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YS가 정말 무식하기는 무식했던 모양이다. 쌍팔년도 표현대로라면 '무식이 통통 튄 모양'이다. YS가 무식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서울대 출신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그의 가방 속에는 책은 한권도 없고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팻말 하나만 달랑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뭐, 나중에 YS가 대통령이 되어 경제 분야 비서 및 관료들이 'YS에게 경제적 기본 소양'을 가르치려다가 그 무식함에 혀를 내둘러 포기했다...는 후일담이 '팩트'로 전해오니 말이다.



그 YS가 1992년 대선에 출마할 때 떠돌던 일화이다.



"YS가 대통령 되면 나라가 망한데요"


"왜?


"너무 무식해서 나라를 통치할 지식이 없기 때문이래요"



"그래도 우리 가문에 대통령 하나 나오면 이건 가문의 영광 아니겠는가?"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아니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왜곡, 과장이라는 기제가 전혀 사실무근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팩트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점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면, 그리고 현재 한국 정치판의 현주소를 고찰해보면  이 일화는 '팩트'가 아닐지언정 사회에 흐르는 기류를 기본으로 하고'는' 있다는 것이다.



2) 이런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바로 TV에서 방영하는 사극이다. 나라의 중대사가 생겨서 출사를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당부하는 말은 '국가의 안위'보다 '가문의 영광'이 먼저 언급된다는 것이다. 이 대사가 식민지 사관의 결과로 무뇌아 수준의 TV 작가들이 즐비한 현실에서 지어낸 말인지는 모르겠다. 뭐, 이순신 장군의 지나친 우상화 역시 식민지 사관의 영향이라고 주장되어지는 현실이니 말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내가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인데(물론, 나는 당연히 식민지 사관에 의하여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조선은 왕부터 백성까지 나라를 만들어서 운영해나갈 능력이 없었는데 이순신 장군과 같은 천재적인 전략가 때문에 나라를 보존하고 있다.......라는 뭐 이런거 말이다.




어쨌든, '국가의 안위'보다 '가문의 영광'이 먼저였다는 것은 일제 시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양반 출신 독립군이 상놈 출신 독립군의 뺨을 때리면서 '상놈 주제에 독립운동을 해?'라고 하는 '증명된 팩트'가 바로 그 것이다. 이 부분은 내가 피노키오님에게 '김일성은 가짜라고 생각한다'는 내 판단 근거 중 하나이다. 김일성이 양반이었을까? 아무리 공산주의로 무장되었다지만 '영광된 가문'을 그렇게 한번도 언급을 안했을까?




3) '국가의 안위'보다 '가문의 영광'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조선시대의 사회적 사고방식이 씨족 사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뭐, '아시아의 유럽'이라는 서구 컴플렉스에 잔뜩 쪄든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를 서구와 같이 고대, 중세, 근세 그리고 현대로 나누어버렸고 그런 역사의 구분을 우리 역사에도 강요하여 조선을 '근세조선'이라고도 불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씨족 사회의 사고방식에서 가족의 우선 순위는 교육이 아니라 자손번성이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특히, 어려서 병사하는 경우가 많은 손자가 특별히 애지중지할 수 밖에. 우리 어릴 때 '개똥이' 등의 천(박)한 별명 등으로 불리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런 친구들은 집에서 부르는 별명이 많았는데 두가지 이유, 첫번째는 천하게 살면 목숨이 길다는 믿음... 그리고 별명이 많을수록 아이를 잡아가려는 역신이 헷갈려 아이 잡아가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그런 소망에서 유래된 것이다.



손자를 자식 번성의 '도구'로 인식한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면 가문의 대장이고 저 세상 가서라도 조상 볼 면목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유독 손자를 귀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인식을 백마강의 작가 정안길은 명상 수필에서 남겨놓았다.(관련 자료는 여기를 클릭 : http://blog.daum.net/angilj/1171)




4) 같은 유교권 문화이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할아버지 대에서 유명하고 아버지 대를 걸러 손자 대에서 유명해진 위인들이 꽤 있다. 바로 손자병법의 손자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받았고 손자의 아버지는 역사 속에서 애써 찾아야 겨우 이름 정도나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성왕이라고 불리우는 강희제 그리고 건륭제가 바로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이다. 우리나라? 역사 상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동시에 유명인(?)이 된 사례는 그나마 영조와 정조 정도?




할아버지 대에 유명했다가 한 대를 걸러 손자 대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나는 역사적 사례를 조사한 논문이 있었다. 문화적 기질 차원에서 분석한 논문이었는데 국회도서관에서 우연하게 접했고 원래 '위인들의 삶이나 생애들'은 일단 젖혀놓는 습성인지라 드문드문 읽기는 했지만 아마도 국회도서관 사이트에 가서 검색해 보면 그 논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님 말고~




덧글)이런 문화적 배경은 '조선엽전'이라는 관련 글에 기술해놓았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