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가 비정규직 등 투표시간의 제한으로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여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과연 이것이 투표 참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인지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안이 없는지 면밀한 검토는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이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면서 인용한 중앙선관위의 2010년도 지방선거시의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 실태조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옵니다. 일단 실태조사 결과표를 올려 보겠습니다.


표1. 2010년 6월2일 전국동시지방선거일 당시 귀하의 근로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구분       비정규직    정규직     실업

 20대        63.2%     3.9%     32.9%

 30대        78.5%     6.2%     15.4%

 40대        84.8%     3.9%     11.3%

 50대        93.0%     1.1%      5.9%

 60세 이상   93.9%     1.5%      4.5%


표2.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여부

 구분       투표했다    투표하지 않았다

 20대        64.6%        35.4%

 30대        52.0%        48.0%

 40대        55.9%        44.1%

 50대        54.5%        45.5%

 60세 이상   55.6%        44.4%


표3. 투표참여 불가능/기권 여부

 구분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참여할 수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20대               41.2%                           58.8%

 30대               55.1%                           44.9%

 40대               64.0%                           36.0%

 50대               69.6%                           30.4%

 60세 이상          74.5%                           25.5%


표4. 아래의 보기 중 귀하의 투표참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1) 주민등록지 구/시/군내 설치 투표소 어디서나 투표 : 58.1%

 2) 선거일 전 일정기간 정하여 사전투표 허용 : 22.9%

 3) 선거일 투표시간 연장 : 12.4%

 4) 기타 : 6.7%


여러분들은 위 표를 보시면서 느끼신 것이 없습니까?

비정규직 비율은 20~30대보다 50대 이상이 훨씬 높고, 투표하지 않은 비율 역시 50대 이상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투표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 사람도 50대 이상이 30대 이하보다 월등 높게나오고, 30대 이하 층에서는 참여할 수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은 비율이 50대 이상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지요.

여론조사나 평소의 선거 결과를 보면 통상적으로 30대 이하의 투표율보다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50대 이상은 박근혜 지지율이 70%, 30대 이하는 야권 단일후보 지지율이 70% 정도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위 표가 실제를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전제할 때, 2시간 투표시간 연장은 야권(문재인, 안철수)보다 새누리당(박근혜)이 훨씬 더 득을 보게 된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문재인과 안철수는 적극적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새누리당은 반대로 수세적이고 소극적으로 나올까요? 이 불편한 진실을 누가 설명 좀 해 줄 수 있습니까?

문재인과 안철수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분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워 진심으로 저런 주장을 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참여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유로 참여하지 않은 층(20~30대)에게 시간을 더 주려 한다고 보시는지요?


문재인과 안철수는 표4에 나온 것처럼 투표참여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나 선거일 전 일정시간 정하여 사전투표 허용(미국식)을 주장하지 않고, 가장 선호하지 않는 선거일 투표시간 연장을 저렇게 주장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네요. 물론 전자의 두 개의 방안은 후자의 투표시간 연장보다는 비용이 더 들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그 비용부담을 고려하여 그래도 적은 비용이 드는 투표시간 연장만을 주장하는 것일까요?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2월 27일 여야가 합의하여 투표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하여 공직자선거법을 개정하고 2013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 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전투표: 부재자 투표 기간 동안 사전투표를 할 수 있음

통합선거인 명부: 사전투표에 한하여 아무 투표소에 가서든 투표할 수 있음

 - (2012.2.27 개정 공직자선거법, 2013년 1월 1일부터 적용)

2월27일 여야 합의로 개정된 공직자선거법은 위의 중앙선관위 “비정규직 투표실태 조사결과를 제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이렇게 선거법을 개정해 놓고 문재인과 민주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공세를 취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안철수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몰아 붙인 것일까요?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야가 합의해 놓은 선거법이 저렇게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나중에야 하는 멍청한 짓을 했을까요? 하여간 미스테리이며, 요지경입니다.


저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어제 국고보조금 먹튀 방지법을 수용하겠다고 나온 것에도 박수를 보내며 환영합니다. 안철수는 제가 예전에 예견한대로 4년 중임제에 더해 18대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맞춘 2016년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에도 긍정적입니다.

이젠 공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에게 넘어 갔습니다. 박근혜는 몇 일 전에도 제가 촉구했지만 결선투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전격 제안하기 바랍니다. 결선투표제는 지금과 같은 야권 단일화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후보의 검증이나 정책의 개발과 경쟁, 그리고 이러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을 방해하는 현상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 각계 , 각층의 다양한 생각과 이념,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중소 정당이나 진보정당의 공간을 넓혀주고, 사표 논란을 잠재워 유권자들이 소신껏 자기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투표를 하게 만듭니다.


투표시간 연장 -> 국고보조금 먹튀 방지법 -> 대통령 4년 중임(+2016년 임기 맞추기) -> 결선투표제 +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서로 경쟁적으로 내 놓으면서 정치분야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큰 진전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 이전, 국회의원 100명 감축, 중앙당 폐지 등 안철수가 내놓은 정치개혁(개악)안은 혼선만 야기하고 실효성이 떨어짐으로 안철수가 철회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내놓은 정치 어젠다(투표시간 연장, 국고보조금 먹튀 방지, 대통령 중임 및 임기, 결선투표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두고 심도있고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정치분야에서는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선이 될 것 같습니다.



뱀발 : 일부에서는 호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자고 합니다만, 저는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투표 거부 행위도 하나의 투표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고, 이는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제가 주장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음에도 억지로 투표를 해야 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투표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없을텐데, 이들을 가려내는 방법이나 이들이 소명할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치루어야 할 행정 비용과 개인이 소명하는데 들여야 할 시간과 정력의 낭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문재인과 안철수가 투표시간 연장하자는 이유가 비정규직 등 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고 하는데, 투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벌금제도는 이들 투표 환경에 취약한 사람들(경제적으로도 소외되는 계층)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