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강물님께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의 일방적인 발뺌 발언을 듣고 인상적인 포스팅(원문링크)으로 홍위병 역할을 자임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친노의 마타도어라고 하십니다.

심지어 점잖은 원조 새누리당 지지자들조차 민망해하는 발뺌 정치에 이렇게 팔을 걷어붙여가며 새누리당 편을 들어주시는 새누리당 홍위병들의 노력이 많이 안스럽습니다만, 일단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현 단장은 10월 29일을 전후해서 여러곳에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제안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공적인 발언을 새누리당 여의도당사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거죠. (출처: 중앙일보 - 이정현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 동시에 처리하자" 2012.10.29)

물론 이정현 단장의 발뺌발언이나 흐르는강물님의 해명처럼 하나줄테니 다른것을 반대급부로 달라는 발언은 아니지만 '두 사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라고 말했을 때 그걸 듣고 기사를 쓰는 기자나 그 기사를 본 시민들이나 이걸 어떤 식으로 받아 들였을지는 너무나 자명한 노릇이죠.

그리고 정말 웃긴 건 문재인 후보가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의 조언을 따라 이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나온 새누리당의 반응인데...

즉각적으로 박선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정현 단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했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었죠. (관련기사링크)  아니 이정현 단장 말마따나 '그저' 동시에 논의해서 처리하자는 얘기로 받아 들였다면 선대위 대변인이나 심지어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저렇게 펄쩍뛰며 변명을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들 두 양반의 저런 반응은 심지어 자기 편에 조차 이정현 단장의 발언이 우리들 일반인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식됐다는 반증인거죠.

그런데 원래 진짜 적은 늘 내부에 있는 법이어서 이정현 단장이 이들의 주장을 싸그리 엎어버리고 동시처리 제안이 당의 공식입장이었다고 이틀만에 (2012.11.1) 다시 재확인 발표를 해버렸습니다. (관련기사링크) 이게 무슨 콩가루 집단도 아니고 하루 걸러 하루씩 서로 같은 편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각자의 등뒤에 칼을 하나씩 꽂아대니....

물론 그는 '동시처리'의 의미를 '동시에 논의를 해서 처리'로 설명하기는 했습니다만, 일반인 눈에, 특히나 상식적인 중도성향의 유권자에게 어떻게 보일런지.... 그리고 정 동시에 논의해서 처리하자라는 것이 원래 뜻이었으면 정말 동시에 논의해서 처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기들 편한 쪽만 냉큼 받고 다른 쪽은 무시하는 것이 '동시 논의 처리'의 원래 뜻은 아닐 거 아닙니까.

결론적으로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렇습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세상은 아주 선명한 선악의 장소가 됩니다. 반대편은 악의 화신이 되고 내편은 언제나 정의의 수호자가 되죠.

새누리당 홍위병들 눈에는 현재 상황이 일부 친노정치인들의 마타도어에 불과하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편협한 상황인식이 정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지도자의 대선가도에 도움이 될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셔야 할 겁니다. 정치판 특히나 보수적인 정치인들에게 말바꾸기나 발뺌하기는 늘상 있는 일입니다만 요즘처럼 클릭 한두번으로 자신의 예전 발언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기에는 이런 말바꾸기는 자신이 모시는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깍아 먹는 가장 큰 요소가 됩니다.

한번 새누리당쪽의 찌질한 발뺌 행태에 여론이 어떤 식으로 반전되는지 보시죠. (출처링크)

Twit+Response+after+Call+of+Moon.jpg

여론이 늘상 어느 한쪽 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선수의 결단 여하에 따라 저렇게 극적인 반전도 가능한 거죠.

더불어 한가지만 첨언하면... 원래 박근혜후보는 저학력 저소득층의 지지율이 높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들 저학력 저소득층의 64~66%가 박근혜후보를 지지합니다 (출처링크). 반면에 안후보는 고학력 고소득층에서 58%. 그러니 오후 6시~9시까지의 시간에 투표할 유권자들이 어떤 계층이 더 많을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투표시간 연장이 정말 이렇게 찌질하게 굴면서까지 반대해야할, 박근혜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기만 정책일지...

