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한번 썼지만 저는 후보등록일전 단일화는 매우 힘들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랬는데 당장 오늘 오후에라도 단일화가 합의되면 이 글은 뻘글로 남겠죠. ^^)

그렇다고 3자 대결로 끝까지 간다는 건 아니고 막판에 한 사람이 사퇴해서 궁극적으론 양자대결이 되겠지만
어쨌든 후보등록일전 단일화는 매우 힘들다는 것이죠.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좀 단순무식한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민주당의 경우를 보시죠.

민주당은 무조건 대선후보 등록을 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후보등록을 해야만 선거보조금 152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단일후보가 안철수로 결정되면 이 돈을 한 푼도 못받고 그 돈은 대부분 새누리당한테 가버립니다.

민주당으로선 재앙 중에도 상 재앙이죠.

밖에서 정치를 보는 사람은 이 돈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겠지만 민주당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겁니다.

예전 3김시대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보스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오는 시대가 아니라 국고보조금을 통해 정당을 운영하는
시대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152억원을 못받게 되면 민주당은 아마도 파산할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무처 직원들은 다 보따리 싸고 다른 직장 알아봐야 되구요.

권위나 명예가 추락한 가장은 식구들이 받아들여도, 집안 살림 홀라당 날려먹은 가장은 인정하지 않는 게 세상인심 아닌가요?

뭐, 민주당 살림살이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룰 양보한다고 대인배처럼 얘기했으면 안철수 하자는대로 다 받아들이지
왜 또 이런저런 토달면서 난색이나 표명하느냐고 힐난하겠지만,
잘못하면 152억원을 눈 앞에서 날릴 수도 있는데 거기서 언제까지 대인배 코스프레만 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위 언급한 일이 실제 벌어져서 152억원을 날려먹는다면 문재인은 민주당 근처에 발도 못 들여놓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당은 후보등록 무산이라는 사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의 수라고 봅니다.

다음 안철수의 경우를 보시죠.

안철수가 대선출마 이유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는 정치쇄신의 실체가 여럿 드러나고 있지만
결국 그중 가장 중요한 쇄신안의 핵심은 결국 인적쇄신입니다.

하나는 자신이 야권의 명실상부한 단일후보가 되어서 친노중심의 야권세력을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대선 본선에서도 박근혜를 꺾어서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정치의 쇄신을 이루겠다는 게 
안철수의 정치적 야심이자 목표입니다.

지금껏 드러난 안철수의 모든 행보는 여기에 철저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구요.

그동안 문재인의 민주당은 이러한 안철수의 요구에 질질 끌려다니며
처음엔 이름도 잘 모르는 친노비서관 몇명 사퇴시키는 것으로 대충 입막음 하려다가
안철수의 돌부처 전략에 밀려서 이제는 친노 수장이라는 이해찬까지 사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작금 여러 언론이나 야권 지지자들 공히 결국 안철수의 야당판 인적 쇄신안에는 친노 제거라는 목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나 주장들을 볼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게 되더군요.

안철수의 목표가 친노제거라고 한다면 결국 그 친노의 핵심중의 핵심을 제거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일텐데
그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죠. 그게 이해찬이나 박지원일까요?

아니죠. 지금 친노세력을 대변하는 좌장, 그 핵심중의 핵심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문재인입니다.
친노들이 똘똘뭉쳐 만들어낸 후보가 문재인인데 그를 살려둔 채 어떻게 친노 중심의 야권을 재편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안철수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재앙 중의 상 재앙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후보가 되지 못해 결국 본선이 친노 문재인 대 친박진영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면 자신이 이번 대선에
출마해서 그렇게 떠들고 다닌 정치쇄신이나 인적쇄신에 대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물러나는 것인데
이사람 저사람 눈치볼 것 없는 안철수가 그런 최악의 수를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들거라고 봅니다.

결국 민주당도 후보등록을 못하면 재앙 중의 상 재앙이고
안철수도 후보등록을 못하면 재앙 중의 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담 이 두 진영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후보등록을 하고 난 이후 한쪽 후보가 사퇴하는 
극적 단일화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두 진영 모두 단일화 약속파기라는 이유 때문에 한동안은 가루가 되도록 까이겠지만
한 후보가 막판에 사퇴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동만땅의 드라마라고 치켜세우면서
지지해줄 유권자들이 국민의 절반은 충분히 될테니 이 방법도 선거전략상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