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박근혜 지지했다는 사람 글 중에 건강보험 공약 중에 박근혜의 4대 질환 보장 공약이 합리적이라는 글이 있던데,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군요.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런 공약이 합리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그 사고방식이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런 공약은 건강보험 자체의 고유한 목적, 즉 어떻게 하면 의료보장이라는 보험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다 하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할 수는없으니까) 보장성 강화를 시도하는 척 하면서 그 지출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황당 공약입니다. 즉 문제의식이 완전히 거꾸로 뒤집힌 본말전도 사고방식인 거죠. 

이런 정책은 한 마디로 딱 사다리타기 방식입니다. 그 4대 질환에 걸린 사람이나 다른 거에 걸린 사람이나 보험료는 똑같이 냈습니다. 또 4대 질환 아니라도 생명과 관련된 질병이고 돈 엄청 깨지는 질병들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그럼 4개 외에 다른 거 걸린 사람들은 왜 똑같은 돈 내고도 단순히 운이 없어서 다른 질병 걸렸다는 이유로 보장에 있어서 차별을 당해야 하나요? 결국 차별 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는 없다, 단지 돈은 모자라고 보장성 강화 흉내는 내야 되겠고 그러니 한쪽에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이거 아닙니까? 이게 사다리타기랑 다를 게 뭡니까?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다 해줄 수는 없다는 거 이해 못하는 사람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한정된 재원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한쪽에 몰아주는 식의 재원분배는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죠. 국민건강 보험은 의무보험입니다. 자기의 유전적 생활습관적 요인 때문에 어느 특정 질환에 발병 위험이 높아서 개인적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민영 보험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정 질환 전액 보장 같은 건 개인적으로 민영 보험을 가입하면 되는 겁니다. 의무 보험에서 그렇게 몰아준다는 건, 예를 들면 간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한테서 돈을 걷어서 그걸로 심장 위험 높은 사람 치료비 보태주는 겁니다. 의무 보험에서 이런 식으로 특정 질병, 그것도 불과 4가지에 몰아준다는 게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이게 제 정신 가진 인간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일까요? 

재정 부담이 적으므로 합리적이다? 재정 부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문재인이 100만원 상한제 한다고 하면 재정 파탄 난다는 상투적으로 나오는 소리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도 재정 전문가들 다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을 100%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나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계산을 바탕으로 얼마 추가 부담 통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럼 그에 대해서 비현실적이라거나 실현불가능하다거나 재정파탄 난다고 주장을 하려면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최소한 상응하는 전문가의 구체적 근거 제시에 바탕을 둔 견해를 인용하면서 그런 주장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지까짓 것들이 도대체 재정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안다고 재정 파탄 난다고 맨날 떠드는지 한국 사람들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