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KISDI와 미디어악법

점입가경이란 이런 경우를 뜻하나 보다. 미디어악법의 강력한 이론적 근거가 된 KISDI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라는 보고서 (자료링크) 가 나온 후 데이터 조작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급기야 7/2 mbc 뉴스데스크에서 이에 관한 보도를 했는데 내용인즉은 KISDI의 주장과 달리 방송시장 자유화를 한 2003년 이후 영국 방송시장은 성장하기는 커녕 정체하거나 오히려 침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대고 KISDI에서 7/3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제목이 인상적인데...“악의적 보도 ‘충격’…정정보도 청구·민형사 소송 불사” 이다. (반박문 링크)

필자가 보기에 완전히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필자가 어제 작성한 '미디어법 지원 KISDI 반론자료 분석 - 혹떼려다...(링크)' 이란 글에서도 몇 가지를 언급했지만, 사실 필자도 KISDI의 보고서 내용에 하도 엉터리가 많아서 대충 손에 집히는 거 몇개만 지적을 했을 뿐이니까.

오늘은 KISDI의 추가 반박문을 중심으로 조금 더 속을 뒤집어 보기로 하자.

(1) 영국 방송시장은 정체?


KISDI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되어있는 시기만을 부각함으로써 ‘보고서’에 기술된 사실 조차 심각하게 왜곡했습니다."

즉 영국 방송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거다. 물론 성장이 정체인 건 맞다. 아니 정체인 정도가 아니라 점차로 하락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필자의 지난 포스팅에서 그래프를 빌려와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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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GDP대비 영국 방송시장비율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KISDI의 주장처럼 방송시장이 포화상태일까?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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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KISDI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ofcom의 2008년 통계자료이다. 보다시피 해가 갈수록 유료방송 가입자는 늘어가고 있다. 결국 KISDI의 방송시장 포화란 이런거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의 경우 방송시장을 자유화함으로서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니 방송산업 자체는 매출액이 거의 정체상태인 거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결과는 미디어악법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 보다는 현 상태에서 추가 경쟁을 허용하는 미디어악법은 우리나라 방송산업에 해가된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2) 2006년 이후 BBC 자료는 일관성이 없나?

KISDI는 왜 2006년 이후의 자료들, 그러니까 자신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2006년과 2007년 자료는 쏙 빼버렸는지에 대한 변명으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

"Ofcom 스스로 "BBC 수신료 통계처리방식이 2005년까지와 달라 자료의 일관성 등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배제한 것일 뿐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ofcom에서 그런 얘기한 적이 없다. ofcom에서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2006년에 BBC가 시청료 통계수치 보고 방식을 변경했는데 (그런 변경에 맞춰 기존의 수치들과 일관성을 갖도록) 2006년 BBC 시청료 통계수치를 보정해서 제대로 환산했다.

"The licence fee figure for 2006 has been re-stated owing to the change in the way the BBC reported its figures"

즉 시청료 보고 방식이 바뀐 건 맞지만 자료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 값을 보정해서 제대로 다시 수치를 환산했다는 얘기이지 데이터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3) 우리나라 방송비중 문제


사실 이 부분이 KISDI 발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거의 치명적인 자기 부정이다. 일단 뭐라고 얘기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방송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0.68%라는 숫자는 연구원에서 독자적으로 계산하거나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미 구 방송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던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의 통계표에서도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이고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KISDI가 방송위원회 자료(자료링크)를 가져다 쓴 건 맞다. 그런데 방송위원회 자료에는 한국의 2006년 방송시장 규모9.7조원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아래 자료가 방송위원회 보고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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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KISDI는 분명히 자신들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2006년 명목 GDP848조원이라고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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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번 간단한 산수를 해 보자. 9.7조원을 848조원으로 나누어 퍼센트를 구해보면 얼마가 나올까? 그건 KISDI의 주장인 0.69%가 아닌 1.14%가 나온다.

KISDI 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든 영국 방송시장 규모인 1.01%보다 무려 13%나 그 비중이 높다. 1.01%인 영국 시장은 자유화 이후 과당경쟁으로 방송사들의 매출이 격감해서 이제는 그 비중이 0.9% 이하로 내려갔으니 말해서 뭐할까 싶다.


