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교수 책을 놓고 스켑티컬에선 조선 이야기로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고 있군요. 그 논쟁에 끼어들 생각은 없구요. 얼치기 밀리 매니아로서 갑자기 임진왜란이 나와서.

일본과의 전쟁을 준비안한 조선의 무능이 패인이다.

글쎄요. 조금 덜 질 수(?)는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명심해야 될 것은 일본과의 전쟁 준비 자체가 당시 조선의 국력으로 볼 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율곡 이이의 주장대로(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요즘 나오고 있죠?) 상비군 10만을 양성할 능력이 조선에 있었을까요? 경제가 파탄나지 않았을까요? 지나고 난 뒤에는 준비하는게 옳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제가 만약 조선의 중진이었으면 쉽게 판단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당시 조선이 결국 전쟁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무슨 성리학 이념 때문이 아니라 이런 현실적 조건 때문이었다고 압니다.

조선 관군은 철저히 무능했다.

이것도 글쎄요입니다. 관군이 잘 싸운 사례도 많거든요. 또 하나 명심해야할 것은 당시 조선 관군의 주력은 함경도 및 평안도의 접경 지대에 주둔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기습 공격에 맞서 병력을 재배치하는게 쉽지 않지만 당시로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왔을 겁니다. 실제로 일본군이 함경도나 평안도에서 만난 조선군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그러면 일본군은 왜 물러났냐.

크게 세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당시 히데요시가 파병했던 군대의 장수들이 갖고 있던 전투 의지입니다. 아닌 말로 지들 세력 약화시키려고 보낸 거니 잘 나갈 때야 모르지만 명군도 파병되고 반격이 거세지니 슬슬 본격적인 전투를 회피하고 싶은게 당연하죠.
두번째는 명군이죠. 우리는 명군이 저지른 행패만 기억하지만 사실 육상전에서 일본군을 밀어낸 주력은 명군이었습니다.
세번째는 한반도 지형의 특수성입니다. 한반도는 낭림 산맥을 중심으로 동과 서가 나뉩니다. 또 평양 원산 선을 지나면 급격히 전선이 넓어집니다. 거기에 동쪽은 산맥과 바다가 가깝죠. 이게 뭘 뜻하냐. 보급이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일본군도 결국 이 지형을 따라 둘로 나뉘어 진격했는데... 올라오면 올 수록 춥지, 보급은 점점 안되지, 전력은 둘로 분산됐지, 거기에 명군이 등장했지... 여기에 의병 및 관군들이 배후의 보급로를 차단하면서 일본군의 전력은 급격히 약화됩니다.(언제 어디서나 보급은 군대의 생명입니다!) 특히 여기서 이순신 장군님이 결정타를 먹이죠. 이 장면은 625때 재연됩니다. 이런 한반도 지형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둘로 나뉘어 쾌속 진격하던 미군과 한국군은 내륙 깊숙이 들어와있던 중공군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그래서 왜 조선이 일본에게 졌느냐?

전 안지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당시 일본의 군사력은 가히 세계 5강에 들었을 거라고 봅니다. 오랜 기간의 실전 경험(이거 현대전에서도 절대로 무시못합니다.)과 최신식 병기로 무장한 수십만의 일본군을 상대로 조선이 이겼다면 엄청난 기적이지요. 우린 일본을 우습게 보거나 최소한 우리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에 한국의 국력 자체가 일본을 앞선 적은.... 3국 시대 정도? 어찌보면 당연하죠. 영토도 우리보다 커, 인구도 훨씬 많은데.

그래도 일본과의 전쟁을 준비했으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

앞에 적었듯 조금 덜 질 순(?) 있었겠죠. 그렇지만 일단 부산에 상륙했다면 이후의 진행 사항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아무리 지도층이 뛰어나도(뛰어나지도 않았지만) 한계가 있는 겁니다. 히딩크가 감독이어도 고등학교 축구부면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도 통과 못합니다. 또다른 예로 네덜란드가 식민지 경쟁에서 영국에게 패한게 체제나 제도, 문명이 뒤져서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