거리에서 넘어질 정도로 술을 먹었냐는 거지요. 아니라고 하면서 그녀는 몃 개의 가방중 하나를 열심히 뒤지더니 자신의 장애인 증명서를 꺼내 보여줍니다. 자신은 장애인이라고...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사람, 그러다 넘어지는 사람은 술취한 사람이지 장애인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그러한 사람이 장애인 일꺼라는 일말의 가능성도 자리잡지 못합니다.



편견에 대한 또 한가지 일화.

지하철 차량을 연결하는 비좁은 통로에 한 학생이 쓰러져 있습니다. 가방 속의 내용물은 밖으로 흘러나와 있는 채로... 전 후배와 함께, 그리고 옆에 있던 아저씨도 함께 그를 노약자 석에 앉힙니다. 제대로 앉아있을리도 만무하지만... 옆에 있던 아저씨는 그를 비웃으며, 혹은 꾸짓는 투로, 먹고 대학생, 방탕한 대학생들이라고 말을 합니다. 딱 봐서 그가 어디가 대학생이었는지, 끽 해봐야, 고1, 중3인 여린 얼굴을 가진 소년이 어떻게 그렇게 방탕한 대학생이 될 수 있는지... 그 소년은 사실 찌라시를 돌려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그의 가방에서 흘러 나온 것은 그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돈을 구걸하긴 위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지쳐(우리가 그것을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도저히 못 견딜 삶에, 뽄드라도 불구 지하철에 올랐는지, 아님 전날 수금이 미진해서 열라 맞고서 잠도 못자고 지하철에 올라서, 그 열차 통로에서라도 잠을 청했던 건지... 전 후배에게 말합니다. 세상의 편견이란...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일화.

장학금 수여식장 이었습니다. 소감들을 한번 말해보라는 사회자의 말투에 한 장애인 장학금 수혜자가 일어나 말을 합니다. 자신이 받는 장학금은 고맙다. 그러나 그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학교에 해달라고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어찌나 당당해 보이던지.... 그러고 나서 저희 학교에 장애인 동아리가 생기더군요... 제가 있는 학교의 건물의 계단에 시설물이 하나 설치되었습니다. 처음에 저런 것을 쓸데 없이 왜 만들었을까 했습니다. 그것은 계단에 설치되어 있는 철제 손잡이, 그러니까 보행자를 위한 보행 보조 기구입니다. 지하철 계단이든, 아파트 계단이든, 벽에 설치되어 있는 철제봉 입니다. 전 조금 지나서 그것이 장애인을 위한 보행 보조 기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건물은 계단참이 8개인 건물입니다.  비장애인이라면 그 계단을 오르는데 5초도 안 걸릴겁니다. 근데, 그게 장애인에게는 몇 분은 걸릴 겁니다. 병원처럼 계단이 아닌 경사진 비탈길이 건물 후문 저 뒤쪽에 만들어져있긴 하거든요. 그 계단을 올라서 정문으로 가기 위해서 장애인은 빙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전 조금 지나서 그 계단에 설치된 철제봉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 그것은 장애인을 위해 학교에서 설치해준 것이 아니라, 장학금 수여장에서 열변을 토하던 그녀와 같은 장애인들의 투쟁의 결과물이었겠죠.  그때 즈음 학교에 장애인 운동 단체가 설립되었죠.


영국의 장애인 운동 안에서의 동성애자 운동을 읽으면서...

영국의 장애인 운동은 저기까지 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담 우리는... 그게 99년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걸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보행권을 위해 서울의 모든 중요 도로를 점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지하철을 점거하고, 버스에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매어 도로를 점거하는 뉴스들이 들리더군요. 그거야 뭐, 비록 교통방송에서 그쪽은 혼잡하니 다른 곳으로 돌아가라는 투의 뉴스였지만, 그 소식들이 저에겐 너무나 반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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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정도에 쓴 글인가 싶네요. 97년엔가 학교 식당에서 후배와 동성애자 운동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하던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네요. 그 당시, 학생운동은 반드시 망해야 한다고 말하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있었던 것은 97년 당시의 장애인 운동과 동성애자 운동과 같은 소수자 운동, 부문 운동 덕분이었죠.

2002년도 즈음해서 장애인 행사 퍼레이드에서 등장했던 장애인 레즈비언들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던 듯싶기도 하구요.

오래전부터 이곳에 올리고 싶었던 글인데, 이렇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