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웃기지도 않는 관계는 제가 이 분야에 몸담을 때 이전부터 있어 왔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이 웃기지도 않는 관계가 사실은 삼성과 LG의 관계가 아니라 두 재벌의 보스들끼리의 관계라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죠.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걸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워낙 케케묵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표면적으로는 경쟁이라는 게 서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기도 하고 또 그래서인지 삼성이나 LG 모두 세계적인 기업을 성장하기도 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삼성과 LG의 관계가 이렇게 초딩들 싸움박질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기업이 되어 있고, 또 관련 기업이나 협력 업체들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시사인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났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참 재밌어서 퍼올립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07

아무리 한 나라의 기업들이지만 경쟁이라는 것은 성장에 있어 필수적 요소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게 감정적인 쪽으로 발전하게 되면 불필요한 소모전이 일어나게 되고 이런 소모전은 여러 가지로 관련 분야에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똑같은 분야,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라고 해도 부품을 생산해서 위의 두 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에겐 삼성을 택하면 LG는 포기하고 LG에 공급하면 삼성은 잊어야 하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두 기업 중에 어느 하나의 기업에만 납품을 해도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대만과 경쟁하는 구도로 가면 자국 시장도 반으로 쪼개 그 절반만 공략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당연하게 떨어집니다.
좀 더 나아가, 수직계열화라는 국내 재벌기업이 늘 추구하는 기업 관계의 형태를 고려하고 또 그 수직계열화 속에는 재벌 2, 3세들이 뒤에서 움직이는 일종의 가족회사가 숨어 있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부품업체는 대만의 기업들에 비해 captive market이라 할 수 있는 자국시장에서조차 1/4정도의 시장 크기 안에서 놀아야 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그럼 대만을 공략하면 되지 않냐?'라고 하시겠지만 겨우 1/4 크기의 시장에서 노는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서 대만의 업체들과 가격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대만은 관련 업체들이 수직계열화가 아닌 수평네트워크를 만들어 움직이기 때문에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되며 외국 업체들이 진입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데다가 우리나라 시장의 크기와 비슷한 시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규모의 경제에 의한 가격 인하에 매우 유리하죠.

이것은 특정한 예에 불과하고 이것 말고도 웃기고 잡바라진 짓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말을 하자니 제 일신에 법적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것도 있고 말이죠. ㅎㅎㅎ

우리나라는 어차피 내수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생겨나서 일정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 탄생해서 일정 기간 동안은 국내 시장에 의존해야 하고, 어떤 측면에서 삼성이나 LG와 같은 세계적 기업의 존재는 상당히 좋은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과 LG의 행태는 여러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 중 하나가 삼성과 LG 최고위경영진의 웃기지도 않는 감정 싸움이죠.

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그 맨 꼭대기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가지가지로 동네 양아치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