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랑 안경 가격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는 문재인 TV 광고에 나온 후보 부인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에 불편하더군요. 와이셔츠 다려주는 장면이랑, 차 만들어서 가져다 바치는 장면.. 물론 집에서 얼마든지 부인이 남편한테 해 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짧은 60초동안에 굳이 일부러 그런 장면을 꼭 넣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전통적인 의미의 화목한 가정, 자상한 남편과 내조에 힘쏟는 아내의 모습... 을 그리려고 했나보지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좀 불편합니다. 명색이 남편이 잘나가는 변호사였고, 청와대 비서실장이었고, 지금 제 1야당 대통령 후보인데, 아내 되는 사람이 하는 내조라곤 차 끓여다가 바치고, 와이셔츠 다려주는 일 밖에는 못하는 모습이죠. 굳이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문재인 후보가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아내가 차를 두 잔 만들어 가서 한 잔씩 나눠마시면서 같이 상의하고 웃어주는.. 그런 그림을 넣어주면 안되는 것이었을까요? 

굳이 저런 모습 왜 넣은 걸까... 60초 밖에 안되는 영상인데 모든 컷 하나 하나가 의도적인거죠.  여자는 집에서 남편 와이셔츠나 다리고, 차나 만들어다 바쳐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집어넣은거지요. 왜? 박근혜가 여자니까. 치마두른 여자 주제에 어딜 감히 대통령씩이나 하려고 기어나오냐? 뭐 이런 메시지가 느껴지더군요.

막 섬뜩했습니다. 민주당이 그래도 새누리당 보다는 왼쪽에 있다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저런 메시지를 넣을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요.

적어도 제 아내도 그렇고, 제 나이 또래 혹은 그보다 젊은 여성들은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일하는 사람들 동경하고 인정해줍니다. 본인이 굳이 바깥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전업 주부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도 말이지요. 제 생각에는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여성분들도 바깥일 하는, 혹은 자기 삶이 남편에게 종속되지 않은 그런 여성상을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왜 그 수많은 드라마에서 애딸린 여자였는데, 남편잘못 만나서 고생하다가, 여자가 바깥일 하면서 자기 삶 찾고 그러면서 돈만은 남자 꿰차는 환타지가 벌어지겠어요.)  

박근혜가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점이란게 거기 있지요. 여성들이 박근혜, 독재 후계자 뭐 이런 거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대선 후보 제 1 순위"인 그런 사실에 뭔가 대리만족,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평소에 여성으로 느꼈던 사회의 벽이 무너질 것 같은 그런 아련한 느낌이 조금씩 드는 거죠.

그런데 그런 여성 유권자들 앞에다 놓고, "여자는 집에서 빨래하고 밥이나 해야 돼"라는 코드의 광고를 틀어대면, 되려 화가 나서라도 박근혜 한테 표 주고 싶은 여성들이 늘어날 것 같거든요.

.... 정말로 박근혜의 여성 후보로서의 장점을 꺽고 싶었으면 저따위 메시지로는 안됩니다. 절대로. 황무슨 교수처럼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여성이 아니다...'  뭐 이딴 소리를 해서도 안되지요. (여자는 집에서 애나  순풍순풍 낳아서 키우라는 말인가?)  여성성 문제에 대해서 정면승부는 피하고 (아예 대등하게 상대해 줍니다) 대신 인터넷 전사들을 이용해서 박근혜의 현재 지위는 박근혜가 스스로 싸워서 얻어낸게 아니라 "애비 잘 만나서" 얻은 것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박근혜가 "인형처럼", 머리가 텅빈 마스코트로, 주변 남자들에게 이용이나 당하는 그런 존재라는 인상을 줘야지요. 그런 여자는 별로 멋지지 않지요.

문캠, 에휴... 제가 문캠을 너무 높게 평가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