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에는 토론회 수준이 참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토론이 수준높게 이루어진다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어릴 적부터 토론 교육, 말하기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라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말의 구조가, 토론자의 대등성/평등성을 전제로 하는 토론의 언어로 되기에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말은 계층/계급/신분지위 등에 따른 서열화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언어입니다(일본말과 유사하면서 일본말보다 더 심함).

이 서열화에 따른 말법을 제대로 안 지키면 우리말 제대로 못하는 거가 되는거죠.

예컨대 잘 모르는 사이에서 반말을 한다든지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한다든지 하면

바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 돼버리고 그렇게 되면 토론의 전제 자체가 성립이 안됩니다.

싸가지 없는 넘과 어떻게 토론씩이나 하겠습니까?

여기 아크로만 해도 반말로 댓글 쓰다 보면 사이드 브레이큰가 뭔가 건다면서요.

 

암튼 한국말을 잘 하려면 상황이나 말 상대방에 맞게 존대어, 겸양어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하고픈 말을 조리있게 얘기해야 되니까

이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존대어, 겸양어를 잘 구사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토론 상대에 대한 respect(토론 당사자로서)를 보여주지 않으면  역시 토론은 잘 이루어지지가 않는거죠.

 

어제 토론에서는 이정희의 토론태도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같군요.

사실 이정희의 태도는 토론회에 나선 대선 후보라기보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 같았습니다(혹시 직업병?). 

물론 박근혜도 예의 있는 태도는 아니었어요. 상대방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거라 생각하는 부분을 대놓고 직선적으로 공격했잖아요.

좋은 태도는 아닙니다. 좀 에둘러 말하던가 유머를 섞어가면서 하던가(이런 거 애초에 기대도 안하지만)...

나이 젊은 사람이 싸가지 없게 구니까, 나이 많은 나도 함부로 해도 된다...

이건 아니거든요.
 

 

대선 후보가 아니라 일반 정치인, 시구의원이라 해도 품위 지켜가면서 상대방 충분히 존중한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할 말은 또 다 하는, 그런 토론을 바란다면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

지금은 안된다 해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토론에 대해서는 좀 뚱딴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박-문 두 사람만 토론을 했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맥 빠졌겠습니까? 뻔할 뻔짜죠.

대선 후보  토론회로서 별 의의도 없고요(중요한 판단 근거가 안될 것이기에).

 

그래서 기왕에 재미없고 의미없는 토론회 될 바에야,

이정희 후보를 끼워줘서, 결국 두 유력 후보 때문에 토론회가 망가진 것은 절대 아니다,

뭐 결과적으로 이런 효과가 생긴 거 아닐까요? 예상하고 그런 것까지는 아니겠지만서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