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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읽기: 민주당, 용을 쫓는 자 - 고은태 

일부만 발췌해봅니다.

<드래곤과 기사>

어느 마을 근처에 흉포한 드래곤이 나타났다. 드래곤은 수시로 마을을 습격하여 가축들을 잡아갔다. 인명피해도 잇달았다. 한 기사가 마을을 지켜주겠노라 공언했다. 마을사람들은 좋은 것들을 가져다 바쳤으며, 기사의 지휘에 따랐다. 그리하여 마을은 그럭저럭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시때때로 드래곤이 출몰하여 양을 잡아갔고, 때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마을사람들은 기사에게 강력한 믿음을 보였고, 기사를 응원하기 위해 물질적, 정신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드래곤에 대항한 승리와 패배의 반복은 일종의 균형상태로 받아들여졌고 어느새 마을사람들은 그것을 일상적 삶의 모습으로 믿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부상을 입은 드래곤을 쫓던 기사가 결정적인 승리를 앞두고는 꼭 실수를 저질러 후퇴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결국 결정적 승리도 패배도 없는 지루한 교착상태만이 이어질 뿐이었고, 드래곤을 쫓아내어 원래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희망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소문에 끌려서 드래곤을 처치하려는 새로운 기사들이 마을에 찾아오기도 했는데, 이들은 힘을 합쳐야 드래곤을 대적할 수 있다는 명분에 따라 그 기사의 휘하로 들어갈 것을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 마을에서 쫓겨났다. 마을사람들 중에서 기사의 지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마을의 단결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으로 취급 받았다. 

기사의 입장에서 드래곤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그가 혹시라도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칭에 걸맞게 드래곤을 베는 순간, 자신의 존재의의는 사라진다는 것을 기사의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기사 스스로는 자신을 드래곤과 싸우고 드래곤을 퇴치하기 위한 존재라고 믿었으나, 현실의 기사는 드래곤의 목숨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였다. 드래곤과 싸우고 동시에 드래곤을 지키는 기사. 그래도 사람들은 언젠가는 기사가 드래곤을 베어버릴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본인들의 의도야 어떻든, 현재 한국정치에서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이렇다. 지옥불이 더 활활 타오를수록 교회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듯이, 새누리당이 더 추악한 모습을 보여줄수록 민주당은 현재의 위치를 보장받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대통령자리나 국회과반수의석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절대악 새누리를 견제하는 이들의 지위는 여전히 든든하다. 가끔 새롭게 나타나서 자신이 새누리를 퇴치할 적임자라 주장하는 도전자들만 적당히 주저앉힐 수 있다면, 새누리가 개과천선하거나 아주 망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북한 없으면 정치 어떻게 할거냐고 한나라당을 비아냥 대던 민주당, 이제는 한나라당 없으면 정치 어떻게 할거냐고 조롱받는 신세가 되었다."

제가 누누이 이야기하던걸 아주 재미있게 쓰셨네요. 
저도 이런 글재주가 있었으면...

댓글에는 역시나 
마을사람들 중에서 기사의 지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마을의 단결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으로 취급 받았다. 
가 증명되는게 몇몇 눈에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