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김영환)


그는 드디어 갑옷을 벗고 화살을 맞았다
.

협상을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 앞에서,

조국교수와 진중권교수의 신랄한 트윗 앞에서,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의 중재안 앞에서,

그는 기꺼이 갑옷을 벗고 화살을 받아 안았다.

이제 민주당이 웃음 뒤에 숨어 연민의 찬사를 침이 마르도록 내뱉고 있다.

나는 우리의 오늘의 자화상이 부끄럽고 우리들이 하는 말이 메스껍다.

이런 정치의 장에 서 있는 내가 싫다.

우리가 어제 한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적어도 지금, 우리는 안철수 후보에게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단일화 없이 등록하고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왜 그는 서울 시장선거에서도, 대통령 후보단일화에서도 번번이 양보하는가!

통 큰 양보의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그토록 자랑하던 맏형의 자리에 누가 앉아있는가!

우리는 맏형의 자리를 내놓고 끝까지 적합도와

여론조사 대비 착신전환에 대롱대롱 매달리지 않았는가!

선거는 역시 조직이라는 등식을 신주처럼 모시지 않았던가!

나는 단일화 과정 중에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에 의해 양보하는 단일화를 주장하였고,

양보하는 자가 승리자가 되고 민심을 얻는 이순신이 된다 하였다.

양보하는 자가 맏형이 된다고도 하였다.

그는 선조의 길이 아닌 이순신의 길을 갔고,

결국 정권교체의 백의종군을 자임하였다.

누가 안철수 후보를 1219일의 빌라도 법정에서 십자가에 매달았는가?

지지율인가? 국정경험 부족인가?

귀족적인 삶의 이력인가? 당이 없기 때문인가?

우리는 이런 내용의 지침에 따라 충실히 대의원대회를 치렀다.

우리가 어제 밤 새벽닭이 울 때까지 무슨 일을 했는가!

여론조사를 대비해 착신전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끄럽게 이러고도 우리는 안철수의 용단에 기대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가?

어찌하여 50년 전통의 100만 당원의 127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우리 민주당이,

단 하루도 국회의원 세비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선 승리의 키를 구걸하게 되었는가!

당장 정치를 그만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그러고도 참회록 하나 반성문 하나 없는 민주당이 정말 제대로 선 당인가!

민심의 승리라고, 민주당의 저력이라고 왜 말 못하는가?

나의 이런 주장조차도 후단협이라고 낙인찍힐 것이고,

수백 수천의 악성 댓글이 화살처럼 나의 온몸에 박힐 것이다.

나의 최소한의 예의와 양식조차도

정치를 이제 그만 둔다는 각오를 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이미 정치를 그만 둔다는 생각

하루에도 골백번 하면서 쇄신의 길에 나섰으나
,

아무 성과도 메아리도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이런 구차한 꼴을 당하고야 말았다.

나는 어제 당이 개인적인 의사 표시를 자제해 달라는 지시에

충실해서 언제나 그랬듯이 침묵하였다.

이 비겁의 극치인 내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 당이시여!

제발 이 버르장머리 없는 해당분자를 제명해 다오.

지친 나도 기득권을 어서 내려놓고 싶다.

대신 내 목이 짧으니 유의해서 짤라 주기 바란다.


*** 김영환은 치과 의사 출신인데, 시인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