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1997년하고 2002년 대선, 그리고 올해의 대선과 관련하여 투표참여자의 연령별 구성비율을 정리한 자료를 보았는데

진짜 15년 사이에 인구의 고령화가 엄청나게 진행되었더군요.


1997년 디제이가 가까스로 이회창을 꺾고 승리할 당시의 20-40세대 투표참여자와 50-60세대의 투표참여자 비율을 살펴보니 

7:3의 비율로 압도적으로 20-40세대의 투표참여자 비중이 높았습니다.

현재에도 저 정도 비율이었으면 아마도 한 10% 정도 격차로 개혁진영 후보가 가뿐하게 승리할 수 있었을텐데

당시까지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이었는지 저렇게 젊은 계층이 대대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제이는 겨우 1% 좀 넘는 수치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죠.


2002년만 해도 20-40세대와 50-60세대의 투표참여자 비율은 66:33 정도로 

여전히 40대 이하 젊은 세대의 투표참여자 비중이 고령층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당시에도 20-30세대는 노무현 몰표, 50-60 세대는 이회창 몰표였지만 인구구성비율에서의 확고한 이점을 바탕으로

노무현이 2% 좀 넘는 격차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죠.


근데 이런 연령별 구성비율이 10여년만에 확 바뀌어 버렸습니다.

가장 최근에 치뤄진 4.11 총선에서의 20-40세대 투표참여자와 50-60세대 투표참여자 비중이 

52:48로 양 계층간에 차이가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등 투표율이 50% 미만인 선거는 

그 비율이 5:5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나경원을 꺾었는데, 

당시 뉴스를 검색해보니 20-30세대는 출구조사에서 거의 75:25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박원순이 승리하였고, 

흔히들 캐스팅보트라고 지칭하는 40대마저도 65:35 수준으로  나경원을 떡실신시키면서 

박원순이 7% 이상의 격차로 여유있는 승리를 차지하였더군요.


현재의 선거구도 지형상  야권이 여유있게 승리하려면 이처럼 박원순의 사례를 따라야 된다는 건데 

안풍과 박풍에 나꼼수 바람까지 몰아치고 그에 비해 오세훈과 나경원의 삽질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개혁진영이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같은 선거구도가 다시 재현되기는 매우 힘들거라 봅니다.


암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양자간 지지율 중 야권에 좀더 유리한 안철수-박근혜 구도를 기준으로

세대별 지지율을 좀 거칠게 요약하면 딱 이렇습니다.

20-30세대는 7:3의 비율로 안철수 우세,

50-60세대는 역시 7:3의 비율로 박근혜 우세,

캐스팅보트라는 40대는 현재까진 55:45 정도 비율로 안철수 우세입니다.

종합적으로는 약 2-3% 정도 안철수 우세로 나타나고 있죠. 


그런데 이 지지율을 지난 4.11총선의 투표참여자 비중인 20-40세대 52%,  50-60세대 48% 비중으로 환산해서 계산해보면

역으로 박근혜가 4-5%  이상 안철수를 앞서는 것으로 결과가 확 바뀌어버립니다.

총선보다는 대선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상향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비중을 56:44 정도로 보정해서 계산해보아도 

여전히 박근혜가 2% 정도 앞서는 결과가 나옵니다.

단일화만 되면 이길 수 있다는 야권지지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번 선거가 얼마나 어려운 선거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더욱이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니 20-30세대의 안철수 지지와 50-60세대의 박근혜 지지는 

NLL에 정수장학회에 논문표절에 뭔 소리를 떠들고다녀도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에

40대의 지지율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박근혜와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이 감지됩니다.

만약 박근혜와 안철수의 40대 계층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5% 이내로 좁혀진다면 

야권으로선 선거에 이기기를 기대하는 게 부질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세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20-40 세대의 투표율이 급격히 높아져서 50-60세대와의 투표참여자 비중이 58:42 정도는 유지되도록 만들어야겠죠.

둘째로는  40대 계층에서의 박근혜와의 지지율 격차를 최소한 10% 이상으로 벌려놓아야 할 겁니다. 

세번째로는 50-60세대를 더이상 버린 자식(?) 취급하지 말고 그 계층에 먹힐만한 공약을 꾸준히 제시하고

이미지메이킹 등을 열심히 해서 현재의 3:7 구도를 최소한 35:65 정도의 구도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된다고 봅니다.


근데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죠.

민주당은 4.11 총선땐 김용민 파문에 제대로 대처 못해 실기하더니 이번엔 김광진 파문에 어정쩡하게 대응하면서

안그래도 미운털 박힌 50-60세대에게 그나마 남아있지도 않은 점수를 매일매일 잃어가고 있습니다.


안철수는 대선운동마저도 청춘콘서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는지 매번 젊은층의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곳만 찾아다니면서

중장년층에게 어필할만한 공약이나 이슈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죠.


젊은층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새누리당도 한심한 집단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캐치하고 있죠. 

그들은 40대의 지지율을 야권후보와 박빙으로만 몰고 갈 수 있으면 

투표시간을 밤 8시가 아니라 12시까지 연장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과거사에 대한 반복적인 유감표명(진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시키는 

전략이 핵심이겠죠),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 제기, 여성대통령론 주창, 김성주의 전면 배치 등이 모두 

30대 후반부터 40대까지를 아우르는 표심을 잡아내려는 전략이라고 보여집니다.


반면에 야권은 맨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20-30세대 및 개혁적 진보계층에게 듣기좋은 소리들만 하고 다니는데

선거라는 게 어디 집토끼만 잡아서 이길 수 있는 경우가 있나요.


게다가 2002년에 극적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단일화 임펙트가 이번에 재현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죠.

누구나 알고 있는 재료는 더이상 유효한 재료가 아니라는 증시격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4천만 유권자가 다 예상하고 있는 

단일화가 성사된다 한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감동적인 드라마가 쏟아져 나올지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단일화에 관여하고 있는 온갖 외부인사들이 전부다 감동, 감동을 외치고 다니는데 이런 설레발들을 볼 때마다 

왠지 단일화가 성사되어도 역대 가장 맥빠지고 재미없는 단일화 중 하나로 기록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군요.


암튼 지금 분명 야권은 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빙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널널하게 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야권이 이처럼 지리멸렬해지는 이유중 하나는 역시 단일화 프레임에 너무 오래 갇혀 있기 때문이죠.

어차피 둘 중 하나는 관둘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내놓는 정책에는 사람들이 관심조차 없습니다.


1997년이나 2002년에는 선거 끝나고 나서 기대와 다르다고 욕을 할지언정 선거과정에서만큼은 지지자들이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은데 이번 선거는 불과 50일밖에 안남은 지금도 전혀 흥이 나지 않는군요.

야권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