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예산 SF 영화라면 흔히 B급 영화를 상상하게 될 텐데, 이 영화는 B급영화는 아니군요.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문학적 SF,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간단합니다. 인류는 달에서 H3라는 새로운 청청에너지원을 발견하고 루나인더스트리라는 회사가 이를 독점하여 전 지구의 청정에너지 70%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샘은 루나인더스트리와 계약하여 3년동안 혼자 달 기지에 머물면서 H3를 채치하여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거티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그의 유일한 말동무죠. 그리고 가끔 지구에서 날아오는 와이프의 화상 메시지만이 그의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자, 상당히 스토리가 수상하지 않나요? 지구 에너지의 70%를 담당하는 거대한 독점기업이 달에 단 한명만 보내어 연료를 채취한다? 그 사람이 미치기라도 하면 그 막중한 임무는 어떻게 될까요? 설마 그 정도의 리스크도 관리하지 않는 회사가 지구 에너지의 70%를 감당하고 있을까요?

물론 그럴 리가 없겠죠. 회사는 모든 것을 다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영화는 초기에 곧 그 미스테리를 밝혀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독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여기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예상하셨겠지만 샘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샘의 원판은 지구에 있고 달기지에 근무하는 샘들은 모두 복제인간, 클론입니다. 그리고 복제인간의 수명은 3년, 3년이 지나면 계약기간이 끝난 샘들은 폐기됩니다.

수명이 다 된 샘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거티는 다른 샘을 깨우는데, 다른 샘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사고 지점에 가서 정신을 잃은 그 전의 샘을 데리고 옵니다. 수명이 다 되어가는 그 전의 샘. 그는 서서히 이상을 일으키며 파멸되어 갑니다.

그리고 방해전파를 피해 지구로 전화를 걸어 걸어 원판 샘의 가족과 통화합니다. 그토록 사랑하고 있던 부인은 이미 죽었으며 아직 아가야로 기억하고 있던 딸 아이는 이미 하이틴입니다. 그리고 원판 샘이 화면에 나타나기 전에 클론 샘은 전화를 끊습니다.

죽어가는 샘은 후대의 샘을 지구로 보내고 자신은 다시 사고지점에 누워서 자신에게 찾아오는 죽음을 조용히 응시합니다.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 다음 샘의 우주선이 지구로 발사되는 장면이 보입니다.




그는 그 장면을 보면서 죽음을 맞이 합니다.

전 이 장면을 보면서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고독감과 외로움이 이 장면에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어가는 샘에게 감정이입을 하자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에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자신이 평생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 그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2주만 지나면 볼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이는 자신을 아빠로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그 아이는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지구에 있는 딸 아이는 이미 다른 존재로 성장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자신마저 진짜 샘이 아닌 거죠. 그 상황 속에서 그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며 또 다른 샘이 지구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진공의 달, 그위에서 자신의 모든 아이덴터티가 가짜라는 것을 깨달은 한 클론, 하지만 감정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한명의 인간이 지구를 바라보며 죽어가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외롭고 슬픈 죽음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 사실을 모르고 행복하게 죽은 전대의 샘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영화사상 가장 고독한 죽음을 목격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영화를 권합니다. 우리의 외로움은 샘의 외로움과 고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겁니다.

죽어가는 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 생각을 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우리 모두 외롭지만, 그의 외로움의 깊이와 넓이는 우주적인 것이니까요.

P.S. 달기지의 이름은 "사랑"입니다. 영어로 SaRang으로 적혀있고 한글로도 "사랑"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바이오엔지니어링회사가 루나인더스트리와 합작하여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닥 좋은 역할은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존재가 이제 꽤나 세계인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