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박근혜를 비판하는 야권진영의 주 논리는 '유신독재'와의 연결이죠.

오늘 논란이 된 홍성담 화백의 그림도
전형적으로 박근혜는 유신공주이며, 그의 당선은 유신독재의 부활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이구요.

정권교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사명이자 목표라는 문재인은 그래서인지 박정희 묘역 근처에는 얼씬도 안하고 있습니다.

뭐 악을 써가며 얘기하지 않아도 박근혜가 박정희의 후광효과로 정치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후광효과 때문에 40% 이상의 철옹성 같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구요.

그렇담 박정희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40%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인에게
'너는 박정희의 유산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안돼'라는 얘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이죠.

50% 가까운 국민이 박정희를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수년전부터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에서
박정희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선거구호를 차용하는 야권진영은 선거에 이길 생각이 있는 집단인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차라리 박근혜에게 '너는 박정희의 유산조차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무능한 정치인이야'라고 공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니 아버지는 개발독재를 통해 경제성장이라는 가시적 성과라도 냈다지만 박근혜 니가 십수년간 정치하면서 이룩한 성과는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몰아부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깁니다.

싫든 좋든 유권자의 50%가 박정희를 지지한다면 그 계층으로 하여금 박근혜가 박정희의 진정한 후계자가 아님을 인식케하든가,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박정희 지지 분위기의 일부에 균열을 일으켜 그들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내야 된다는 것이죠. 

이쯤에서 97년 디제이 진영의 선거전략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박정희의 정적으로 살아온 디제이는 오히려 '유신본당' 김종필과 박태준을 끌여들여 대중의 박정희 지지분위기를 
절묘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였습니다.

박정희의 산업화 공로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가 이루지 못한 정치민주화는 내가 완성하겠다는 게
당시 디제이 진영의 주요한 선거 구호 중 하나였습니다.

박정희를 인정하는 발언 때문에 변절했다며 디제이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그런 유연한 선거전략이 없었다면 과연 디제이가 수십년 동안 두텁게 쌓여온 비토층을 뚫고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뭐 야권진영의 목표가 정권교체보다는 정치혁신 내지는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강조에 있다면 이런 얘기 할 필요도 없지만
입만 열면 정권교체가 지상 최대의 목표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단일화'말고는 이길 수 있는 선거전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5-60대 이상의 박근혜 지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 공고해지고 있더군요.
이대로 가다가는 50대 이상에서는 65% 대 35%, 60대 이상에서는 거의 75% 대 25% 이상으로 그 격차가 벌어질 것 같은데
인구도 많고 투표율도 유난히 높은 이 계층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려버리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죠.

이들 5-60대 이상들은 박근혜를 열몇살 땅꼬마 시절부터 보기 시작해서 환갑의 나이에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성장하기까지
어찌보면 한 정치인의 전 생애를 쭉 지켜보며 지지의사를 굳혀온 사람들입니다.
이 계층에 뭔가 의미심장한 균열을 내지 못하는 한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는 매우 힘들다고 보여지는데
야권 진영의 대책은 아직까지는 그냥 무대책이 상팔자라는 전략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