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에서 김종인씨를 인터뷰 했습니다. 김종인씨 인터뷰는 언제나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202093231&section=02

예상과 달리,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 보도와 달리,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신뢰하고 있었다. 박 후보 곁을 떠나 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다만,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의 세부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박 후보 주변에 재벌 친화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그들이 경제 민주화 공약 추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제생각: 일단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의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주변의 재벌 친화적 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그말을 듣고 있는게 그 의지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네요.. 

그가 야당의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을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재벌을 개혁할 것처럼 말하더니 당선되자마자 재벌과 손을 잡았다는 게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만났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그만큼 뿌리가 깊어 보였다. 이런 기억이 굵은 흉터처럼 남아 있는 한, 그가 야당과 손을 잡기란 어려워 보였다

"...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알았었다. 당시 노무현은 한국경제를 개혁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달라졌다. 대통령이 되고 나선 아예 180도 바뀌어서 재벌위주가 됐다. 심지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자인하기까지 했다. 그럴 거면 대체 정부는 왜 있나. 그걸 보고 나니, 난 우리나라 진보가 대체 뭐하자는 진보인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반면 참여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주시는 군요.  첨에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더니, 나음에는 쌩까더라는. 유종일 박사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했지요. 지금 문재인 후보옆에서 도와주고 있는 이정우 교수님도, 참여정부 초기와 같이하다가, 정책 방향이 너무 자기가 생각하는 거랑 달라져서 그만둔거고... 

"... 대통령이 되면, 그 순간 의식이 달라진다. 지금 나오는 공약의 세부적인 내용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게다가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렇다.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다. 정부 통계에서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45%다. 미래가 없다는 답변은 60% 가까이 된다. 이래선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에게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 외엔 다른 길이 없다. 이걸 얼마나 비타협적으로 추진하느냐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강조한 부분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시급성입니다.  양극화 문제, 사회가 유지되기 힘들정도로 진행되고 있다는게 김종인씨의 진단입니다. 저는 이 진단에 100% 동의합니다. 도데체 희망이 안보인다는 사람들, 제 윗세대, 제 세대, 제 아랫세대에서 공히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진짜로 자기 능력 있는 사람 소수만 간신히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서 살지, 그냥 좀 평범한 사람들은 ... 하루하루가 나락입니다. 그보다 더 안좋은 소식은 그 나락에서 벗어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 경제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질서를 잡는 작업이다..... 경제 민주화가 이뤄진 기반 위에서 성장도 가능하다. 
그걸 미루자면 영원히 못하는 거다. 이거 했으니 저건 안 해도 된다는 식이면 경제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 사실 대한민국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다. 완전히 재벌이 독식하는 구조다. 정치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과거 압축 성장 시기에 발생했던 경제사회적 모순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불평등의 정도가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돼 있다. 여기서 일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그게 안 되면 정치 민주주의도, 경제도 제대로 될 수 없다."

다음으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 성장과 상충되지 않는 다는 것.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 져야만,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스카이넷의 헬로월드님이 정리를 잘해 두신 게 있으니까 (http://skynet.tistory.com/1905) 참조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종인씨 인터뷰랑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 박정희 대통령 이후 집권한 대통령은 모조리 '박정희식 성장 콤플렉스'에 빠졌다. 그래서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문제는 성장 콤플렉스에 빠지면 실제로 성장이 이뤄지느냐다. 적어도 지금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

"... 선진국에선 어느 나라나 특정 단계에서 대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 이 정도로 불평등하면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민주주의가 미완성인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경제 민주화를 통해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후보가 없다."

마지막으로, 박정희식 성장 컴플렉스와 민주주의 완성은 경제 민주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박정희식 성장 컴플렉스에 대한 지적이 대단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특히 참여정부가 삼성에 나라를 갔다 바치는 가장 큰 이유가, 저 성장 컴플렉스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모처럼 대통령도 되었는데, "포퓰리스트"소리 좀 들으니까 그게 아니라 자신들은 진짜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고 자기들 딴에는 자뭇 비장하게 결심했겠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알 리가 있나. 그래서 그냥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대기업의 '머리'를 빌리겠다고 대기업 말듣고, 대기업 연구소 자료를 정책의 기초로 삼고, 권력을 그냥 시장에 넘겼던 거겠죠. 뭐 대기업이 잘나가니까 거시 경제 지표는 좋아지겠죠. 근데 평균이랑 중간값의 차이는 뭔지는 아셨을런지. 참여정부 비판만 하면, 거시경제 지표 몇개 흔들면서 "오오오~~ 우리 참여정부 시대야 말로 요순 시대였어~~ "

지금도 이 컴플렉스 못버렸습니다.  당장 참여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니까 <역대정부 성적표>라고 트윗에서 돌리고 있는거 보세요. 누가 거시경제 지표 나쁘다고 참여정부 실패했다 그래요? 양극화랑 서민생활 문제, 집값 문제, 등록금 문제 뭐 이런 것들이 터져나온 민생의 문제였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피드백이 안 되는 것, .... 아무리 보궐선거랑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을 비토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이 "그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수십차례 이야기해도, 자기들이 그 아우성을 무시했죠. (아마도 '우리는 단순한 선거의 유불리 계산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 일을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간다.'라고 스스로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했겠죠?)


김종인씨가 한발 물러나 있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분위기상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김종인씨가 하려고 했던거의 일부만이라도 실제로 적용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