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는 하는 게 지역주의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주의가 너무 당연시 돼 관심을 못 받고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역에 따른 지지율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걸 보면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투표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한국정치에서 지역성이 나타난 건 박정희 때부터다. 그 이전엔 지역에 따른 지지율편차가 거의 없었다. 박정희가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첫 대통령 선거인 1963년 대선에서 영호남이 박정희를 지지하여 박정희가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권 4년 동안 박정희 정책의 영남편향성이 드러나 1967년 대선에선 호남은 박정희에 등을 돌렸지만 영남은 박정희를 더욱더 지지하였다. 이처럼 1967년 대선 때부터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주의 정당이 된 것이다.


1971년 대선에선 박정희가 노골적으로 지역주의를 선거에 이용하였다. 이는 박정희가 인구가 많은 영남을 지역주의에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이때부터 정치의 지역성은 고착화된다. 이것은 박정희가 영남출신인데다 인구가 가장 많았던 영남지역만을 위한 영남패권적 정치를 펼치면 펼칠수록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안 박정희의 교묘한 전략이었다. 모든 요직을 영남출신(특히 경북)이 장악하였고, 산업시설을 영남에 집중시켰다. 그 후 공화당은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변천하며 가장 강고한 지역주의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 또 다른 지역주의 정당이 있었다. 경남을 기반으로 한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새정치 국민회의, 새천년 민주당, 그리고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김종필의 자민련,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 등이다. 그러나 그 정당들은 다 없어지고 지금은 새누리당만이 부산과 경남에서 약간의 의석은 내주었지만 영남에 튼튼한 기반을 둔 유일한 지역주의정당이다.


지금의 민주통합당을 지역주의 정당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의 구성원들이나 실세들을 보면 호남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구 새천년 민주당 출신들은 민주통합당이 호남을 홀대한다며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자기의 지역정당이 아닌데도 다른 지역의 지역정당인 새누리당에 줄곧 들러리를 서는 지역 사람들이다. 특히 강원도가 그렇고 충청북도가 그렇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강원도나 충청북도를 특별히 대우해주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투표할 게 아니라, 오히려 지역주의를 없애는 방향으로 투표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지역주의 정당인 새누리당을 도태시키지 못하고 정권을 내주면 지역주의가 지속되어 다양한 사상이 아닌 특정지역의 사상만이 계속해서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 그 사상이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영남패권주의로 불리는 냉전, 예속, 부패, 수구, 토건주의 사상이다.      


[참고] 5,6,7대 대선 득표결과


<제5대 대선 (1963)>


서울지역(130만) : 윤보선 61.8% > 박정희 28.6%


경기지역(128만) : 윤보선 51.7% > 박정희 30.0%


강원지역(83만)  : 윤보선 44.1% > 박정희 35.6%


충청지역(168만) : 윤보선 43.9% > 박정희 36.1%


호남지역(238만) : 박정희 49.3% > 윤보선 34.6%


영남지역(343만) : 박정희 45.0% > 윤보선 25.8%


제주지역(13만)  : 박정희 63.5% > 윤보선 20.9%




<제6대 대선 (1967)>


서울지역(136만) : 윤보선 49.6% > 박정희 43.7%


경기지역(136만) : 윤보선 49.8% > 박정희 38.8%


강원지역(89만)  : 박정희 48.5% > 윤보선 39.5%


충청지역(176만) : 박정희 43.3% > 윤보선 43.2%


호남지역(254만) : 윤보선 44.6% > 박정희 41.1%


영남지역(361만) : 박정희 62.6% > 윤보선 24.7%


제주지역(14만)  : 박정희 53.9% > 윤보선 30.6%




<제7대 대선 (1971)>

서울지역(207만) : 김대중 58.0% > 박정희 39.0%


경기지역(146만) : 김대중 47.8% > 박정희 47.2%


강원지역(88만)  : 박정희 57.4% > 김대중 37.2%


충청지역(166만) : 박정희 52.3% > 김대중 41.1%


호남지역(241만) : 김대중 58.6% > 박정희 32.8%


영남지역(380만) : 박정희 73.6% > 김대중 21.9%


제주지역(15만)  : 박정희 53.2% > 김대중 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