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친노척결'라는게 무엇인지 의미규정부터 먼저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문자 그대로 친노로 표상되는 정치세력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그러나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겁니다. 어쩌면 '친노척결'을 애써 그런 의미로 규정하는건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켜 친노들의 전횡을 면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들이 공격받을 때, "지금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냐?" 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과 맥락이 유사한 전략인거죠. 그렇다면 '친노척결'의 본래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되짚어보면,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민주당 내부에 친노들이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외곽에는 유시민 이해찬 문재인등이 있었구요. 그러나 적어도 당시의 비노진영은 '민주당분당'이나 '정동영비토' 등은 과거사로 묻고 친노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가 대세였다는걸 기억하실겁니다. 당시 한명숙이 서울시장후보가 되었을 때, 한명숙의 준비부족과 이계안과의 토론 회피등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있었을지언정, 한명숙의 낙선까지 바라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유시민이 김진표를 상대로 극한의 치킨게임을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시민의 그런 행태에 분노를 표시하던 사람들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유시민 역시 '야권의 구성원'임을 전제하는 바탕에서의 비판이었고, 비록 친노일지언정 한명숙 유시민이 오세훈과 김문수를 이겨주기를 바랬던게 사실이죠. 당시에는 '차라리 오세훈 김문수를 지지하겠다'는 극단의 주장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쨌든 지방선거는 전체적으로 민주당의 승리였고, 특히나 80년대 이후 거의 최초로 '복지'라는 정책 이슈로 승리한 것은 모두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했죠. 그 분위기 그대로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정책과 실력으로 제압하는 정당으로 업그레이드되고, 그런 정당의 브랜드로 각 소속 정치인들이 성장해나가는 바람직한 정당정치가 구현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김해을 보궐 선거에서 허망하게 무너지기 시작했죠. 유시민은 또 다시 민주당을 구태로 낙인찍으며 치킨게임으로 준동하고, 내부의 친노들이 호응하면서 싹수가 노래진거죠. 이후에 벌어진 혼란상과 친노들의 전횡과 닭짓들은 설명하기도 지긋지긋해서 그만두겠습니다. 정당의 실력을 키우기보다 야권연대 전술에 의한 정치공학적 단발성 승리가 지상과제가 되었고, 그래서 서울시장선거에 후보도 내지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고, 총선은 대패했습니다. 그 결과로 꼽사리 끼던 진보정당들은 시망했고, 야권은 아직도 박근혜 상대로 누가 나갈지 정하지도 못한 채 대선을 앞두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되었죠.

그럼에도 2년이 채 안돼는 이런 과정들을 기억에서 싹 지우고, "정권교체가 우선인가 친노척결이 우선인가"라는 황당한 레토릭으로 친노비판세력들을 오히려 분열주의자들인것처럼, 마치 새누리당 첩자라도 되는 것처럼 덮어씌우는 것에 급급한 걸 보니 당체 원인 파악도 안돼어 있는거고 정신을 못차린거죠. 친노들이 정치판 전체를 선악의 대결장으로 파악하고, 자신들 이외의 세력들을 동등한 협력과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한 정권교체 자체가 이미 불가능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정상화는 정권교체에 반드시 필요한 선결과제이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친노들의 욕망은 제압돼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정권교체와 친노들의 전횡을 제압하는 것이 전혀 별개인 선택의 문제인 것처럼 전제하고, 그것이 없어도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요설에 불과할 뿐인거죠. 현재의 혼란상은 친노들이 김경수를 주저앉히고 박영선을 주저앉히고 급기야 낙동강벨트를 위해 민주당을 통째로 말아먹는 바람에 벌어진 결과인데, 그 책임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리다니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대선 패배후에 책임 회피할 명분을 벌써부터 쌓는 것을 보면 그 야비함이 정말로 척결을 하든 뭘하든 끝장을 봐야만 한다는 생각밖에는 안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