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은 일치하는 개념도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것도 아닙니다. 근대 국가의 형성 역시 과거의 민족 개념에 기반해 있습니다. 민족 역시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정치적 필요에 의해 형성된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근대 국가들이 민족개념을 이용해 국가 통합에 나선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과거나 근대나 이익을 같이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치적 공영체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명칭이 바뀌는 것입니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다시 대한민국으로 바뀐다고 해서 "한반도 거주민의 공영체"라는 근본 바탕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일제의 침략은 대한민국에 대한 침략이며, 임시 정부는 대한민국을 위한 독립운동을 한겁니다. 헌법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이유도 이런 연속성 때문입니다.

45년 이전의 한반도 공영체에 대한 일제 수탈과 친일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는 45년을 기점으로 민족과 국가를 분리하는 인공적 논리 작업이 필요할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남한에 대한민국을 수립한 당사자 세력이나 이후의 독재 정권들도 국가와 민족의 연속성이라는 전제를 대폭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자기들이 옹호하고자 하는 세력들로부터도 인정받을수 없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란것은 누가 대한민국 거주민의 이익을 위하여 근대적 자유민주주의 규범에 걸맞는 방식으로 일했느냐에 따라 판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친일, 자유민주주의,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정통성이 판단되어야 합니다. 이영훈 측이 친일과 자유민주주의의 부분은 외면하고 경제성장만을 내세워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남한을 자유민주주의 미국에 결속시킨 이승만의 공이 큰게 사실입니다만 친일파를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점수가 깎입니다. 또한 독재로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했습니다. 반공만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산당 아닌 독재 전체주의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안티테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과의 전쟁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점을 고려한다면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데 기여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박정희의 경우 대한민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쟁취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불법 쿠데타로 전복하고 입헌주의 규범에 크게 어긋나는 유신 독재를 획책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역적 도당이라 할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