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제의 인물은 이정희다. 사연은 모두 알 터이니 생략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난 그녀의 컴백을 환영한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 반면 잘못에 비해 너무 큰 벌을 받았기에 이제야 조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역시 거두절미, 바로 밝히겠다. 통진당 사태 당시 그녀를 온갖 무도한 언어로 폭력을 휘두르며 마치 마녀인양 묘사하고 가까이 해선 절대로 안되는 페스트 취급했던 이들이 이제와서 손 모아 정권 교체를 위해 사퇴를 운운한다. 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에게 무슨 권리가 있다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이정희의 사퇴를 운운하는가.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한다. 즉, 통진당 후보로 나선 이정희가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하든, 통진당의 이념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완주하든 그건 그녀와 통진당이 오롯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그녀에게 절대로 사퇴를 강요할 수 없다. 물론 정권 교체를 절실히 바라는 입장에서 청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분명히 하자. 그건 청이다. 요구가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이치는 어떠한가? 주고 받기다. 줄게 없다면 받을 권리도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내가 지금까지 이정희를 대하는 태도는 이랬다. 난 그녀가 야권연대에 적극적일 때 나의 반새누리당 포지션에 맞춰 칭송했다. 그렇지만 가치와 이념을 도외시한채 정치공학적 3당 합당을 추구한 그녀는 도저히 내 정치관과 맞지 않기에 '당신의 미래는 오세훈'이란 극언을 퍼부우며 비판했다. 다시, 내 태도는 바뀌었으니 통진당 사태 당시 꿀밤 맞아야할 그녀가 매타작 당하는 꼴에 분노했고 역으로 매를 맞아야할 사람들이 진보의 구세주인양 떠받드는 세태를 개탄했다.

내 자랑 같으니 역시 줄이겠다. 만약 난 내가 문재인 지지자라면(더 나아가 문재인이 그러했다면) 이정희에게 사퇴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녀의 이념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지만 최소한 그녀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처사에는 맞섰다. 그리고 최소한 같이 연대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는 치부한 적이 없다. 즉, 나는 그녀에게 준 것이 있으므로 돌려줄 것 또한 요구할 자격이 있다.

그렇지만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들은 어떠한가? 통진당 사태 당시를 떠올려 보라. 보수 언론, 진보 언론, 야당 모두 손을 잡고 몰매를 가했다. 폭력 사태에 충격을 받아 그랬다면 이해한다. 심지어 부정 선거 진상이 밝혀지기 전이므로 오해해서 그랫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제까지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까지 도외시한채 갑자기 사상검증이 공당의 의무라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하고 더 나아가 사상 초유의 국회 제명까지 부르짖던 작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안보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중앙일보의 김진이 '이석기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로 국회 제명을 반대하는 글을 읽으며 화끈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안보 보수주의도 그 정도의 민주주의 상식은 있다. 그렇지만 이 놈의 진보, 개혁 진영은 파벌 싸움에 휩싸이면 민주주의도, 사상의 자유도 없다. 그건 오로지 자기들만 누릴 권리이고 남들에겐 필요할 때만 있는 권리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것도 이제 과거니 넘어가자. 자본주의에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이정희와 통진당을 '남'으로, 더 나아가 '적'으로 규정했다면 앞으로 이정희와 통진당의 행위에 대해 요구할 권리가 없다. 아침 밥 투정은 부부일 때 부리는 거다. 자기가 먼저 요구해서 이혼했으면 전처가 재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찍소리할 권리가 없는 법이다. 이 정도의 상식도 없나?

그래서, 난 어떻게 할 거냐고? 앞에 이야기했듯 난 이정희의 선택을 존중한다. 사퇴를 하든, 완주를 하든 그녀와 통진당 맘이다. 다만, 앞에 이야기했듯 난 그녀의 복권을 환영한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갈 내 표는 없다. 난 아직도 진보판 3당 합당을 용서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까지 그녀와 통진당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아는한 내 입장에서 구걸도, 동정도 없는 냉정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