(4) KISDI의 꼼수

어 제 필자가 KISDI 반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한 독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바로 위 도표를 보면 '방송플랫폼' 시장이란 표현이 나온다. 즉 영국의 경우는 '방송시장'이라고 표현하고서는 우리나라는 방송플랫폼 시장이라고 슬쩍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과연 뭘까?

방송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가 된다. 하나는 Program Provider라고 해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컨텐츠제공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플랫폼(지상파, 유선,위성)이다. KISDI는 여기서 꼼수를 부린거다. 전체 방송시장중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매출을 빼버리고 임의로 지상파,유선,위성의 매출액만을 계산에 넣어 버린거다. 그러니 전체 방송시장규모가 졸지에 9조7천200억원에서 5조7천억원으로 줄어들어 버린거다.

일단 진도나가기 전에 이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뭔지 살펴보자. (네이트사전참조) 쉽게 얘기하면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의 채널을 빌려서 거기에다 자신들의 방송을 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업자 (PP 리스트 링크)들로 YTN, MBN, 온미디어, CJ 미디어, 불교방송 등등 200개가 넘는 사업자들이 실제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PP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자회사들도 다수 포진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매출을 한국방송시장규모를 계산할때 쏙 빼버린거다.

그럼 KISDI가 1.01%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영국의 경우를 볼까? ofcom 자료중 TV 시장 매출내용을 들여다 볼까?

KISDI가 영국의 방송플랫폼 시장규모라고 적은 부분에는 이미 광고료, 시청료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판매(지상파방송사가 PP에게 프로그램을 판매)나 TV 쇼핑처럼 국내 PP들의 매출형태인 비방송수익 (non-broadcast revenue)이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영국 방송시장규모에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지상파,유선,위성방송같은 방송플랫폼 부분이 다 포함된 전체 방송시장규모로 계산을 한거다.

그럼 이제 KISDI가 우리나라와 영국의 방송시장규모 비교를 한 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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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방송시장 비중이 보이는가? 1.04%이다. 앞서 ofcom에서 나온 영국 전체방송시장규모(PP + 지상파,유선,위성방송)와 거의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소제목은 방송플랫폼 시장이라고 붙였다. 물론 자료출처가 ofcom이 아닌 PWC 자료라 약간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내용을 까 보면 이런거다.

영국은 PP와 방송플랫폼사업자들 모두의 매출을 합친 전체 방송시장 규모로 계산을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YTN이나 MBN, CJ 미디어 그리고 지상파방송사의 자회사같은 PP는 빼버리고 지상파,유선,위성 방송업자들의 매출만을 자료로 삼은 거다. 그러니 우리나라 방송시장 규모가 작아 보일수 밖에.....


(5) KISDI가 준비중인 민형사 소송의 의도

필자가 보기에는 KISDI는 더 이상 빼도 박도 할 수 없게 엉터리 자료의 책임을 져야 할 처지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에 본 연구원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국책연구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와 민·형사 소송 등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뭐... 사서 개망신을 당하자는데 뭐라고 할까마는...

그럼 왜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는가?

아마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연구원들 자신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이미 알고 있을거다. 그런데도 저렇게 소송을 준비한다거나 정정보도 청구를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뭐냐하면....

적어도 소송을 하고 시간을 끄는 중에는, 필자가 앞서 서술한 조금은 골치아픈 내용들을 이해하기 힘든 다수의 서민들 눈에는 양자가 그럴싸한 이론으로 싸우고 있는 중(!!) 이라는 이미지만 주면 된다. 즉 옳고 그름이란 판정이 법원에서 나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고... 그동안 미디어악법을 밀어 붙여 입법을 완료하기만 하면, 나중에 KISDI에서 나온 보고서가 가짜던 조작이던 뭐라고 판정이 나던 ... 그건 조중동이 방송시장에 입성하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그냥 부차적인 이슈에 불과하게 되기 때문인거다.

결국 진실은 이렇게 또 한번 역사의 뒷편으로 밀려나고 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