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를 잘 안 보는 편이라 이제서야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사상을 소개하는 교양서로는 괜찮은지 어떤지 모르겠으나 뒤로 가면 본인의 논리(?)가 나오는데, 문제가 많아 보인다. 제대로 된 서평을 쓰기는 아직 귀찮고 그래서 단적인 예로 일단 동성 결혼에 관한 언급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려고 한다.


샌델에 의하면 정의론에서 가치를 배제하는 건 잘못이다. 이런 예를 든다. 가치 중립론에 따라, 전통적 결혼의 미덕을 고려하지 않고 동성 결혼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정말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면 중혼제도도 허용해야 하는가?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다. 동성결혼의 경우 상대가 동성이라는 점 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즉, 동성결혼의 경우 단순히 관습에 어긋난다는 것을 제외하면 차별의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반면 넌 나하고만 해야 하지만 난 다른 사람과도 할 수 있다는 중혼제의 경우, 양성의 평등과 나아가 인간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둘은 이처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치중립적 정의론에 따르면 둘 다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동성결혼은 허용하지 않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반면 중혼제는 허용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자신의 선호를 정당화 하기 위해 억지 논리를 만들어 내려다 보니 저런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미덕은 물론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정의론과 같은 레벨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