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느긋하지 못하고 냄비근성들이 나타나는군요. 안철수가 대권후보 선언을 안 한다고, 또 단일화 선언을 안 한다고 아우성치던 그 냄비근성 말입니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아직까지 확실하게 지지하지 않으니 모두들 애간장을 태우는군요. 문재인 지지층 쪽도 그렇고 박근혜 지지층 쪽도 그렇고요.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불안감으로, 후자는 희망감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겁니다.



정치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안철수(또는 안철수 캠프)는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요. 누구나 당연히 기대할 시점에 지지선언을 해버리면 별 효과를 못 냅니다. 반면에 국민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격적으로 해버리면 반전효과가 커서 그 영향이 폭발력을 갖게 됩니다. 안철수는 그 시점을 기다리거나 만들어 나가고 있는 거지요. 문재인 캠프 쪽에서도 그 정도는 간파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안절부절 하는 척해야 국민들의 시선을 지지선언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거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지금 박근혜는 국민의 시선에서 소외돼 대선의 들러리처럼 여겨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투표일이 더 가까워 진 후 안철수의 극적인 지지선언이 일어나면 부동층이 동요하며 박근혜 측은 멘붕에 빠지게 되는 거죠. 안철수는 그걸 노리는 거 같습니다.


물론 안철수가 지지선언을 안 하거나 해도 김빠지는 정도로 할 가능성도 있고, 심지어는 박근혜 지지선언을 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철수가 바보가 아닌 이상 문재인보다 박근혜를 유리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박근혜를 유리하게하면 안철수의 역할은 박근혜의 들러리가 되는 겁니다. 마치 김지하, 한광옥 류의 한 물간 노회한 인물들의 박근혜 지지선언처럼. 그리고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겠지요.


반면에 문재인을 크게 도우면 도울수록 정말 확실한 야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마치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김근태 부인 인재근을 국회의원 만들었던 것처럼.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급상승시키겠죠. 그 존재감이 앞으로 정치든 삶이든 큰 자산으로 자리매김 될 겁니다.


불을 안 지펴본 사람들은 불쏘시개의 중요성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저녁마다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그러기에 불쏘시개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죠. 제가 갖고 있는 장작 중 가장 잘 마르고 불이 가장 잘 붙는 가장 양질의 나무로, 가는 거에서 굵은 것 까지 크기 별로 조합을 짜맞추어 공들여 불쏘시개 세트를 만듭니다. 불쏘시개가 좋으면 한 번에 불이 붙어 기분이 좋지만, 한 번 실패하면 자원만 낭비하고 견고생을 하며 짜증이 나게 됩니다.


이처럼 불쏘시개란 비유는 욕이 아니고 덕담입니다. 당신이 안철수라면 허접한 들러리를 선택하겠습니까, 킹메이커가 되는 중요한 불쏘시개 역할을 선택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