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시너아재께서 지적한 대로 전에 문재인을 꽤 좋게 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생긴 것도 그렇거니와 말투나 하는 행동도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여러 언론에서 다들 그를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조선일보에서도 그가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좀더 극단적으로 말해 안철수가 사퇴해서 그가 야권 단독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그를 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그를 노무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는 ‘잘 봐줘야 다운그레이드 버전’에 불과하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아무 근거 없이 노무현의 언플에 넘어갔던 것이다. (자신이 돈만 아는 변호사로부터 인권에 눈을 뜨게 한 사람이라느니, 노무현 없는 문재인은 있어도 문재인 없는 노무현은 없다느니… 이런 말의 소스는 결국 노무현 자신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판단에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생각해보라. 노무현이 정계에 입문한 계기가 무엇인가? 1988년 그는 부산출신 시국관련 변호사 가운데 김영삼의 눈에 들어 허삼수라는 거물의 맞상대로 내세운 정치신인이었다. 운 좋게 당시 지역바람이 크게 불어 당선되긴 했지만 솔직히 김영삼 자신도 그렇게 높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거물 상대로 나선 신인 가운데 후일 기억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 후에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대통령까지 되기는 했지만 세상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니 변호사나 정치인 중에서만 따져도 그보다 더 나은 이가 없다는 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정치를 해 온 이들 가운데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러 사람을 봐 왔는데… 와, 진짜로 없었다. 노빠로 분류되는 이들을 보자. 이해찬, 한명숙, 김두관, 유시민… 이들 중에 사람 취급 받는 이가 있는가? (한윤형이 "역시 노빠들 가운데 노무현이 가장 나은 넘이다"라는 말을 안 믿었는데 의외로 정곡을 찔렀더군) 그러면 노까들은 어떤가? 이름을 들먹이기도 어렵네. 지금 새누리당 말고 야권에서 노무현을 반대하는 세력 가운데 그 이름 알만한 사람이 정말로 누가 존재하나? 안철수는 지나친 간보기와 우왕자왕으로 인해 이미 세력이 꺾인 것 같고 박원순이 조금 유리한 입장이긴 하지만 서울시정이라는 매우 불안한 줄을 타고 있는 느낌이다.

각설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문재인을 지지하기로 했다. -_-

첫째로, 가끔 잊으시는 분이 있던데 나는 이곳에 처음 올 때부터 분명히 밝혔듯이 노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 다음으로 노무현을 좋아한다. 누가 왜냐고 물으신다면 그야 취향이니 존중해 달라고 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에 비해 그가 부족한 면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야권 정치인에 비해서도 그렇고… (이 점에 대해서는 첫 번째 단락을 참조) 솔직히 손학규에 약간의 기대를 걸었는데 원래 비중이 너무 작은데다가 이젠 혁통과의 협상문제로 닝구들에게마저 비토를 당하고 있으니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 아닌가? 아… 노무현이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 및 실정들. 대북특검, 분당, 대연정 발언 등등에 대해선 거의 알고 있다. 대체로 잘못이라고 알고 있고… 모르고 지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정치인 가운데 그보다 나은 이가 없으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솔직히 어떤 사람이건 커다란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는 순간 그 사람 특유의 또다른 문제가 터져나와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은 불보듯이 뻔한 일이다.

둘째로… 이건 뭐라고 할까? 한마디로 말해 이근안 때문이다. 누구나 잘 알듯이 이 자는 사람을 고문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잘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자가 싫다. 내게 데스노트가 있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자의 이름을 거기 올릴 것이다. 물론 이 이름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고 그런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베충들… 자, 이들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한가지, 일부 사람들은 노빠 나 황빠들이 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직 권력이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렇게만 된다면 중국의 홍위병 같은 짓을 하고도 남을 거라고 말한다. 인정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짓을 실제로 저지르지는 않았다. (국정원녀 문앞에서 농성 좀 했던 일은 홍위병 행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행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고 배워 왔다.

셋째로 호남인들 때문이다. 박근혜나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서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뭐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고 본다) 어쨌건 아직까지는 전국에서 민주당 - 다시 말해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 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이곳이다. 남프나 수복에서처럼 이들이 등신이라 여러 번 당하고도 노빠 짓을 하는 머저리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당연히 이들 가운데 과반수가 문재인을 비토하는 순간 나 역시 그를 버릴 것이다.

넷째로… 내가 알기로는 현재로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솔직히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중에 내 한 표로 인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책임감을 느낄 일은 거의 없으리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

PS1) 어떤 SF에서 봤더라… 핵전쟁이 일어났다. 소련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미국은 잿더미가 되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민은 사망. 살아있는 미국인은 외계 미사일기지에 주둔한 미군들 뿐이었다. 당연히 분노에 가득찬 이들은 소련에 대해 보복 핵공격의 단추를 누르려고 대통령의 마지막 메시지를 틀었다. 그 내용은… “우리는 죽더라도 인류를 멸망하게 할 수는 없다. 즉시 소련군에 무조건 항복을 하라”

PS2)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 글을 가지고 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추가의견은 일체 없을 것이다. 누구건 여기에 댓글을 달고 싶다면 막을 수야 없겠지만 어지간하면 하지 않으시는 게 어떨지?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