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요즘 한국 국민은 집단 명상에 빠졌다.
"철수, 철수, 안철수, 철수할 건가 말건가,
아리송송, 안철수. '하는 주문을 외우면서....

결론만 놓고 보면 자기는 생각도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가라는 등을 떠밀려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풀게 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제 자리로 돌아간 꼴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다 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아주 풀기 어려운 방정식 게임이라는 것을. 안철수! 하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 속할 터인데 그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주판을 두드려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 결과 후보 포기 후 다시 간철수로 돌아간 듯한 안철수! 일단 정권교체 찍고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을 택한 듯 보인다. 그런데 그게 될까? 되었으면 좋겠지만. 안철수에게서 무지개를 쫒던 소년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가 너무 속물적이어서 그럴까?

나는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물론 안철수 자체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세력이 아닌 개인인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분위기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늘에서 내려 온 사람이 아닌 이상 인간사회에서 가장 복잡한 전문 분야인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배팅을 할 수 있는 일인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오죽 답답하면 그렇겠느냐마는.

문제는 한국이 이렇게 앞날을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한 사회라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은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앞에 두고 누가 되면 어떻게 될지 대강 견적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도무지 심장이 약한 사람은 살 수가 없는 나라이다. 아니면 전 국민이 웬만한 일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 강심장이던가?

한국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평생 아프리카 대륙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 흑인들이라고 해서 다 대략 비슷한 것이 아니고 식민지 경험을 했느냐 또는 침략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한다. 범죄에 물들면 인간을 버리듯이 식민지 경험을 하거나 전쟁을 한 번 치르게 되면 민족 전체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다.

세계의 온갖 민족이 사는 호주에서 제일 인상이 더러운 민족은 레바논계일 것이다. 각종 범죄에 레바논계가 빠지면 구성 자체가 안 된다.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레바논 계는 60 년대 내전 때 대거 호주로 피난 온 사람들인데 그 때 찌그러진 인상이 아직도 안 펴지고 있는 것이다.

100 년 전에 2,000만 인구 중 5,60여 만 명이 희생을 당한 동학 혁명에서부터 3,000만 인구 중에 1/10인 300만이 희생된 6.25 전쟁을 치르고도 4. 18 혁명, 5.16 군사반란, 12. 12 군사 깡패 난동, 5.16 광주 학살 등등 근세 한국의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한 시라도 인상을 펴고 살 수가 있었던가?

신세가 이렇게 고달프다보니 어디서 조그만 희망 비슷한 것만 나타나도 목을 매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게 지금의 안철수 현상이 아니겠는가?

애초에 그가 9월 19일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와서 출마선언을 할 때의 키워드도 ‘정권교체’가 아니고 '정치쇄신'이었다. 그의 눈에는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거다. 그래서 기자들이 "당신이 야권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도 그저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로만 답을 했다.

쇄 신은 하라고 주장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한다. 구태어 민주당 입당을 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을 향하여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협상 하고 견인하는 것도 정치 행위일 것이다. 추상적으로 쇄신만을 주장하는 것은 훌륭한 도덕 교사일 수는 있어도 현실적인 정치인의 자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애매모호한 사람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안철수 현상을 지켜보면서 신약 성서의 “그 때에 어떤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보라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는 구절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