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에 오마담님이 루이 아라공의 시에 붙인 곡들 http://theacro.com/zbxe/?document_srl=71000 을 올려 주셨지요.

유학 나오기 전에 마음이 맞는 후배들 몇몇과 의기투합하여 인문학 공부를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저는 오래 전부터 이곳 저곳 여러 스터디 모임을 기웃거리며 섭렵했습니다만, 이번 경우는 조금 특이했던 게, 문학, 역사, 철학 분야를 같이 공부해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철학은 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정초, 역사는 홉스봄의 3시대 시리즈물들, 그리고 문학 작품은 보들레르, 이제하, 기형도, 프루스트 같은 사람들... 

모임 시작 때마다 30분 정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시나 소설의 단락을 가지고 와서 낭독하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뭐랄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는지라 부끄럽기도 하면서도 설레었지요. 전부터 은근히 마음 속에 들어 왔던 그녀의 손목을 우연하게 잡은 느낌이랄까? ㅎㅎ

 그때 낭독했던 작품 중에 루이 아라공의 '말 뿐인 사랑이 아닌 사랑'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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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뿐인 사랑이 아닌 사랑  

                                                                           김 남주 역.

 아, 숨이 끊어지는 최후의 순간이/ 저 나약한 어둠의 장소에 있다면
 사람들은 단지 그림자에 불과할 뿐
 어떻게 그대로 있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가슴을 물어뜯는 고통을 무어라 이름 붙이면 좋을까

 저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손짓이며 몸짓으로/그대의 머리를 땋을 때와 같은 동작으로
 내 앞에 나타나주었기에
 나는 다시 태어났고 노래가 끓어오르는 세계를/ 나는 또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엘자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의 청춘이여

 오 포도주처럼 감미롭고 강렬한 그대/ 창에 쏟아지는 햇살과 같은 그대
 그대 덕분에 나는 되찾았던 것이다/ 이 세계의 사랑을- 깊은 갈증과 굶주림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우리들의 이야기를/ 그 끝까지 살아서 확인할 수 있는 힘을

  마치 기적과 같다/그대와 함께 있는 것이
  그대의 빵 위에서 반짝이는 빛은/그대 주위에서 회오리치는 바람은
  지금도 그대를 보고 있으면 몸이 떨린다/ 옛날의 나를 닮았던 젊은이가
  최초의 밀회를 할 때처럼

 언제까지고 그대에게 익숙해지지 못하더라도/ 제발 나를 꾸짖지 말아다오
 사람들은 불꽃에 익숙해질까 말까 하는/ 그 순간에 불꽃은 그들을 태워 버린다.
 만약 내가 검은 구름 따위에 친숙해지기라도 한다면/ 나의 영혼의 눈을 도려내다오

 최초로 그대의 입술에 닿았을 때/ 최초로 그대의 소리를 들었을 때
 나무는 그 뿌리까지 흔들렸던 것이다/ 쭉 뻗은 가지에서 숲의 꼭대기까지
 문득 스쳐가는 그대의 옷에 닿았을 때와/ 지금도 여전히 최초의 그때와 같다

 이 설레는 무서운 과실을 따다오/ 벌레에 먹힌 그 반쪽을 버려다오
 헛되이 보내버린 30년과 그 후의 30년/ 그대는 좋은 부분만 먹어다오
 그대가 물고 먹을 수 있는 정도/ 그것이 그대에게 내민 나의 인생인 것이다.

 나의 인생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대를 만났던 그 순간부터/그대는 그 팔로 막아주었다
 나의 광기가 질주하는 흟탕길을/그리고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저 인간의 선의만이 씨앗을 뿌리는 나라를

 그대의 술은 나의 어지러운 마음에서/ 오만가지의 오열을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마스에 타올랐다/ 그대 손가락 속의 노간지나무의 과실처럼
 나는 진실로 그대의 입술에서 태어났다/ 나의 생활은 그대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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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공의 시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리 높여 낭독하는 것입니다.
 아라공의 시를 조금 빠른 속도로, 조금 거친 톤으로, 이 시를 쓸 때의 시인의 기분이라고 생각하고, 낭독해 보세요..인간의 혀에 닿아 소리의 몸을 얻는 순간, 시는 자신을 잉태한 정신을 자기 안에 다시 살려낼 것입니다...

 p.s. 결혼하신 남자분들은, 한 번 부인들께 낭송 해보시는 것도? 어쩌면 그 시가 마법을 부릴 지도. 물론 보장은 못합니다마는..^^ 

http://blog.daum.net/frerejung/112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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