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종사자 조직의 상하 위계질서-성체들 의외로 청출어람 청어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드라

3부 공무원들, 민간 영역 전문가들이 보이는 모습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그들 역시 평범한 인간이며 평범한 이들과 같은 개체 발달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인간이며 오욕칠정에 시달리는 인간이며 평범한 인간의 당연한 발달사를 거친다는 걸 흔히들 간과하고 지나치며 그들을 마냥 뛰어난 성취를 보인 이들로만 포장하고 대하는데서 세상사 많은 문제가 벌어집니다. 역시나 언론이 문제. 하지만 그 언론의 토양을 이루는 우리 대중은 더 문제.

28살 국정원 직원이 이번 일에 대해서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잣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어느 정도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아직 개체라 불릴 수준이 이를 나이는 아니고 국정원에서, 선배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진술하고 대응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하는 거라고 보는 게 낫죠.
(그 모습은 수련의, 초년 검사/판사, 교직원 할 것 없이 비슷합니다. 거기서 간혹 예외를 보이는 존재들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 나이에 대단한 사람들이죠)
내가 아는 한에서 이 얼개가 '봉건'입니다. 우리나라가 바뀌어야 할 게 있다면 오직 저 봉건의식의 소멸.

그냥 일상에서 접하는 선후배, 어른/청년,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떠올려 보면 충분합니다. 아이들은 모릅니다. 그냥 부모의 눈빛을 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 부모가 하라는대로 하고 부모의 눈을 쳐다보며 상찬의 말을 기다립니다. 거기에 선악의 개념은 없습니다.

우리네 애어른들은 얼마나 다를까요?
정말 다릅니까? 부당한 지시에 자신의 의사를 표출합니까? 아니라고 외치고 왕따를 당한 후에 조직을 떠나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굽시니스트로 살죠 대개. 그런데 정말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은 뭔가가 다릅니다. 어지간한 사람들 눈에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내가 무엇보다도 가장 높이 사는 모습입니다.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닐지 모르나.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게 single most valuable quality는 아닙니다. 거기에 치중한다는 것이죠.

애들은 어른보고 배웁니다.
그리고 사람은 동물계에 속합니다.

국정원 직원 소동에 대해 반대진영 사람들의 패착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반대진영 사람들의 견해를 살펴봐도 방향은 같을지 모르나 각도는 천차만별입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란 여론조작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기에 충분한 개연성이 있으며 국정원 직원이 하지는 않아야 할 행위를 했다는 쪽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원의 문제죠. 직원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고. 반대진영이 보여준 어처구니 없고 서투른 행동과 지나친 주장이 합당하다는 확실한 근거 수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보인 행동의 얼개는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나타납니다. 국정원 사람들은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냥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고 오류를 저지르고 게중에 범법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고 정보를 팔아 사익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한 행위 패턴의 분포도는 여느 평범한 마을, 평범한 회사 내의 분포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크게 다를 거라고들 생각하더군요.

또다시 임권택 씨의 '노는 계집 창'이 보고 싶군요.
대단한 괜찮은 비유알레고리입니다.

사족.
좀 처지는  광주 사립대학을 나온 조카애가 3년 전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장하다고 칭찬을 연발하고 그 녀석 친구들은 부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그 새끼 한동안 우쭐대더니 요샌 기가 푹 죽어서
공무원 생활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너는 많은 이들의 유예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 줄 알라고. 꼴깝 떨면 삼촌 같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시정잡배들이 공무원 시험 보러 가는 일이 생기고 니네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을테니 그저 감지덕지하고 일 잘 하라고. (그나저나 내가 그런 말 할 실력은 되나?) 지금은 그 녀석 그거 알죠. 합격한 거 어찌보면 인생에서 통과의례 하나 거친 것일 뿐 별 게 아니란 걸.
그런데 말이죠.
어지간한 전문 자격증 따고 고시 합격한 얼라들도 따지고 보면 저 조카애가 보인 발달사를 고스란히 보입니다.
칭찬해야 할 것은 결과를 떠나 거기에 들인 그들의 노력이지 그 자격증, 합격증 자체는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닙니다.
10여살 연상 유부녀와 관계를 맺었다는 서른 하나 검사시보. 지하철에서 성추행했다는 젋은 판사 그들 역시 평범한 발달사, 짧은 기간
일탈이라는 일면을 보인 것 뿐입니다. 우리네처럼. 단지 서툴러서 들켰다는 것이 차이. 우리네는 시기와 종류를 달리하여 일탈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 배웁니다. 거기서 배우지 못하면 그때부터 실제 '문제'가 됩니다. 성체들이 유체들에게 내리는 집행유예란 바로 저 학습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뜻이죠. 저 발달사를 악용하는 간악한 성체들은 초보 전문가들을 이용해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