그리고 뻥카에 콜을 부른 역사적 사건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발화점: 초록불님의 '판단착오').

1984년 9월 8일에 북한이 전두환정부에 수해지원을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당시 북한도 남한 못지 않은 수해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지만 얼마전 있던 아웅산폭탄테러의 이미지도 불식할 겸 예전처럼 뻥카로 제안을 지르면 당연히 남한정부가 거절할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근을 했는데...

당시 노신영 국가안전기획부 부장이 전두환대통령에게 이 제안을 받자고 조언을 했고 전두환대통령은 과감하게 이 제안을 받죠 (1984년 9월 14일). 그때 북한은 엄청나게 당황했고 결국 중국에게 지원물자 태반을 원조해 달라고 요청을 해서 절반을 석유대금 미결제액으로 충당받는 선에서 해결을 합니다. (출처: 김일성시대의 중소와 남북한, 오진용: sonnet님 블로그에서 2차인용)

물론 북한도 이번 새누리당의 발뺌처럼 남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어 초기제안 자체를 뒤엎어 버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육상로를 이용해서 수재민들에게 직접 구호품을 분배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등 그런 노력을 전혀 안한 건 아니고요. 하지만 비록 뻥카에 상대방이 콜을 했어도 최초 약속은 지켰고 남한 언론에는 우습게 비춰졌을지라고 적어도 내부 인민들에게는 약속은 지킨 정부로 이미지관리는 할 수는 있었습니다. 면피는 한거죠. 물론 대규모 발상전환을 감행해 북한의 뻥카에 콜을 부른 전두환대통령은 북한에 크게 한껀을 한 것이고요.

이번 이정현 단장의 뻥카 소동의 대응에서 새누리당은 자신의 지지자들 눈에도 민망한 부실한 대응을 한 셈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찌어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2주 정도 후면 분명히 지지율에 영향을 받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죠. 이정현 단장의 뻥카와 문재인후보의 콜에 새누리당이 패닉에 빠진 상황이 사실 박근혜후보에게 불리하기만한 조건은 아니었다는 거죠. 비록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나 원내대표가 발뺌을 하는 상황일지라도 하루 정도 후에 박근혜 후보가 쿨~~ 하게 문재인후보의 콜을 대승적으로 받아줬다면 오히려 대중의 시선이 문재인후보에게서 박근혜후보쪽으로 또 다시 이동했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그 절호의 기회를 박근혜후보와 보좌진들은 엉뚱한 말만하며 허송세월한 거고요.

그런 걸 할 수 있는 지도자,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큰 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보좌진의 조력능력이 새누리당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게 박근혜후보의 불운이자 우리나라 보수진영의 역량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즉 박근혜후보에게는 전두환대통령에게 있던 노신영 안기부부장이나 문재인후보에게 있던 김부겸공동선대위원장같은 판을 뒤엎는 전향적 사고능력의 조언그룹이 없는 거죠. 혹시 모르죠 실제론 주변의 참모들은 적극적으로 다시 문재인후보의 콜을 받아 한번 더 콜을 외치라고 조언을 했을지도요. 그걸 거부했다면 그건 박근혜후보의 그릇 사이즈 문제이니 따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흐르는강물님같은 새누리당 홍위병들이 계속 이런 찌질한 글을 넷상에 퍼뜨려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참모들의 판단을 흐리게한다면 아마도 자신들의 지지세력이 점차로 쪼그라드는 걸 보게 될겁니다..

그나저나 새누리당의 홍위병으로 커밍아웃한 자신을 호남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새누리당 지지자의 친노 마타도어 주장을 보면서 많이 맘이 아픕니다. 그동안 호남 개혁진보세력으로 위장하고 있던 이들의 커밍아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고향에 온갓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 주고 심지어 수많은 인명까지 앗아간 정치세력의 선전수가 된 한 호남출신 네티즌의 자기부정적 정체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설마... 저런 막장 포스팅(친노당의 마타도어 정치를 끝내야 나라가 삽니다)으로 새누리당 선대위 참모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넷상 평판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진정한 고육지계의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