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얼치기 밀리 매니아답게 이영훈교수에서 다시 전쟁사로.--;;;

2차 대전 당시 핀란드와 소련이 붙었던 겨울 전쟁 스토리를 다시 정리하기엔 버겁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네이버로 '겨울전쟁'으로 검색하시면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2차 대전에서 가장 인상깊은 국가를 들라면 단연 핀란드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겨울 전쟁 개시전 핀란드와 소련의 전력을 비교하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일본 쯤 됩니다. 탱크와 비행기등 근대 병기로 무장했던 소련군에 비해 신생 독립국 핀란드의 전력은 그야말로 총과 대포 수준이었죠. 전쟁 발발 직전 연합국이 지원합니다만 그 수준도...안습이었답니다.

 그렇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자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짐작하시겠지만 소련군은 그야말로 - 인터넷 전문 용어론- 캐관광 당했습니다. 얼어죽고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고 심지어 심야에 자기들끼리 총쏘고 대포 쏘다 죽고 가지고 간 탱크는 핀란드 군에게 헌납하고. 가히 겨울 전쟁 당시의 핀란드 군은 영화 300에 버금가는 영웅들이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만... 가장 큰 원인으론 한심하기 그지없던 소련군의 지휘 능력을 많이 꼽습니다. 당시 소련군 지휘관들은 그야말로 스탈린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만 있었을 뿐, 그 수준이 가히 바닥이었다는 거지요. 특히 스탈린의 군부 숙청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두번째로는 핀란드 측의 탁월한 민관 합동 대응이지요. 처음 소련은 자신들이 침공하면 핀란드내의 좌파가 호응하여 봉기할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왠 걸. 분격한 핀란드 좌파는 대동단결해버립니다.

그런데 그래서 결국은 어떻게 됐느냐... 핀란드는 항복합니다. 그래서 개전전 소련의 제안보다도 더 불리해진 휴전안을 받아들이게 되죠. 아무리 탁월한 지휘도, 병사들의 높은 사기도, 국민들의 대동단결로도 어쩔 수 없을만큼 전력차가 컸으니까요. 제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같은 분 10명쯤 있었어도 한강 이남까진 왜군이 쓸어버렸을 것이라 보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면 핀란드는 그렇게 x된거냐. 그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독소전이 발발하자 당연히 핀란드는 독일군과 합류하여 빼앗긴 영토를 되찾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서 전 정말로 핀란드에게 감탄합니다. 핀란드는 독일의 거듭된 재촉에도 불구하고 구 영토 회복에 치중할 뿐, 본격전인 대소전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2차 대전 당시 빈번했던 상대에 대한 보복도 자제합니다. 심지어 소련 내 전쟁 고아들을 핀란드 내에 수용하여 인도적으로 돌봐 줍니다.

그리하여 독소전이 역전되자마자 아주 현명하게도 바로 독일을 배신합니다. 물론 애써 수복한 영토는 다시 소련군에게 내주지만 당시 동구 국가들이 겪었던 참화에 비해선 더 할 수 없이 양호한 결과지요. 왜 냉혈한 스탈린이 얼핏 보기에 한 주먹감도 안되던 핀란드를 봐줬는지에 대해선 밀리 매니아들 사이에 말들이 오고 갑니다만... 제 생각에 겨울전쟁의 경험이 컸다고 봅니다. 괜히 핀란드까지 전선을 확대했을 경우 그 뒤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겠지요. 그러니 봐줬다기보다는 참았다고 봐야지요.

핀란드의 행보를 놓고 지도 계급의 현명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전 꼭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더이상의 내분을 자제하고 이해하고 협력했던 국민들의 역량을 결코 무시해선 안되지요. 사실 지나고보니 옳았다는 것이지,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맹국 독일이 좀 지고 있다고해서 바로 배신하고 철천지 원수 소련과 휴전한다는 게 당시 핀란드 국민으로서도 감정상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 운도 따랐지요. 스탈린의 주목표가 독일과 동구였기에 망정이지, 북구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겁니다.

전 그래서 겨울전쟁 스토리를 볼 때마다 어떻게 핀란드가 이렇게 현명할 수 있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핀란드 국민의 유전자가 남다랐을 리는 없겠지요. 그들 스스로 그전까지 이뤄왔던 어떤 문화나 문명, 혹은 역사적 경험이 뒷받침됐을 텐데 핀란드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어 지금도 궁금할 뿐입니다. 

혹시 핀란드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가르쳐주세요. 전 정말로 궁금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