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많은 '후기'를 거의 다 찾아 읽었습니다. 누군가가 극찬한 김종배 시사평론가 진행의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하 이털남)라는 팟캐스트까지 들어봤습니다. 제가 접한 한도 내에서 야권의 패배에 대한 분석을 평가하자면 c- 수준입니다. 감히 누가 누굴 평가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한 시민의 의견인 그렇다는 정도입니다.


 

왜 c-인가. 감히 관심법을 쓰자면 야권의 자타칭 전문가와 평론가들은 자타율적으로 현 야권 주류세력과 그 팬덤의 '위용'에 기가 눌려서 '위축'되어 있는 사람들이 절반, 그리고 평가자임과 동시에 플레이어 활동하기 때문에 자아비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절반이라고 생각힙니다. 전자는 쫄아서 문제제기를 못하고, 하더라도 두루뭉술한 비판을 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후자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뇌까립니다. 모두의 책임, 일단 뭉치자, 선거 방법론상의 착오에 불과했으니 과학적 선거방법론을 도입하자는 류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제자 이털남에서는, 제윤경 선대본부장이 나와서 문재인 패배원인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김진표 같은 민주당과 후보(문재인)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 밖에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이나 선거 전략은 큰 문제가 없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제가 접한 가장 멍청하면서 최악의 평가입니다만, 본인들은 마치 드디어 문제의 핵심을 찾아냈다면서 김진표같은 정치인을 다음 선거에서 공천하는지 안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소리까지 하며 서로를 힐링했습니다.

오늘자 이털남에서는, 50대 이상의 박근혜 우세의 원인을 '종편에 의한 (사실상) 세뇌'로 돌리며, 현재의 왜곡된 언론환경에 대한 탄식과 함께, 향후 스마트 티비로의 미디어 플랫폼 변화가 과연 '야권 성향 언론'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자 한겨레신문의 한완상 인터뷰 기사(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67290.html)는 과연 한완상에 대한 일각의 평가에는 그 이유가 있구나, 서울대에서 그렇게 염치 타령 하더니 본인은 참으로 염치없는 사람이로구나, '한완상'이라는 네임밸류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다시 이루어져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재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과격한 감정이입과 그걸 바탕으로 한 우상화(문재인의 인품에 대한 한완상의 격찬이 그 예), 50대의 박근혜 몰표에 대한 성찰 없는 '남 탓',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정책대안 제시에 있어서의 무기력한 모습, 말 뿐인 중도층 공략 실패에 대한 반성(김진표 아웃 안한 것이 문재인 패배 최대 이유라고 한 것이 그 예), 자기 세력 내에서 일단 정해진 의제를 고장난 녹음기처럼 재생산하는 지식인들의 불성실함(50대 공략실패론, pk 대망론, 민주정부3기론, 검찰개혁론(으로 위장된 야권성향정치검사양성론), 거버넌스론(시민사회라는 사람들을 공식절차에 무임승차시켜서 월급을 내놓아라), 안철수 현상에 대한 규격화된 분석들) 등은 야권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 줍니다. 바로 세력 전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갖춘 새로운 인물들은 야권 세력에 포섭되지 못합니다. 정서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의 abcd가 다릅니다. 서로 다름을 상호 이해하면 상관 없는데 현 야권은 다름을 다르다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말로는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지만 스스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가난한 자들은 진보정당을 지지'해야'한다는 '당위'를 전제하여 너무도 뻔뻔하게 '국개론'을 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정답이 있으면 왜 선거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갖추지 못한 무식과 오만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들이니, 자신들과 다른 인생 경로를 밟아서 사회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그들에겐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야권 세력에서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밟아야 하는 인생 경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밟지 않은 사람은 젊은 시절 '잘못된 이기적'인 선택을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공정경쟁을 외치며, 세세한 공정경쟁각론을 말합니다만, 진지한 공부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악의 문제로 쉽게 사안을 환원시킵니다. 여기서도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선/악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사안을 선/악의 문제로 조망할 성질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있어서의 불성실함 및 나태함과 극단적인 정서와 빠심(우상화경향)에 근거하여, 전혀 현실 문제를 해결할 좋은 대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물론 몇가지 정책대안은 훌륭합니다만, 그 대안들 간의 체계적인 유기성은 취약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본인들의 이해부족으로 본인들도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굴지의 대기업의 일개 사원 한 명이 있습니다. 이 사원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자기 회사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과장에게 호통치며 단가 후려치는 것입니다. 자꾸 이러시면 거래 끊어져요라고 협박을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그냥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강화해서 철퇴를 가하면 됩니까?


 

사태가 이러한데 현 야권에는 이를 교정할 대안세력이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민주화 운동 한풀이 쇼타임을 너무도 화려하게 가진 나머지 참신하고 전문성 있으면서 "깨어있는"사람들조차도 현 야권을 조롱하고 냉소할 뿐입니다. "저거 아니면 실업자일 X들"이라고 일갈합니다. 전혀 저들과 섞여서 '동류'로 취급받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현 야권은 새롭고 유능한 새 인물들(지도자, 이론가, 실무진)을 정체세력에 포섭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물론 당연히 새로운 인물들은 일정 정도 야권에 들어갈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새 시대의, 새로우면서 적실성 있는 담론과 정책대안을 산출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못됩니다. 나이만 어릴 뿐 삶의 이력과 생각은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오히려 이전 세대들보다 세대 내 경쟁력에서도 또래 애들에게 크게 밀립니다. 정말로 정치에 진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생존하지 못할 사람들이 태반이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야권이 당장 망한다거나, 앞으로 정권을 절대 잡지 못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 상태의 야권이 정권을 잡는다해도 유의미한 성과를 세력 차원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야권의 새로운 아젠다는 일단 세력교체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철수의 부상도 저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안철수 '현상' 차원도 그렇고 안철수 본인도 스스로 세력교체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미루어 짐작합니다.


 

안철수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존재하는 지금은 세력교체의 호기입니다. 지금 세력교체가 실패한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매우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이 세력교체에는, 차마 세력교체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정파성만 강한 경쟁력 없는 언론과 지식인 집단도 그 대상입니다. 세력교체라 해서 전원 물갈이 이런 건 절대 아니지만, 분명 그렇게 이해하고 죽자 살자 알량한 쪼만한 기득권 지키려고 별 소리 다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은 귀찮은 싸움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철수와 그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치세력화해서 야권의 주류로 올라설 지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