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설가 이월하 선생이 쓴 [옹정황제]라는 소설이 있다. 이월하 선생은 [강희대제], [건륭황제]도 썼다. 이 세 권의 소설을 합쳐서 '제왕삼부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무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옹정황제]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참 희한하게도 이 둘은 판박이처럼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판박이가 뭔지는 여러분 나이라면 잘 아시리라. 비닐에 그림을 그려서, 그걸 손톱 같은 걸로 문질러 다른 종이나 피부 같은 데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김대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야마오까 소하찌 선생의 [대망](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소설 속의 도꾸가와 이에야스와 실제의 김대중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서 책을 몇 권 훑어 보았는데, 그런 연후에 [옹정황제] 3권과 4권을 조금 읽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또 재미있더라.
 
내용을 앞 부분만 조금 소개해 드리겠다.
 
강희황제는 재위 60년 만에 죽게 된다. 이십여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태자였던 윤잉이 자리를 쫓겨나고, 다음 후계자의 이름은 건청궁 대들보 편액 뒤에 숨겨 놓았다. 여러 황자들이 황제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고 있었다. 넷째 황자였던 윤진은 오사도를 스승으로 초빙해서 황제가 될 일을 기도하고 있었다.
 
윤진은 별명이 '냉면왕'이었다. 이 별명을 얻게 된 데에는 까닭이 있다. 강희제는 세금을 거둬서 국고를 가득 채워 놓았는데, 대신들이며 관리들이 이 국고에 차용증을 남기고 돈을 빌려서 갚지 않고 버티는 일이 흔했다. 4천만 냥이 들어 있어야 할 국고에 겨우 800만 냥만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강희제는 대대적인 국고환수작업을 명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윤진이 맡게 되었다. 돈을 빌려간 관리들이 순순히 돈을 갚지 않으면 윤진은 그들을 다그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와중에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재도구를 몽땅 팔려고 내놓는 황자도 있었다. 관리들은 도가 지나치다며 모두 윤진의 일처리를 원망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고환수작업은 계속했는데, 이 와중에 얻은 별명이 냉면왕이었던 것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결국 황제 자리를 물려 받은 윤진은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옹정'으로 황제의 이름을 삼았다. 황제가 되지 못한 팔황자 윤사와 그의 일당은 옹정황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반역을 꾀한다. 그 과정을 소설 속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옹정황제=노무현이고, 윤사 일당=한나라당이다.
 
 
노무현의 성격과 입장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은 반노들이 있다면, 나는 이 [옹정황제]를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읽고도 모르겠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당신 머리가 나쁜 걸 나 더러 어쩌란 말이냐...
 
나는 노빠로서 노무현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터무니 없이 미화하거나 박박 우길 생각은 전혀 없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서 유능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노무현에게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어서 그랬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후보를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고 돈을 기부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일을 하는 것은 얼마 안 된다. 실제로 일은 장관이 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유능한 인재를 뽑아서 장관을 시켰다면 빛나는 성과와 빛나는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의 안목은 천박해서(얕고 얇아서) 무능한 사람들을 장관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안 좋았고, 또 이것 때문에 개혁세력은 무능세력으로 낙인이 찍혀 정권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노무현대통령에게 딱 들어 맞는 말이다.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예감한 것은 교육부총리로 윤덕홍을 임명할 때였다. 취임 후 한 달이 못 되어 나는 노무현대통령의 안목이 천박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대구대의 개혁을 성공했다고 하여 교육부총리로 임명했는데, 윤덕홍의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 보니, 교육개혁과는 아주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이더라. 그래서 나는 서프라이즈에 이 내정을 철회하라고, 윤덕홍은 자진사퇴하라고 글을 썼던 것이다. 다른 노빠들은 내 글을 해우소로 쳐박았다. 노빠들도 안목이 그 정도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고, 윤덕홍을 임명하는 것을 보니 노무현대통령의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노무현의 정책 노선 중에서 새만금사업을 중단하지 않은 것과 한미FTA 졸속 협상에 대해서 극히 우려한다. 이 두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르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정책 역시 값을 낮추는 데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저 투기를 방지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말았으므로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이라크파병은 우리나라 입장상 불가피했다고 생각하고, 전작권 환수문제는 방향은 옳았지만 사전에 국민들에게 잘 이해를 시키고 추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나는 맹목적인 찬양자 맹목적인 지지자가 아니다. 나름대로의 견해에 따라 지지하기도 하고 저주하기도 한다. 이제 퇴임했으니 노무현에 대해서는 길게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반노들이 억지를 쓰며 들고 일어날 때만 가끔 반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