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
-> 중학교 시절, 아주 못된 선생님 A가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영화 친구에서 '아부지 뭐하시노?' 라는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친구들 모두 싫어함과 동시에 무서워하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착하고 순하신 선생님 B가 있었죠. 애들 모두 좋아라함과 동시에 살짝 만만히 보던 선생님이었죠.. 오전에 수업이 끝나던 토요일 마지막 시간(B선생님 수업)에 희한한 유행이 시작됐습니다. 오렌지 쥬스였는데 다소 납작했고, 그걸 얼려서 파는 학교 정문 앞 가게가 있었죠. 반 아이들 거의 전부가 그걸 사먹었습니다. 몰래 담을 넘어 단체로 사온 것이죠. 책상 밑에 두면서 몰래 먹다가 결국 B선생님이 엄청난 화를 내셨습니다. 단체로 벌을 받았고..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난 후까지 체벌을 받았죠. 그런 후, 일부 아이들의 성토가 시작됐습니다. "저색히 알고보니 졸라 X같은 놈이었네" 라구요.

얼린 오렌지의 유행은 옆반에도 퍼졌고.. 토요일 시간만이 아니라 평일의 다른 시간대에도 꽤나 많이들 사먹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한놈이 겁대가리 없이 A 선생님 수업시간에 먹었죠. 다들 '뒈졌다' 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A선생님이 삐긋이 웃더니, "먹고 싶냐?"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 후 전부 돈을 각출해서 그걸 사왔고 수업시간에 당당하게 먹도록 해줬죠. 그런 후, 일부 아이들의 말이 바뀝니다. "저 선생님 알고 보니 괜찮네.." 라구요.

이런 사례는 나이를 먹어도 흔하더군요. 평소 좋던 사람이 한순간 실망을 주면 즉각적인 비난을 하고, 평소 나쁜 사람이 한순간 잘해주면 칭송을 한다랄까? 이게 사람의 본성인지, 국민성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죠..


2. 윤여준과 한화갑

한화갑은 수십년, 김대중의 수족노릇을 하며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물론 한화갑뿐만이 아니라 동교동계 전반이 대부분 그랬습니다. 깨끗한 정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고생과 노력덕에 민주당이 기반을 유지했고 김대중이 대통령 됐으며 노무현 역시 그러한 기반 위에서 대통령이 되었죠. 심지어 유시민의 첫 금배지도 민주당의 도움으로 된 겁니다. 물론 그들의 후단협 같은 행태는 욕먹어서 마땅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본래 그런 권력다툼이니, 비난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겠죠. 저는 비록 친노를 욕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말살,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유시민 제외) 헌데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호남 지역주의, 수구, 토호, 구태 정치, 노욕" 이라는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짓밟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주기는 커녕, 뒷방 늙은이로 몰아넣고 사탕하나 안주면서 조롱해댔죠.. 그리고 그 과정, 결과물은 초라했고 비참했고 짜증이 났습니다. 몇몇 뒷방 늙은이들이 심하게 꼬장을 부렸고... 그 결과물은 비참했습니다. 야권도 어느정도 타격을 입었구요.

윤여준은 책사로 유명합니다. 민정계 출신이죠. 개인적으로 윤여준 영입은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그 정도의 통합은 하는 것이 맞다고 보죠. 다만,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김대중이 했던 '상인의 정치'를 하길 바랐습니다. 즉, "완연히 전향(?)했다면 적극 활용하고 그게 아니라면 단물 빼먹고 버려라!" 라는 것이죠. 김대중도 많은 적들을 영입했으나 대다수는 단물만 빨리고 팽당했습니다. 지지자 입장에선 환호하는 바죠. 여튼 윤여준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문재인에게 붙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의 과거 이력이나 성향으로 보건데 결코 좋게 볼만한 사람은 아니죠. 헌데 그의 연설 한마디에 칭송이 넘쳐납니다. 황당했죠.. 도움이 됐다. 라는 건조한 분석은 커녕, 마치 그 옛날.. A선생님을 보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로 윤여준 찬양이 넘쳐났습니다.


3. 노태우를 찍었으나 문재인을 찍겠다?
-> 어느 글에서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이명박등을 찍어온 유저가 문재인을 찍겠다니 온갖 칭송이 넘쳐납니다. 정말 황당한 내용이었죠. 그 글에서 김근태가 언급되는 것이 너무나도 짜증이 날 정도로 싫었습니다. 모순된 내용으로 점철된 글이었음에도 오로지 '문재인을 찍는다' 는 내용 하나에 집착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적을 하면 여지없이 알바 낙인이 찍혔죠. 아니 다른 것 다 이해해도, 김근태를 언급하면서.. 노태우를 찍었다는 건 정말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내용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모순덩어리였죠.... 그 글을 본 후, 문재인이 동향사람이 아니었다면 과연 찍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반대의 예로, 지금껏 진보정당 투표만 해왔거나 김영삼(3당합당전), 김대중, 노무현등등 반새누리만 찍어오다가.. 나름의 이유로 박근혜를 찍겠다면 아마 온갖 쌍욕을 먹고 비아냥을 들었겠죠. 아이러니죠... 정말 웃기는 행태들입니다. 정치가 무슨 팬클럽 감성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렇게 감성에 매몰되었는지 모르겠더군요.


p.s : 정치인을 평가하는 첫번째 잣대는 '행보' 입니다. 두번째는 '결과물' 정도가 되겠구요. 정치인의 '행보'는 단기간으로 평가할 것도 아니고,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로만 평가해서도 안됩니다. 선생님 A에 대한 평가는 더 보류하고 경계함이 맞을 터이고, 선생님 B에 대한 평가는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동정심 정도도.. 한번쯤 가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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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