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정치인들이 여러 범주로 묶여 있는 것처럼 (부산/경남계 + 참여정부계 + 노무현 가신그룹 + 486계 + 열린우리당계 +정세균계 +  독수리 5형제계...)  친노 지지자들도 사실 그 층위가 다양하지요. 그냥 통채로 "노빠" 라고 퉁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은 전부다 극성지지자들은 아니지요.

* 1번 계열은 부산/경남 출신 젊은 지지자. 새누리당 지지한다고 말하기에는 가오가 안사는 데, 그렇다고 호남이 지지하는 민주당은 죽어도 지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사실 '노무현'은 자기 지역에서 잘나갔던 정치인이고,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 있어요.
* 2번 계열은 2002년쯤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아직 도그마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정치적 이상에 대한 아바타로 노무현을 상징 시켜 놓고, 절대 선이라고 믿는 사람들.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일종의 시련이고, 어젠가는 자신들의 진심이 인정받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3번 계열은 그냥 라이트한 수준의 지지자들로,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사람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그냥 TV에서 이름 많이 듣는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구나 하는 수준으로 대충 생각하지요.

지금까지는 목소리큰 1-2번이 인터넷에서 댓글로 쓰고, 트위터를 돌리고 게시판에서 같은 논리를 반복하면 3번 계열의 지지자들이 따라서 움직이는 형국이었는데, 앞으로는 이 공식도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일단 1번 그룹과 2번그룹을 유일하게 이어줄 수 있는 인물이 문재인이었죠. 노무현이라는 개인적인 인물과도 연결이 되면서, 부산-경남인 사람. 근데 문재인이 낙마하면 이 고리가 심각하게 약화되거든요. ... 당장 부산 출신 .누구 김경수? 김정길? 문성근? 내세워도 2번 그룹사람들에게는 안 와닿아요. 가장 가까운게 박원순 정도? 박원순 시장이 재림한 노무현 코스프레를 하는 방법이 그나마 가장 가깝겠네요, 그래도 좀 거리가 있죠. 문재인 카드를 포기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것 같아요.

3번 그룹도 마찬가지로.. 슬슬 정치란게 뭔가 자기들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구도는 좀 아닌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타이밍이 찾아온거 같거든요. 

민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선거 결과를 비판할 때 그냥 무작정 "친노그룹"이라고 라벨링해서 몰아세우지 말고... 딱 꼬집어서 "부산 경남에 올인해서 선거를 망친, PK 정치인들"이라고 지적을 해 줘야, 1번과 2번, 3번을 구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수도권) 2번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좋아서 가슴에 지니고 있는 거지, 부산에 대한 애정은 없죠. 1번은 그 반대고.  3번은 아예 개념이 없는 거고.

그러니 2번, 3번 사람들에게는 "친노"니 "노슬람"이니 하고 몰아세워봤자 별로 믿지도 않고, 오기만 세우지요. 그러는 대신 "넌 뭐 좋다고 부산 사람들 나내는거 뒤꽁무니 쫒아다니냐?" 라고 이야기 해주면.... 그 사람들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전 정치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때, "부산 사람들이 자기들 정권 차지하려고 노무현 대통령 이름 앞세워 억지로 밀어붙이다가 정권 탈환 실패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해 줍니다. 크게 틀린 이야기도 아니죠. 그리고 덤으로 "그러는 와중에 참여정부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놀고먹던 무능한 사람들이, 슬그머니 국회의원으로  복귀했다."라고 이야기 해주면 더 놀라죠.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노란 물결에 동참하던 3번 사람들이나, 2번 사람들중 일부는  ... 닝구 까지는 아니고, 머리를 한번 식혀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거 같습니다.

조금 비겁하긴 하죠. 중요한 이야기는 안하고 넘어가니까요. 삼성 정권이야기나, 호남 문제나, 노무현 대통령 본인에 관한 이야기들... 그렇지만, 2번 3번의 대부분은 수도권, 비 영호남 20-30 이니까, 이런 문제부터 이야기 해봤자 이해도 못하고, 공감도 안하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지요. 특히 이미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은 거부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조중동식의 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PK 정치인들의 욕심", "노무현 대통령을 고생하게 만든 무능한 청와대 비서관들의 욕심"이 "노무현"이름 팔아서 너를 이용해 먹고 있다... 라고 설명해 주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이해를 하더군요. ... 일단 이 부분을 이해 시켜야 나중 진도가 나갈 수 있지, 시작부터 "노무현"에 대한 날선 비판을 앞세우면 ... 대화가 진도가 안나갑니다.

저 개인만 해도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님 개인에 대해서는 -- 대통령 직에 있을 때 여러가지 잘못된 판단과 정책 집행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 특별히 미운 마음이나 악한 마음 없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당 망치고 있는 PK에 과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정치인들, 아무런 정무적 정치적 능력이 없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  ... 이런 사람들은 현재 진행형이고, 걷어내야될 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정도 논리에는 딱히 호남 출신이나 강성 닝구가 아니라도, 쉽게 동의하더군요.

장기적으로 2번의 일부, 3번 유권자들은 다시 야권 지지자로 흡수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전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택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선거에서 실패한 덕분에, 이 논리가 사실은 더 잘 먹히게 된거 같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