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낮밤이 바뀐 관계로 아침빵을 사러 나가는 시간은 썬데이브런치 시간과 비슷해졌습니다. 박박 우겨서 휴가로 받은 일주일을 게으르게 퍼질러서 보내기로 작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기상시간이긴 합니다만 나온 따끈따끈한 크라상은 기대할 없는지라 블랙커피와 버터크라상을 아침으로 먹는 일을 거의 종교적으로 지키던 습관에서 벗어나서 요즘은 골라먹는 재미가 붙었습니다.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운 냄새는 식욕을 돋구는 것과는 별개로 뭔가 '친절한' 느낌이 있는 합니다( 유혹,이라고 말하기엔 실례인 하고..). 어쩐지 맛보다 보이는 촉감 때문에 품위(?) 있어 보이는, 오븐을 탈출한 빵들이 진열되어있는 사이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쩔 없이 점원의 눈치를 봐가며 슬쩍 허리를 숙여 냄새를 킁킁 맡게 되더군요.

 

오늘은 빵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어제 내렸던 비로 씻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이런 비가 자주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늘도 쳐다봤네요. 푹신해 보이는 회색과 흰색이 섞인 구름이 낮게 있고 파란 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우울한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빵집 문을 열자마자 달려들던, 비에 씻긴 공기와 덩달아 깨끗해진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한 것은 구름처럼 푹신해 보이는 커다랗고 거친 피부를 가진 이탈리안 빵이었습니다. 갈등할 것도 없이 아침메뉴가 결정되었지요.

 

그런데, 냄새의 주인공이 맞을까 확인하느라고 크란베리와 호박씨가 섞인 쪽으로 허리를 숙이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침 누군가가 틀어놓은 <토카타와 푸가> 흘러나왔거든요. 순간 눈물이 ,도는 듯한 감동.. 경험해보셨겠지만.. 무방비로 있을 이런 공격을 받으면 당황스럽습니다. 괜히, '이렇게 당하니까 가슴까지 뛰잖아..' 빵에 대고 중얼거리면서 담아달라고 점원에게 내미는 동안 음악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들었던 마지막이 언제더라.. 기억을 더듬어봤네요.

 

예전에 오마담님이 <죽어도 좋아> 마지막 장면이 담긴 비디오클립을 올려주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앤서니 퍼킨스가 죽음을 향해 쏜살같이 차를 몰아가는 장면.. 거기서 들었던 토카타와 푸가는 마치 통증을 날것으로 참는듯한 기분이 정도로 강렬한것 이었지요.. 페드라~!!! 의붓어머니, 그러나 그에게는 '여자' 이의 이름을 절규하듯 부르면서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흑백의 장면에서, 퍼킨스의 눈동자와 그의 얼굴에 말라붙은 핏자국, 차가 날아오르는 순간 폭발적으로 울리던 오르간 소리가 만들어낸 강렬한 인상은 일종의 충격이었다고 해도 좋을 합니다.

 

그러고보니까, 이전에도 거의 신비의 체험처럼 음악을 들은 적이 있네요.. 작은 묘지를 끼고 페인트가 벗겨진 울타리와 갈색으로 변한 잔디가 깔려있는 조그만 시골교회에서 였는데.. 마침 계절이 이맘때였던 합니다. 적당히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마음껏 산책하는 호사를 누려야겠다고 작정해서 걷기 시작한 것이 제법 멀리까지 가게 되었던 바람에 전혀 모르는 동네를 헤메다가 아는 길이 나올 때까지 무조건 우회전만 해봐야지..하고 있던 차에 눈에 교회입니다.

 

최소한 년은 거기 있어온 보이는 낡고 바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간 예배당 안은 마침 평일이라 비어 있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밖에서 들어오는 외에는 군데군데 놓은 촛불들이 조명의 전부라 밖에서 들어선 눈에 실내는 동굴처럼 어두컴컴했지만 마치 다니던 교회에라도 들어선 것처럼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렇게 쉬면서 ..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데..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커다란 소리가 갑자기 들려서 화들짝 정신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파이프 오르간 연습을 시작했던 것인데 때까지 교회의 하나를 완전히 차지하고 있던 파이프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라 마치 공간이동이라도 했어요. 연주자가 연습하던 곡도 <토카타와 푸가>였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교회에서 듣는 바흐는 마치 교회 전체가 통째로 악기가 되고 내가 안에 들어가 있는 느끼게 하는 효과로 인해서 일상성을 순식간에 벗어나게 하는 경험이 되는 같습니다. 제가 들어가 앉았던 예배당 안의 어두운 공간 전체가 공명하고 울림이 공기에 만드는 파동들이 파도가 하나씩 밀려오는 것처럼 차례로 전해져 오는 온몸으로 느끼는 일은 마치 대신에 다른 곳에서 감정이 분출되어 내게로 들어오는 했어요. 원래도 우는 일은 잘하지만-_- 도저히 제어할 없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나오는 바람에 연주자가 연습을 마치고 다시 실내가 고요해진 이후에도 한참 동안 거기 앉아있다가 나왔네요.

 

근데 지금.. 교회를 다시 찾아가라면, 찾을 같습니다. 교회에서 나와서 아는 길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던 한데 어찌된 일인지 오후의 기억 자체가 마치 꿈속에서의 경험인 모호하고 흐릿하면서 울림만 강렬하게 남은 하달까요.. 사실은 다시 교회를 찾아가서 확인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기도 합니다. 그랬다간 굉장히 후회하게 같거든요..

 

 

**  그 교회를 다시 찾아가는 대신에.. 

(걍 하염없이 부럽고 질투나고 존경스러운) 어느 블로거가 모아놓은 Toccata & Fugue 들을 찾았습니다.

 

 

오마담님이 올려주셨던 비디오클립영화 Phaedra 원작인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히폴리토스> 연상시키는 명화들과 영화의 장면으로 구성해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담은 비디오 클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