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선 끝나자 마자 다른 할 얘기도 많을 터인데 대뜸 호남 몰표 비판이 튀어나와서 당혹스럽더군요.

어떤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고 그 의미를 비판적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해석과 조롱/경멸은 다르다고 봅니다.


호남인들이 이번 선거(든 그 어떤 선거였든) 사전에 서로 짜고

우린 말여 이번에 절대로 문재인을 찍어야 되야

하면서 조직적으로 문재인을 찍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물론 조직적인 표도 있겠지만 그게 몰표 현상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몰표가 나온 것이지, 몰표에 이르게 되기까지 투표 선택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고 역시나 몰표이기 때문에 "병신이고 호구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주의"적이지 못한, 혹은 어떤 편견에 사로잡힌 접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호남에서 안철수 지지 현상이 상당히(아마 가장) 강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안적 지지 후보였던 안철수가 사퇴를 해버렸으니 지지자들은 당연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요. 

게다가 안철수가 립서비스 정도가 아니라 문재인과 손을 잡고 포옹까지 해버렸죠. (게다가 설왕설래, 이구동성까지...) 

이쯤되면 혼란은 극에 달합니다.

 

그리고 선거 막판에 문캠 측이 이번 선거는 박 vs 비박의 싸움, 박을 떨어트리는 싸움(이정희 토론으로 극대화되었죠)이라고 하면서 부동층, 중간층 공략에 나섰고, 이게 상당히 주효했다고 봅니다. 5%에서 3%로 격차를 줄이는 데 유효했다고 봅니다.

고종석조차 박근혜 절대로 못찍겠으니 문재인 찍겠다 했고요.(그치만 박근혜가 당선된다며 계속 문캠을 비판하는, 약간 분열적 모습을 보였죠.)

여기 아크로에서도 막판에 줄기차게 그 논리를 주장하신 분들 계셨고, 약간 변형된 논리를 주구장창 전개하신 분도 계셨죠.

(선거날, 이곳 아크로뿐만 아니라 스카이넷 같은 데서도 그래도 도저히 박근혜는 못찍겠던 걸, 밤새 고민 끝에... 뭐 이런 경험담도 심심찮게 올라왔고요.) 



 

그리고 선거 3일 전부턴가 박빙 정도가 아니라 이거 문이 될 수도 있겠네 라는 분위기가 시작되었지요.

sinner님 조차 진심으로(진실은 sinner님만 아시겠지만) 문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실 정도.

(사실 선거날 출구조사 나올 때까지도 문재인 승리가 확실하다는 분위기였잖아요? 투표율 때문에)

 

자 이런 상황에서 호남인들 역시 "문재인이 잘 하면 될 수도 있겠어 안철수가 저리 손잡고 같이 운동하는데"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제가 볼 땐, 이번에 만약 안철수가 후보 사퇴 후 저렇게 열심히 문재인에게 협조를 안했으면 저 정도까지 몰표는 나오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문재인 지겠구나에서 문재인이 잘하면 이기겠어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도 "민주~"당인데 하는 심정으로 찍어준 거죠. 안철수도 저리 열심히 밀어주고 말입니다.

자, 이게 그렇게 비판 받을 판단이고 선택일까요?

저는 호남 몰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호남에서 이렇게 표가 나온 건 호남에 대한 문캠의 전략(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나름 성공해서 그런 것이지요(안철수 끌어들인 것 포함해서).

 

저는 호남 몰표 현상이 비판 받고 욕 먹어야 할 현상이라면 그 대상은 오직 단 한 사람

안 철 수

라고 생각합니다.

 

호남인들의 반박/반한나라새누리 정서를 문캠에 진상한 장본인이지요.(죽 쒀서 개 갖다 줬다고 해야 하나?)

물론 호남인이 "한번 속지 두번 속냐" 하면서 철수는 돼도 재인이는 안돼 하면서 단호하게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이론상 그런  거고, 워낙 반박/반한나라새누리 정서가 뿌리깊었고 막판에 문재인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는 얘기죠.

그 와중에도 전북은 13% 특히 무주진안 등 정세균 지역구(과거)에서는 20% 가깝게 나왔다는 걸 보면,

그리고 전남은 10%가 나왔다는 걸 보면, (이거 출구조사 수치 인가? 실제 수치인가? 자신없네요)

다음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 쯤에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대선 결과를 호남인 자신들도 보면서 그리 생각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족) 남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경멸하는 욕으로 흔히 "병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원래가 장애인을 의미하는 비속어거든요.

          이번 기회에 이 말만큼은, 그리고 아크로에서만큼은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해봅니다.

          호구는 어원을 잘 모르겠고요. (혹시 이것도 호남과 관련있나? 원래 야구나 배구할 때 잘 못하면 호구라 하지 않았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